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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16
대왕쥐가오리
얼마 전 제주도 남쪽 마라도 바다에서 잡힌 가오리가 화제예요. 몸길이가 1m, 몸통 너비는 2m로 보통 가오리·홍어와 비교하면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몸집이었죠. 이 가오리는 만타가오리라고도 알려진 대왕쥐가오리랍니다. 보통 열대·아열대 바다에서 살아가는데 최근 지구온난화에다가 폭염까지 겹쳐 우리나라 주변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자 제주도 부근까지 온 것으로 추정돼요.
이번에 잡힌 대왕쥐가오리는 어린 놈으로 보여요. 왜냐면 다 자랐을 때 몸길이가 5m, 몸통 너비는 8m나 되거든요. 전 세계 가오리 중 가장 커다란 가오리랍니다. 만타가오리의 만타(manta)는 스페인어로 '담요'라는 뜻이에요. 몸통을 펄럭이며 헤엄치는 모습은 활짝 펼친 담요를 연상시켜요. 그래서 '바다의 양탄자'라고도 부른답니다.
▲ 대왕쥐가오리는 몸통을 펄럭이며 헤엄을 쳐서 마치 바다를 떠다니는 양탄자처럼 보여요. /위키피디아
가오리는 보통 납작한 몸통의 아랫부분에 입이 있고, 단단한 이빨이 있어서 물고기·게·조개 등을 사냥해 아작아작 씹어 먹어요. 그런데 대왕쥐가오리는 물고기처럼 입이 앞쪽에 나 있어요. 그리고 입 앞에는 양옆으로 툭 불거져 나온 돌기가 있습니다. 이 돌기는 헤엄칠 때 양옆으로 까딱까딱 움직이면서 방향타 역할도 하고, 사람으로 치면 젓가락 역할도 해준답니다.
대왕쥐가오리의 주된 먹잇감은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플랑크톤과 게·새우의 새끼 등인데요. 돌기를 움직여 입 쪽으로 끌어들인 다음 물과 함께 들이마신 뒤 아가미로 물을 걸러내고 먹는답니다. 이빨이 있기는 하지만 아주 자잘해서 다른 가오리처럼 먹이를 씹는 데 쓰이지 않아요. 덩치는 집채만 한데 눈에 보일락 말락 한 바다 생물들을 먹는 것은 상어 중 가장 덩치가 큰 고래상어와도 빼닮았죠.
가오리와 상어 모두 뼈가 물렁한 '연골어류'인데, 과학자들은 상어에서 가오리로 진화해 갔으며, 그중 가장 진화한 형태가 대왕쥐가오리라고 말해요. 실제로 먹잇감을 사냥할 때 무리를 지어 사슬처럼 몸을 연결해 먹잇감을 가두는 등 지능적인 행동을 보인답니다.
대왕쥐가오리는 태평양·대서양·인도양 등 전 세계의 먼바다에 골고루 분포해요. 보통 수심 10m 정도의 비교적 얕은 바다에서 발견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200~450m까지도 헤엄쳐 들어가요. 심지어는 수심 1000m까지 들어간 적도 있대요.
많은 연골어류가 뱃속에서 알을 부화해 어느 정도 크기로 자라면 밖으로 내보내는 방식으로 번식하는데요. 한 배로 낳는 새끼는 적지만 생존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죠. 대왕쥐가오리 역시 난태생인데 한 번에 암컷에게서 태어나는 새끼는 고작 한 마리예요.
심지어 알이 암컷 몸에서 부화해 태어나기까지 1년이 걸려요. 사람의 임신 기간보다 길죠. 갓 태어난 새끼 대왕쥐가오리의 몸통 너비는 1m를 훌쩍 넘어 어지간한 성체 가오리보다 크답니다. 대왕쥐가오리의 가장 무서운 적은 '사람'이랍니다. 아가미 부분은 중국에서 한약재로 인기가 있어 이를 노리는 사람들에게 희생되는 경우가 끊이지 않는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