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일요일! 아침부터 천안의 우정힐스를 찾은 갤러리로 목천IC일대는 교통대란이었다. 우정힐스 주차장은 이미 만차였고 독립기념관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쉴 새 없이 갤러리들을 실어 날랐다.
물론 독립기념관에 주차장도 말 그대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온 가족이 나들이를 온 듯 선글라스에, 각 골프용품 브랜드 사들의 모자들을 쓰고, 가방엔 음식과 물, 이동식 방석들을 준비하고 손에는 골프우산을 하나씩 든 모습은 우리나라에서의 골프의 열기가 어떤지를 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당초 오늘 비가 올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화창한 날씨는 온 가족을 갤러리로 만들었다. 국내에서 열리는 오픈 대회 중에서 이렇게 많은 갤러리는 일찍이 없었던 거 같다. 오늘만 1만 여명이 넘어 되어 보이는 갤러리, 명실 공히 한국 최대의 골프대회다웠다.
이것이 비제이싱 효과인지 아니면 엘로드와 하나은행의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천안까지 내달려와 구름처럼 이동하는 갤러리는 마치 커다란 용의 움직임을 보는 듯 했다.
파이날 라운드의 참피언 조는 오전10시에 티업을 시작했다. 3라운드까지 최종합계에 의해 정해진 참피온 조는 비제이싱(8언더), 강경남(삼화저축은행, 4언더), 이인우(투어스테이지, 4언더)가 한 조를 이루었다. 참피언 조라는 부담과 이들을 따라 붙는 1만 여명이 넘는 갤러리 때문이었을까 참피언조의 최종라운드 성적은 참피언조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부진했다.
전날까지 계속 참피언조에서 비제이싱과 자웅을 겨루던 강경남과 3라운드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던 이인우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부진했다. 특히 비제이싱과 강경남의 장타는 이인우의 플레이를 더욱 어렵게 했다. 이인우는 이날 7오버를 칠만큼 정말 볼이 안 맞았다.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고 이미 두 사람의 플레이에 말려든 듯 했다.
그렇다고 비제이 싱과 강경남의 플레이가 참피언조 다웠던것도 아니다. 비제이싱은 최종라운드 2오버, 강경남도 1오버로 다른 조들의 4언더, 3언더를 이루는 조들과 대조를 이루었다.
비제이싱이야 워낙 3라운드까지 다른 선수들과 격차를 많이 두어 2오버 정도의 부진으로 막을 수 있었다. 참피언조가 아닌 디펜딩 참피언 양용은(테일러메이드)은 이날 3언더로 합계 4언더, 김경태(신한은행)는 이날 4언더로 합계 4언더를 이루어 최종합계 공동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에 우승까지도 예견되던 강경남은 이날 1오버로 최종합계 3언더로 공동4위를 이인우는 이날 무려 7오버로 최종합계 3오버로 15위까지 내려가는 최악의 날이었다.
올해의 상금랭킹에서도 계속해서 김경태가 우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김경태의 경우 2라운드 플레이 도중 논란이 된 플레이로 왠지 석연치 않은 입장이 되었던 면도 있다.
논란이 되었던 것은 16번홀(파3) 상황이었다. 김경태의 티샷이 그린 옆 벙커에 떨어졌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조에 속한 양용은의 볼과 나란히 붙어 버렸던 것이다.
김경태는 자신 때문에 양용은의 샷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볼 위치를 마크한 뒤 경기를 속개했다.
여기서의 문제는 김경태가 마크하는 과정에서 볼을 바지 주머니 속에 집어 넣었고 이 행동이 골프규칙 21조와 22조에 규정된 "그린 위 또는 특별한 경우 이외에는 `볼을 닦을 수 없다'는 조항에 위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경태의 행동이 `볼을 닦는 행위'에 해당됐다면 1벌 타를 받아야 했고 김경태는 이를 모르고 스코어 카드를 제출했기 때문에 스코어 오기로 실격을 당할 수 있었다.
이 사실을 제보 받은 대회조직위원회는 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김경태의 행동은 `볼을 닦는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오의환 대한골프협회 규칙분과위원장은 "김경태에게 직접 물어보니 당시 한 손에는 볼을, 다른 손에는 골프채를 들고 마크를 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볼을 주머니에 넣을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당시 볼에 진흙 등이 묻을 상황이 아니었고 볼을 닦으려는 목적으로 주머니 속에 넣은 것이 아니며 다음 스트로크에 도움을 주는 행동이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주최측인 대한골프협회 규칙분과위원장의 상황 정리로 이에 대한 논란은 일단락되었지만 상금랭킹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강경남 프로나 다른 프로들에게까지 심정적으로 완전한 이해를 구한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어찌되었던 과거 아마추어 1위였고 올해 상금랭킹1위를 달리고 있는 선수라면 좀더 성숙한 플레이를 보일 필요가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 18번 홀에서 비제이싱은 3번 우드로 홀을 직접 공략하는 공격적인 샷으로 버디를 기록하며 최종합계 6언더로 2위 그룹의 4언더 선수들과의 격차를 확실히 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마지막 홀에서 이인우 프로의 벙커샷이 그대로 홀에 빨려 들어가는 기적 같은 쇼를 연출해 갤러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마지막 홀 까지도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모든 갤러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PGA상금랭킹3위 비제이 싱은 플레이만이 아니라 매너나 성실한 태도에서도 많은 볼거리를 갤러리들에게 제공하였다.
끝으로 대회 첫날부터 문제된 핸드폰 소리나 카메라 셔터 소리는 우리 갤러리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매너일 것이다. 좀 더 성숙한 갤러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핸드폰은 꺼두거나 진동으로 놓아야 한다는 것은 새삼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때문에 민감해진 스텝과 갤러리들간에 공공연한 분란까지 야기하기도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벌어진 골프대회에서 보여줄 한국 갤러리들의 성숙된 모습을 기대해 본다.
첫댓글 지상중계같습니다. 현장의 상황을 눈으로 직접본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