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살기_의정부교구 송추성당
사랑을 실천하는 ‘작은 공동체’
글 / 최태용 레오 의정부 Re. 명예기자
화려하고 큰 성당, 신자들이 자본주의의 광풍에 구름처럼 몰리는 성당이 넘쳐나고 있는 현실에 신자가 약 70명 정도 되는 작은 성당이 있다. 양주시 장흥면 교현리 135-1, 의정부에서 멀지 않은 시골에 자리 잡고 있는 송추성당.
‘소외계층을 방문하는 등 이웃사랑 나눔을 실천해 행복온도를 높이고 서로 돕는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는 작은 공동체’를 이상적인 교회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송추성당에는 의정부 애덕의 모후 레지아 직속 레지오 단원들이 있다.
공소에서 준성당으로 승격되고, 다시 2년 전 성당으로 승격 되어 아직 조립식 건물 상태로 남아 있으나 신자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곳이다. 입구의 성화와 성전 안의 단아함은 기도를 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나는 곳이다.
송추성당은 남종삼 요한과 황사영 알렉시오 순교자들의 묘지와 가까운 위치에 있어, 벌초와 주변 풀베기를 매년 하고 있다. 특히 황사영 성인묘역은 정확한 주소지가 없어 찾아가기 힘들어하는 순례자들을 묘역까지 안내하고 단원 스스로 자주 묘역을 참배하여 신앙 선조들의 삶과 죽음을 되새기며 자신들의 삶을 돌아본다. 또한 단원들은 성서나 시편 등을 읽고 그 말씀을 바탕으로 묵상하고 기도하면서 가슴속에서 순교자들의 삶을 닮고자 노력하고 있다. 몸이 불편해 미사 참례 할 수 없는 분들을 찾아내어 신부님 모시고 개인 봉성체 할 수 있도록 하고, 효병원(양로원) 봉사 활동으로 복음과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며 이들을 감싸 안는 뜨거운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말하기보다 들어주는 돌봄 실천
그들은 먼저 말하기보다는 들어준다. 이런 활동 방식으로 돌봄의 삶이 하느님의 참뜻이라 여기고 있기에 교회 주변에 홀로 된 어르신들과 소외계층을 찾아다니며 상담에 주력하고 있다.
어느 날 성당 옆으로 이사 온 최고령 베네딕다 할머니를 상담 하던 중 과거에 레지오 활동을 20년 했지만 피치 못한 사정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시골로 이사 와야 했던 사정을 알게 되었다. 단원들을 만나면 할머니는 “내가 왜 이렇게 오래 사는지” 혼잣말을 하시면서 눈물을 글썽이곤 했다. 막내딸이 수녀로 있고 아들은 형편이 어려워 누구 하나 챙겨주지 않았던 고된 삶에 대한 할머니 스스로의 푸념이었던 듯했다.
이러한 삶을 이해한 단원들은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위한 보행 보조기를 준비하여 자유로운 나들이를 할 수 있도록 도와 드렸다. 그리고 집안 청소 및 가전제품을 장만해 주고 매주 모시고 나와 식사 대접을 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보살펴 드렸지만 결국 지난해 하느님 품으로 가셨다.
교회에 교적은 있지만 이미 오랜 기간 성당과 담을 쌓은 냉담자 가정에 매주 주보를 전달하며 대문 앞에서 기도하고 나오는 단원들의 모습을 수년 동안 보아오던 냉담자들은 ‘종교 본연의 책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어 하느님께 한 걸음씩 다가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또한 단원들은 참된 믿음의 사람으로서 사도적 확신을 가지고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 주었다.
베풂 속에 하느님 은혜 경험하는 기쁨
주일 때마다 참기름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거룩한 미사’ 책을 송추성당 전 신자들에게 나눠줘 미사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 미사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횃불 역할을 했다. 성당 주변에 헌병 검문소가 있는데, 처음에는 근무 중인 젊은이들에게 주보를 전달해주며 따뜻한 미소와 함께 가까운 곳에 성당이 있음을 알렸다. “부활절에는 계란을, 성탄절에는 떡과 오뎅, 초코파이 등을 전달했는데 병사들이 기대 이상으로 행복해하는 것을 봤다”며 “이 안에 하느님의 사랑도 함께 담아 전달했으니 가치 있는 선교였다”고 말한다.
구세주의 어머니쁘레시디움 신순분 벨라뎃다 단장은 “베풂을 통해 많은 분들을 대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원들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준비하며 기도하는 가운데 하느님의 은혜를 경험하는 것 역시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말로 선교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진정으로 그 영혼을 사랑하고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다짐이다. 개인의 사리사욕을 앞세우지 않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나눔과 베풂의 정신을 실천하며, 행복한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현재 송추성당은 애덕의 모후 레지아 직속 구세주의 어머니 Pr.(단장 신순분 벨라뎃다)과 만민의 어머니 Pr.(단장 이추월 안나) 2개 쁘레시디움 23명의 단원들이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