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수출액 해마다 2배로 늘리겠다"
불황으로 소비 양극화
식품단가 낮추기 힘써
2009년 초 대상은 벼랑 끝네 몰렸다. 글로벌 경제를 뒤흔든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사태의 여파가 계속됐고, 회사 경영실적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2008년 국제 옥수수 시세가 폭등하면서 전분당 사업은 흔들렸고, 전략적으로 육성하던 바이오 사업 역시 수출단가 하락에 따른 적자 누적으로 철수를 검토하고 있었다.
이때 '구원투수'로 영입된 사람이 바로 박성칠 대상 사장(56)이다. 2009년 3월 대상 대표이사로 취임한 박 사장은 적극적인 체질 개선화 혁신 활동을 통해 회사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006년 1조189억원에서 2007년 9621억원, 2008년 9202억원으로 내리막길을 걷던 매출은 박 사장 취임 이후 상승 곡선을 그렸다. 2009년 1조90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1조 2023억원을 올렸다.
박 사장은 "2009년 겪었던 위기 상황을 벗어나 이제 회사의 성장 기반이 갖춰졌다"고 평가했다.
박 사장은 대상이 빠르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실행력'과 '창의력'을 꼽았다. 이는 박 사장의 경영 신조이기도 하다. 신속한 실행력을 갖고 있는 회사는 망하지 않는다는 것. 여기에 창의력이 더해지면 `1등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취임 후 지난 2년간 보다 강도 높고 다양한 PI(프로세스 혁신)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혁신 활동의 역사는 짧지만 대상의 실행력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다고 평가합니다. 식품 업계 중에는 최고 수준이고, 국내 대기업 중에는 삼성전자 다음 정도는 될 겁니다."
박 사장은 대상이 외부에서 처음 영입한 최고경영자이다. 삼성전자 경영혁신팀 SCM그룹장과 i2테크놀로지 대표이사를 거쳐 2004년부터 삼성전자 경영혁신팀 SCM그룹담당전무를 역임하면서 력신 관련 전문가로 명성을 쌓았다. 대상은 2006년 초부터 혁신 관련 자문역을 하면서 대상의 혁신 활동을 이끌어왔다.
IT(정보통신) 분야에 몸담았던 그의 눈에 비친 식품 산업은 지나치게 내수에 치우쳐 있었다. 그는 '글로벌화'와 '차별화'에 눈을 돌렸다. 그는 식품 산업도 IT처럼 적극적으로 세계 시장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매년 전년 대비 수출을 두 배씩 늘려가도록 목표를 세웠다. 현재 일본 시장에서는 '청정원 마시는 홍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소재 사업도 수출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요즘 '한식 세계화'를 많이 얘기하지요, 그런데 처음부터 전통 한식을 들고 나가면 시장 개척이 어렵다고 봅니다. 홍초를 예로 들어볼까요. 이미 일본에 응용식초 시장이 형성돼 있었기 때문에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겁니다. 없더 시장을 새로 만들려면 시간과 노력이 엄청나게 듭니다. 고추장을 일본 1만개 점포에 넣는 데 3년이 걸렸는데, 홍초는 단 몇 달만에 전 점포에 깔렸습니다. 어느 정도 형성된 현지 시장에 기능이 우수한 우리 제품을 가져가 승부를 봐야 합니다"
'미투'상품이 난부하는 국내 식품 업계에서 제품 차별화는 그에게 또 다른 과제였다. 그래서 그가 사장 취임 우 내놓은 첫 작품이 우리쌀로 만든 카레였다. "개인적으로 밀가루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런데 식품회사에 와서 보니 모든 회사들이 카레에 쌀 대신 값싼 밀가루를 넣어 만들더군요. 제가 쌀로 다 바꾸자고 제안했더니 연구원들이 다 뒤집어졌습니다. 쌀로 카레를 만드는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라고요. 결국 몇 달의 밤샘 작업 끝에 탄생한 것이 우리 쌀로 만든 '카레여왕'이었죠"
양극화가 심해지는 요즘 박 사장은 프리미엄 제품 개발과 함께 식품단가를 낮추는 작업에 관심을 쏟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소비 시장이 둘로 나뉘고 있지 않습니까? 취임 초기에는 식품 전체를 모두 프리미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싼 소재를 잘 가공해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든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이를 위해 대상의 식품, 바이오, 전분당 등 전 사의 연구개발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황이 오면서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식품회사로서 더욱 원가 절감이 중요해진 것이지요. 전 사업부서가 머리를 맞대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건강에는 좋지만 값싼 돼지 뒷다리살에 조미 발효 기술을 결합하는 식으로 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상의 향후 성장동력은 소재 부문이 될 것으로 자신했다. 그는 "2016년까지 소재 산업 비중이 식품을 넘어설 것"이라며 "전분당을 활용한 친환경 소재 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CEO 취임 3년차인 그는 수평적인 소통 문화 정착에도 큰 기여를 했다는 평을 받는다. 7이전 퇴근제, 가족사랑데이 등을 도입해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였고 최근에는 직장보육시설도 열었다.
박 사장은 직원들과의 시킨십도 강조한다. 취임 직후부터 전 직원을 일대일로 만나는 '소주 미팅'을 해오고 있다. 그는 "이제 지방 사업장 몇 곳만 돌면 전 직원을 모두 만나보게 된다"며 미소를 지었다. 직원들과 노래방에 가면 부르는 18번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와 '광화문 연가'.
인터뷰 말미에 그는 식품 산업의 매력이 '사회공헌'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를 위해 건강한 식품을 만들어 사회에 기여한다는 것"홍초를 마시면 건강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지요. 우리가 만드는 김치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단순히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제품을 만들어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 이것이 식품 산업의 매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