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프랭클린 자서전]정보와 교훈을 제공하며 퍼져나가는 전토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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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프랭클린 자서전]

정보와 교훈을 제공하며 퍼져나가는 전토 클럽

우리 전토 클럽은 굉장히 유익한 모임이었다. 회원들도 모두 만족해서 몇 명은 자기 친구들을 가입시키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가 적정 인원으로 생각했던 열두 명이 초과되었다. 처음부터 우리는 이 클럽을 비밀로 운영하기로 규칙을 정했고 회원들 모두 잘 지켰다. 그렇게 한 이유는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 가입하려 하는데 우리 쪽에서 거절하기 곤란한 경우가 생길까 봐였다. 나는 회원 수를 늘리는 것에 반대했다. 대신, 회원들 각자가 전토 클럽과 같은 규칙을 가진 종속 클럽을 만들고 그 회원들에게 전토 클럽과의 관계를 숨기자는 제안을 했다. 그렇게 해서 거둘 수 있는 효과 몇 가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째, 우리의 모임을 활용해 더 많은 젊은이들의 자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둘째, 전토 회원들이 각자의 클럽에서 자신의 관심사를 제시하고 거기에서 통과된 내용을 전토 클럽에 보고하면 특정 안건에 관한 주민들의 일반적인 정서를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회원으로 추천할 수 있으니 각자의 사업에도 이익이 될 것이며, 여러 클럽을 통해 전토의 의견을 퍼뜨릴 수 있으므로 공공 문제에 대한 우리의 영향력과 선행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확대될 것이다.

내 제안에 전원이 찬성했다. 회원들은 저마다 클럽 만드는 일에 착수했다. 하지만 모두가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대여섯 개의 클럽만이 조직되어 ‘바인’, ‘유니언’, ‘밴드’ 등의 이름으로 활동했다. 클럽들은 그 나름대로 유익했고 꽤 많은 즐거움과 정보, 교훈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특정 문제에 대한 여론을 조성할 때에도 굉장한 도움이 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이야기를 해나가면서 필요할 때마다 언급하기로 한다.

체신장관으로 일하며 공공사업에 눈을 뜨다

내가 처음으로 공직을 맡은 것은 1736년 주의회 서기로 선출되면서였다. 그해에는 한 사람의 반대도 없이 당선되었다. 하지만 다음 해에 다시 추천을 받았을 때는(다른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1년에 한 번씩 선출되었다) 다른 후보를 지지하던 신참내기 의원 하나가 나를 반대하는 긴 연설을 했다. 하지만 나는 결국 당선되었다. 나로서는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 자리에 있는 동안은 서기 봉급을 받는 것 외에도 의원들과 친분을 쌓을 수도 있었고 투표용지나 법조문, 지폐 공문서 같은 인쇄 일도 맡을 수 있어서 어느모로 보나 이익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를 반대했던 그 신참내기 의원이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그는 재산과 학식과 재능을 모두 갖추고 있어 머지않아 주의회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사람처럼 보였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하지만 그에게 아첨해서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시간이 좀 지난 뒤에 다른 방법을 써보았다. 그의 서재에 아주 진기한 책이 한 권 있다는 소문을 듣고는 그 책을 꼭 한번 읽어보고 싶으니 며칠만 빌려줄 수 없느냐는 편지를 보냈다. 그는 선뜻 책을 빌려주었고, 나는 일주일쯤 뒤에 정말 감사하다는 메모와 함께 그 책을 돌려주었다. 그러고나서 의회에서 만났을 때 그는 아주 공손하게 말을 걸어왔다(전에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그 뒤로는 모든 일에서 내 편이 되어주었고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우리의 우정은 그가 죽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 일을 보더라도 옛말 중에 틀린 말이 없다는 걸 또 한번 알 수 있다. “당신이 친절을 베풀어준 사람보다 당신에게 친절을 베푼 사람이 앞으로도 당신에게 친절을 베풀 것이다.” 적의를 보이는 상대를 원망하고 되갚으면서 원한 관계를 지속하기보다는 신중하게 행동하면서 그 적의를 없애는 편이 훨씬 이롭다.

