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3일 토요일
올림픽 야구 결승전이 오후 7시에 쿠바와 예약된 날이기도 하다.
아침부터 시간이 더디 가기만 한 것 같아 일찌감치 집을 나선다.
중간에 막걸리 두통을 사곤 약속장소에 먼저 가서 친구들을 기다린다.
곧 현원이와 동조가 왔다. 오랜만에 산행에 동참케된 동조가 반갑고도 고맙다.
이어서 필수 영기가 오고 창식이를 기다리며 막걸리 한통으로 만남의 즐거움을 나눈다.
날씨는 비온 뒤끝이라 싱싱하다. 햇빛까지 더해지니 청순감마저 돈다.
뒤풀이로 두부집을 정했기에 그에 맞춰 코스를 정하곤 가볍게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한여름 더위에 지치기도 했을 몸을 생각해 상대적으로 낮은 산을 택하여선지 모두들
어렵지 않게 산을 오른다. 바위에 등산화가 착 달라붙는 감촉에 기분도 좋아진다.
24년만에 낡았다고 없애버린 정자터를 둘러보며 혹여 구 행정에 썸씽이 있지 않았나도 생각해본다.
어느 정도 낯익은 등산로를 걸으며 오른편에 전개되는 한강을 힐끔거리며 또 오른다.
이윽고,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큰바위 위에 정상자리를 편다.
저쪽 구리부터 이어지는 한강은 여전히 'S'라인의 교태를 뽐낸다.
어제 내린 비로 누런 황토물이라 빛을 바래긴 했지만 말이다.
그뒤로는 여러겹의 산등성이가 겹쳐보인다. 저 먼 뒷산이름이 뭔지 기철이나 종순이가 있었으면
잘 설명해줬을 텐데 아쉽다. 먼산골 사이마다 아파트들이 햇빛을 받아 빛을 발한다.
현원이는 제처가 직접 장받아와 만든 거라며 자랑스레 튀김을 맛갈스럽게 펼친다.
동조도 뒤질세라 푸짐한 족발을 꺼내놓는다.
막걸리 세통과 4홉짜리 소주에 더할 수 없는 좋은 안주거리다.
현원이처의 정성에 참으로 매번 고맙고 기다려지게 한다.
우릴 대신해서 현원이가 처에게 잘해주길 바란다.
펑퍼짐한 바위에 비스듬히 기대어 한강을 내려다보며, 황제처럼 마신 한 잔 술에 흥취되어
계곡으로 한강으로 뛰어들고픈 욕정이 꿈틀거린다.
간신히 불사르고 싶은 몸땡이를 진정시키곤, 다음 두부집을 향해 아차산 다람쥐 필수가
길을 잡아 물이 다녀야 하는 길도 헤치며 제대로 우릴 안내한다.
정상에서 두둑히 먹어논 탓에 두부 맛이 예전 같지 않지만 순두부는 여전히 입안의 혀를 감미롭게
흥분시킨다. 아! 어느 여인의 .......
야구 결승전 관람을 어찌할 지 의견이 분분해진다. 잠실로 갈지 시내로 갈지로.
마침 영기도 어머니 효행에 휴가를 받았단다.
일단 청계천길을 걸어가기로 했다.
삭막하고 시끄럽고 매연 가득한 시내 한복판의 오아시스 같은 산책길이다.
친구들과 더불어 잘 다듬어 놓은 길을 걸으며 행복해 한다.
물속의 고기들을 찾아내곤 자유롭게 노니는 모습에 팍팍한 인생살이를 일탈한 해방감도 느낀다.
모두들 다소 지친 둣 걷기를 멈추고 시내 호프집에서 티비로 응원케 된다.
필수의 폭탄주 몇순배에 시장기가 동해 닭한마리 칼국수집으로 갔다.
들어서자 와! 감탄이 터진다.꽉 찬 손님들과 옛날보다 열 배나 커진 홀이 가관이다.
열심히 맛나게 고픈 배를 채우곤 집에 가자는데,창식이가 부득부득 우기며 어디를 또 가잔다.
필수와 동조는 가고 네명이 오랜만이지만 정겨운 세종로로 부득불 간다.
세종회관옆 어느 2층술집으로 올라가자 자리가 없단다.잠깐 기다려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70 80 노래들이 나오며 테이블 사이사이 공간으로 나와 춤을 춘다.
순간, 옛생각이 나며 분위기에 고취된 끼는 잠시도 가만있게 나두지를 안아 모두들 그들과 어울어진다.
창식이가 우길만 했다. 고맙다 쨔샤.
거기서 야구 우승 세레머니를 맛보고 성수역까지만 가는 지하철 막차를 현원이와 붙잡아 타고
귀가했다.
빈대떡 뒤집 듯한 한판승으로 시작된 올림픽은 지상에서는 천만 볼트 물속에서는 죠스 펠프스라는
대 스타를 낳으며 아무도 예상 못한 9전 전승의 한국야구를 끝으로 이젠 잔치를 마치고 일상생활로
돌아가게 된다.
목표를 향해 열심히 하는 그대 모두들이 아름답다.
'어!' 하니까 우리도 이제 오십대, 돌이켜보면 '아차!' 싶은게 많으리라.
또 한 번 '어!' 하면 그땐 죽음이 앞에 왔으리라, 그때만은 '아차!' 싶은게 적었으면 싶다.
- 아차차산의 즐거운 산행을 간직하면서, 뚝-
**산행중에 최성훈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지만 곧 회복되리라 믿는다.힘내라 성훈아.
첫댓글 뚝 항상 좋은글 고맙고 또 고맙고 고맙다 항상 건강하고 좋은날만 있기를 친구들 바란다.
마치 한편의 소설을 읽는듯한 느낌이다. 역시 귀서기 글솜씨는 언제봐도 ... 굿!!!!! 근데 .. 성훈이 얘기는 또 뭐냐? 암튼 나도 조속한 회복을 기원한다^^
역시 감칠맛 나는 귀서기 글 읽고 있으면 간거나 진배없이 느껴지는구먼,,,친구들 좋은 시간들 보냈구나 항상건강하길 바란다,,,성훈이가 뭔일이 있었나? 암튼 빨리 회복되길 바란다,,,,
쌩유! 귀서가~ 멋진 후기에 멋진 찬사가 이어질만 하구나. 성훈이 이야기는 일부러 간단하게 쓴 것 같군... 아무튼 성훈이가 빨리 쾌차하기를 바란다.
맛갈스러운 글 보고서는 다음 산행에는 많은 친구들이 함께 동참했으면한다 ^0^
맛갈스런글도 있지만 맛갈스런 뒷풀이도 있었다며...............................? 휴...... 쩝....... 헐.........!
Sorry to hear of Sunghoon`s illness, I wish for a speedy recov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