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산책49. 혁(革) - 이 시대의 혁명
제49괘 혁(革)
- 이 시대의 혁명 -
革 已日 乃孚 元亨利貞 悔亡(혁 이일 내부 원형리정 회망)
鞏用黃牛之革(공용황우지혁)
已日 乃革之 征 吉 无咎(이일 내혁지 정 길 무구)
征凶 貞厲 革言 三就 有孚(정흉 정려 혁언 삼취 유부)
悔亡 有孚 改命 吉(회망 유부 개명 길)
大人虎變 未占 有孚(대인호변 미점 유부)
君子豹變 小人革面 征 凶 居貞 吉(군자표변 소인혁면 정 흉 거정 길)
** ⓵공(鞏)은 ‘묶을 공’입니다. 묶다, 굳다, 볶다, 라는 뜻입니다. ⓶표(豹)는 ‘표범 표’입니다. ⓷혁(革)은 ‘가죽 혁’입니다. 가죽, 피부, 갑주, 투구를 뜻합니다. **
혁명의 사전적 의미는 정치적으로 헌법을 벗어난 행위, 왕통이 바뀌는 일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우는 일을 말합니다. 30년 전에만 해도 아침 뉴스에는 어느 나라에 쿠데타가 일어나 정권이 바뀌었다는 게 종종 있는 일이었습니다. 내전 이야기는 늘상 있는 일이었습니다. 우리나라도 크게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물리적인 힘에 의해 정치적 격변이 일어나는 일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을 탄핵하고 전직 두 대통령을 구속시키는 일도 촛불혁명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 일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앞으로는 정치적인 격변은 헌법을 벗어난 물리적 행동을 통해서 일어나는 일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신 경제에 관해서는 엄청난 변화가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한 번 더 정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증기기관 발명(1차), 대량 생산과 자동화(2차), 정보기술(IT)과 산업의 결합(3차)에 이어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을 통해 생산기기와 생산품 간 상호 소통 체계를 구축하고 전체 생산과정 최적화를 구축하는 네 번째 산업혁명을 4차 산업혁명(4th Industrial Revolution)이라 합니다. 미국에서는 AMP(Advanced Manufacturing Initiative), 독일과 중국에서는 ‘인더스트리 4.0’이라고 부릅니다.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창시자는 기존 산업분류(콜린 클라이크 방식)에서 정의되지 않는 모든 산업이 가져올 세계 경제 변화를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렀습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이용한 기기 간 인터넷의 발달과 개별 기기를 자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사이버물리시스템(CPS)의 도입이 이를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모든 산업설비가 각각의 인터넷주소(IP)를 갖고 무선인터넷을 통해 서로 대화합니다. 4차 산업혁명을 구현하기 위해선 스마트센서 공장자동화 로봇 빅데이터처리 스마트물류 보안 등 수많은 요소가 필요합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선 표준화가 관건인데 독일과 미국은 표준통신에 잠정 합의해 이 분야를 선도할 채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의 관계도 문제가 많습니다. 무인(無人) 공장의 등장으로 소비자는 큰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이는 축복이라고 볼 수 없는 게 일자리 감소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6년 7월 수작업을 대신하는 로봇의 확산으로 앞으로 20년간 아시아 근로자 1억37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선진국도 2020년까지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질 것이란 예측이 나왔습니다. 저임금 근로자들이 타격을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이상 한경 경제용어사전 및 한국경제신문 참조).
물론 1·2·3차 산업혁명 때도 기계가 일자리를 없애는 것에 대해 걱정했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또 생겨났습니다. 어떻게 준비하는가에 따라 미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고대에는 혁명을 어떤 자세로 이루고 대처했는지, 오늘에 어떤 함의가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혁 이일 내부 원형리정 회망(革 已日 乃孚 元亨利貞 悔亡). 혁명은 이전 시대의 모순과 부조리를 혁파하고 새로운 대안을 세우겠다는 굳센 의지로 차근차근 단계를 거쳐 이루어내야 후회가 없습니다.
⓵ 공용황우지혁(鞏用黃牛之革). 황소의 가죽으로 단단히 묶는다는 말입니다. 혁명의 길은 고난의 길이라서 유대와 연대의 끈을 단단히 묶지 않으면 대열은 무너지고 고난을 이기지 못하고 흩어지고 심지어 배반하는 사람이 나오기도 합니다.
⓶ 이일 내혁지 정 길 무구(已日 乃革之 征 吉 无咎). 지난 시기의 모순과 비리를 혁파하고자 나서는 일은 길하고 허물없는 일입니다. 실패나 좌절로 끝나도 혁명에 나서는 일 자체가 허물로 남지는 않습니다.
⓷ 정흉 정려 혁언 삼취 유부(征凶 貞厲 革言 三就 有孚). 혁명에 나서는 일은 자칫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하는 위태로운 일이어서 신중해야 합니다. 혁명의 명분도 세 번에 걸쳐 축적해야 합니다. 그래야 추종자들의 신뢰를 얻습니다.
⓸ 회망 유부 개명 길(悔亡 有孚 改命 吉). 혁명의 길에 대한 후회가 없고 신념을 가지고 혁명을 완수하면 길합니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 확고한 믿음이 있어야 성취할 수 있습니다.
⓹ 대인호변 미점 유부(大人虎變 未占 有孚). 교양을 갖춘 중산층이 호랑이처럼 공분을 하고 나서면 머뭇거리던 사람도 점쳐볼 필요 없이 믿음을 갖고 따르게 됩니다.
⓺ 군자표변 소인혁면 정 흉 거정 길(君子豹變 小人革面 征 凶 居貞 吉). 혁명이 성공한 다음 군자가 표범처럼 사납게 변해 권력을 흉포하게 휘두르고, 소인은 얼굴을 바꾸어 새로운 부조리에 나선다면 흉합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이어가야 혁명의 길은 길하다 할 수 있습니다.
촛불혁명을 할 때는 대다수 참여세력들이 같은 대열을 이루었지만 혁명이 끝나고 정권이 교체되자 입장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게 됩니다. 정권 내부에서도 주도권 쟁탈을 위해 이전투구를 하는 일이 빈번합니다. 치열한 노선투쟁을 하더라도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요즘 민주당은 희망을 주기도 하지만 걱정도 많습니다. 군자는 표변하고 소인은 혁면하는 시대가 아니길 기도하고 또 기도합니다.
그곳에 가면
삶이 팍팍하고 홀로 견디기 힘들 땐
빛내골을 찾으세요.
하늘을 버티고 우뚝 선 금강소나무들이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볼 일입니다.
나이 들어 외롭고 초라해질 때면
빛내골을 찾으세요.
오린 소나무들과 어울려 품격 있게 살아가는
나이 들어 늠름한 금강소나무를 만나 볼 일입니다.
정부가 하는 일이 하루 앞도 내다보지 못한다고
울화가 치밀어 오를 땐 빛내골을 찾으세요.
150년 후를 내다보고 나무를 심고 가꾸는
현자 같은 산지기들을 만나 볼 일입니다.
구구팔팔 청춘을 꿈꾼다면 빛내골을 찾으세요.
여든 살 신갈나무를 아내로 맞은 백이십 살 금강소나무의
사랑노래를 들어 볼 일입니다.
경상북도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빛내골
그곳에 가면
하늘이 가꾸는 금강소나무 궁전이 있답니다.
하늘이 왜 드높은지
세상이 왜 그리 아름다운지
어찌하여 삶은 아직도 살만한 것인지
알려주는 성자를 만날 수 있답니다.
빛내골 금강소나무 성전
그곳에 가면
(조연환. 시인, 전 산림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