1737년 당시에는 예전 버지니아 주지사를 지냈던 스포츠우드 대령이 체신부 장관이었는데, 그는 필라델피아 우체국장을 근무 태만과 정확하지 못한 회계 처리를 이유로 해고하고 나에게 그 자리를 맡겼다. 나는 흔쾌히 받아들였고 굉장히 큰 이익을 얻었다. 비록 보수는 적었지만 통신이 용이해 신문의 질을 높일 수 있었고 그 결과 구독자 수와 광고 수요가 늘어나 결과적으로 수입이 훨씬 좋아졌다. 반면 오래된 경쟁자인 브래드퍼드의 신문은 그만큼 어려워졌다. 브래드퍼드는 우체국장 시절에 내 신문이 배달되지 못하게 했지만 나는 보복하지 않기로 했다. 어쨌거나 그는 회계에 철저하지 못했던 대가를 혹독하게 치렀으니 말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충고가 있다. 회계 처리와 송금은 무슨 일이 있어도 명확하게 그리고 시간을 철저히 지켜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경험은 새로운 일자리를 얻거나 사업을 확장할 때 가장 확실한 추천장이 되어준다.

이 무렵부터 나는 차츰 공공사업에 눈을 돌렸는데 우선은 작은 일부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해결하고자 했던 것은 도시의 야간 순찰 문제였다. 당시에는 각 구역의 경관들이 교대로 야간 순찰을 했고 그들이 함께 순찰할 일반 가정의 세대주들을 지명했다. 이때 순찰을 돌기 싫은 사람들은 경관에게 1년에 6실링을 내고 면제받았다. 이 돈은 그들 대신 순찰을 돌 사람들을 고용하는 데 쓰였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렇게 거둬들인 돈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서 사람을 고용하고 남는 돈은 경관들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돈을 챙긴 경관들은 걸핏하면 부랑자들에게 술값을 조금 찔러주며 자기 대신 순찰을 돌게 했고, 당연히 세대주들은 부랑자들과 함께 순찰 도는 것을 꺼렸다. 뿐만 아니라 경관들이 아예 순찰을 빼먹고 밤새 술을 마시는 경우도 허다했다. 나는 전토 클럽에서 발표할 생각으로 경관들이 저지르는 부정행위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에서 나는 경관들에게 내는 6실링이라는 세금이 불공평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야간 순찰로 보호받을 수 있는 재산이 기껏해야 50파운드밖에 안 되는 가난한 과부가 가게에 몇천 파운드어치의 물건을 쌓아놓고 있는 부유한 상인과 똑같은 돈을 내는 것은 공평치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적당한 사람을 고용해 급료를 주고 지속적으로 순찰을 맡기는 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공정하게 재산에 비례해 세금을 징수하는 방법으로 충당하자고 했다. 전토 클럽은 내 제안을 지지했고 자신이 운영하는 클럽에서도 그 얘기를 했다. 하지만 전토 클럽의 존재는 비밀로 한 채 각자의 클럽에서 제안된 것으로 햇다. 내 계획이 즉시 실행에 옮겨지지는 못했지만 사람들에게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고, 몇 년 뒤 우리 클럽 회원들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자 마침내 법률로 제정되었다.

이즈음 나는 온갖 사고와 부주의로 발생하는 화재에 관해 논문을 한 편 썼다(처음에는 전토 클럽 내에서 읽히다가 나중에 출간되었다).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려는 게 그 목적이었다. 내 제안은 실효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즉시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졌다. 언제는 화재를 진압할 수 있고 위험 상황에서 물건을 안전하게 옮길 수 있는 협력 체제를 갖춘 소방대를 조직한다는 내용이었다. 소방대원으로 참여하겠다는 지원자 수가 순식간에 서른 명에 이르렀다. 규약에 따라 모든 대원은 불이 났을 때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일정 개수의 가죽 물통, 튼튼한 가방과 바구니(물건을 담아 나르기 위한 것)들을 항상 준비해두어야 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저녁에 모여 화재시 효과적인 대처법을 비롯한 여러 문제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로 했다.

얼마 안 가 이 조직의 유용성이 확인되자 지원자가 급격히 늘어 우리가 애초 정해놓은 적정 인원을 넘어섰다. 우리는 그들에게 소방대를 따로 하나 더 만들라고 권했고 그들은 우리 말대로 했다. 이런 식으로 새로운 소방대가 계속 생겨나더니 나중에는 재산이 있는 주민들 대부분이 소방대원일 정도로 그 수가 늘어났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내가 유니언 소방대를 처음 만든 지 50년이 지났지만 그 소방대는 지금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나와 나보다 한 살 더 많은 사람 하나를 제외하고 초창기 대원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지만 말이다.

소방대에서는 모임에 빠지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벌금을 거둬서 소방차와 사다리, 소방 기구 등 소방대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했다. 화재를 초기에 진압할 수 있는 소방 시설을 우리만큼 잘 갖춘 도시가 전 세계에 또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로 소방대가 생긴 뒤로 우리 도시에서는 한 번의 화재로 두세 집씩 타버리는 일이 없어졌다. 화재가 어느 집에서 시작되든 반도 타기 전에 완전히 진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