[김수성 칼럼](32) 제주 올레길 13코스(용수포구-저지예술정보화마을) 걷기
용수포구~용수교차로~순례자의교회~용수저수지~고목숲길~고사리숲길~낙천리사무소~낙천잣길~뒷동산아리랑길~저지오름~저지예술정보화마을
거리 및 소요 시간: 16.2km, 4~5시간
지난 4월 26일 올레길 13코스를 걷기 위해 202번 버스를 타고 고산 충혼묘지 정류장에서 하차하고 13코스 시작점인 용수포구에 도착했다.
올레 13코스는 용수포구에서 시작해 저지예술정보화마을 미센터까지 이어진 16.2km의 길로 제주의 해안가를 이어오던 제주올레의 지도가 내륙으로 방향을 틀어 중산간 숲길 올레의 시작을 알리는 코스다.
우리나라 최초의 가톨릭 신부인 김대건 신부의 기념성당이 있는 용수포구의 바닷바람은 아직 차가웠다.
시작점에서 인증을 한 후 출발을 하자 바로 엉덕동산에 있는 절부암이 나온다. 고기잡이를 나갔다 조난한 남편을 기다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인의 슬픈 이야기가 전해져오는 절부암(節婦岩)이다. 절부암 앞에 서서 바라본 바다는 잔잔했지만, 그 고요함 속에 오래된 이야기가 잠들어 있는 듯했습니다.
바다를 뒤로 하고 용수교차로를 지나 내륙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열녀비가 나온다. 이는 효자, 충신, 열녀가 있는 마을 입구에 세운 정문(旌門)으로 이 마을 고씨 부인의 열녀비다. 알고 보니 지극한 시부모 봉양과 손가락을 잘라 피로 남편을 살린 열녀 고씨를 기리기 위해 후손이 세웠다고 한다.
그곳을 지나니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인 순례자의 교회를 만난다. 교회 입구는 좁은문이란 이름에 맞게 아주 작았다. 교회 건물 중간에 길 위에서 묻다라고 쓰여 있는데 일상을 바쁘게 살지 말고 길 위에서 편안한 쉼을 찾으라는 순례자의 겸손하고 경건한 삶을 의미하는듯하다.
걷다 보니 인근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제방을 쌓아 조성되었다는 용수저수지에 다다른다. 이곳은 소나무 숲과 갈대, 부들 군락지로 겨울을 지내러 오는 철새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철새 도래지로 유명해졌다. 우리도 저수지의 풍경을 바라보며 벤치에서 잠시 쉬어간다.
선녀가 목욕하고 날아간 곳이라는 작은 연못 선세비물을 지나고 마늘밭이 나오자 옆지기가 마늘밭에서 일하시는 여자 삼촌에게 “무사 이렇게 좁게 심었수강”하고 묻자, 여자 삼촌은 “씨허젠허난 좁게 신겅마심”하고 대답한다.
사실 길을 걸으면서 옆지기가 좁게 자라고 있는 마늘밭을 보면서 혼자 말로 “씨허젠 좁게 심어싱가”하더니 일하시는 삼촌을 보자 물어본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말한다 “봐바 씨헌젠 좁게 심어덴 허맨”이라고 한다. 이에 나는 “당신이 말 한 게 맞네”하고 맞장구를 쳐주었다. 좋아한다. 옆지기가…. 나도 좋다.
올레길은 크고 오래된 나무들 때문에 고목숲길이라 불렸다는 숲길을 넘어 고사리숲길로 어진다. 길 양편으로 가득한 고사리들을 따라가다 보면 고사리밭 사이로 난 길은 봄의 기운으로 가득했고, 올레길 주변에서 고사리를 꺾는 주민들의 모습은 이 길이 단순한 여행길이 아니라 삶의 터전임을 알려주는 것 같다.
고사리숲길을 지나면 수령 150여 년 된 팽나무가 반겨주는 낙천리 아홉굿마을에 들어선다. 의자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에는 주민들이 힘을 합쳐 만든 1000개의 의자로 꾸며놓은 낙천리 아홉굿 의자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아홉굿은 아홉 개의 샘이 있다는 뜻과 이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아홉 가지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천혜의 청정함과 즐거움이 솟아나는 이곳은 100m 지하 암반수로 키워낸 건강한 먹을거리와 다양한 체험거리가 있는 체험 휴양마을이다.
잣길 전망대 입구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스탬프를 찍고, 잣길 전망대와 그 주변 의자공원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특히 전망대는 꼭 올라가기를 권한다. 중앙의 H빔과 콘크리트로 된 구조물을 빙글빙글 돌아서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데 한층 한층 오를수록 고소 공포와 즐거움이 함께 몰려온다. 7층 전망대에 오르면 주변 경관이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어 올라오길 잘했다고 느낄 수 있다.
30분 동안 의자공원에서 휴식과 인증 사진을 한 후 잣길로 들어서 저지오름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뒷동산아리랑길을 지나고 이제 13코스의 마지막 목적지인 저지오름으로 올라간다. 길은 점점 오름으로 이어져 숨이 차오르고 다리가 무거웠지만 최선을 다해본다.
저지오름, 제주도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숲인 저지오름은 닥나무가 많아 닥모르오름으로 불린다. 저지는 닥나무의 한자식 표현이다. 높이 390m, 둘레 1540m로 제주올레 13코스 내 정상과 둘레길이 모두 걸쳐 있는 코스로 사시사철 푸르른 나무들을 따라 올라가면 방향에 따라 비양도와 송악산, 가파도까지 내려다보며 멋진 자연 풍경을 느낄 수 있다.
주차장에서 저지오름 전망대로 올라가서 반대편 방향으로 내려오는 시간은 대략 40분 정도 걸린다. 휴일이라 그런지 오름에 오르는 분들이 꽤 보인다.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와 저지예술정보화마을 미센터 및 제주올레 안내센터에 도착해 올레길 13코스를 탐방을 마무리했다.
올레 13코스는 화려한 해안 풍경 대신 숲과 오름, 그리고 마을의 정겨움으로 채워진 길이었다.
단조로운 숲길이 이어지기도 했지만, 낙천이 아홉굿마을의 따뜻한 풍경과 저지오름 정상에서의 성취감이 그 피로를 충분히 보상해 주었다. 이 길은 제주의 겉모습이 아니라 속살을 보여주는 길로 진짜 제주 사람이 되는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