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다음에 올 일들
2008.1.18
하상주
아직 서브 프라임 위기가 다 가시지도 않았는데 그 뒤를 이어 올 일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그 중에 큰 것이 두 가지다. 하나는 CDS 위기이고, 다른 하나는 채권 보증기관의 신용 등급 하락 가능성이다.
먼저 CDS 위기의 내용을 보기로 하자. CDS란 대출이나 채권의 부도 가능성에 대한 보험 상품으로 이 상품을 사는 사람은 만약에 그 부채가 부도가 나면 CDS를 판 금융기관에게서 채권의 원금을 대신 받을 수 있다. 대신에 이 상품을 판 금융기관에게 매년 일정한 수수료를 준다. 금융기관에게서 대출을 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의 신용이 낮아지면 CDS의 가격은 올라가고 반대로 신용이 높아지면 CDS의 가격은 내려간다.
지금 미국에서 CDS 발행 잔액은 약 45조 달러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실제로 기업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액의 잔액은 약 5조 달러다. 즉 그 기초가 되는 부채의 9배가 되는 CDS가 발행되어 있는 것이다. 이 말은 CDS를 사는 금융기관들이 실제로는 기업에 대출이나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고도 단순히 CDS의 가격 변동에서 수익을 보려는 투기적인 수요가 매우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기업의 부도율이 올라가면 이 명목 금액으로 45조에 이르는 CDS 상품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손실이 어떤 형태로 일어날 것인지 아직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만약 실제 발행 부채액 5조 달러를 기준으로 하고, 부도율을 5%로 보고 회수율을 30%로 보면 손실액은 약 1750억 달러에 이른다. 또 어떤 계산에 따르면 CDS 발행 총액을 기준으로 손실액이 약 2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기도 한다.
혹자는 말한다.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으면 이익을 보는 사람이 있으므로 그 순 효과는 제로가 아니냐고. 계산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이 손해로 어떤 금융기관은 매우 큰 손실을 입을 수가 있다. 더 나아가서 이 계약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즉 거래 상대방 위험(counterpart risk)가 일어날 수도 있다. 만약 금융시장에 이런 거래 상대방을 믿지 못하는 위험이 일어나면 금융시장의 시스템은 작동에 동맥경화 현상을 일으키게 된다.
그 다음에는 회사채 보증 기관들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다. 지금 신용 평가 회사들은 미국 최대의 보증기관들, 예를 들면 MBIA, Ambac의 신용 등급을 내리려고 하고 있다. 이들이 모기지 관련 상품을 보증했는데 이 상품들이 부도를 내는 바람에 여기서 손실이 났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보증기관들은 평가 등급이 최고 등급인 AAA다. 다른 회사들이 이 보증기관에 보증료를 내면서 보증을 받는 것은 바로 보증기관의 등급 AAA를 자신의 등급으로 빌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보증기관들이 신용등급이 AAA에서 밑으로 떨어지면 이들 보증 회사가 어려움에 빠지는 것은 물론이며, 이 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보증을 선 상품들이 신용 등급의 하락으로 불가피하게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다. 현재 보증기관들이 선 보증 총액은 약 2.4조 달러라고 한다. 여기서 약 2000억 달러 정도의 손실이 날 것으로 보는 곳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