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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쌍의 잉꼬부부가 탄생한 연천 성산을 올라가 보니
(기행 수필)
루수/김상화
절기상으로는 가을이 온 지도 한참 되었지만, 아직 우리가 체감으로 느끼는 가을은
저만큼 있다. 그 가을이 지금 달려오고 있다. 가을 소리만 들어도 그리움이 가슴을 파고든다. 왜 가을은 심오한 생각에 그리움에 젖어 가슴을
설레게 할까? 햇살 가득한 논밭에는 풍년 되게 해달라고 벼 이삭, 수수 이삭 고개 숙여 기도하고, 고추잠자리 빨랫줄에 앉아 가을을 즐기며
사색하고 있다. 여름에 녹아내린 더위가 지나면 애절하게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애간장을 녹일 것이다. 머지않아 귀뚜리 소리 들려오면 첫사랑의
애인도 생각이 나겠지요? 가을은 사랑을 낳고 그 사랑이 그리움을 만들어 낸다. 팔월은 폭염으로 괴로움을 주어 미안하다고 한다. 그래서 가을엔
선선한 바람도 보낸다고 약속한다. 이젠 팔월도 떠나려고 여울목까지 왔다. 가을이 오면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린 과일은 예쁘고 탐스럽다.
태양으로부터 사랑을 받은 과일은 얼굴이 불그스레 예뻐지듯 사람도 사랑을 많이 받으면 예뻐진다고 한다. 우리는 마지막 남은 더위와 한바탕 씨름도
하고 잘 가라고 사랑도 하고 싶다. 팔월을 잘 마무리 하고 서로 보듬고 사랑을 주고받으려고 산울림 가족은 오늘 연천에 있는 성산을 간다.
가을의 햇살을 가르며 연천에 있는 성산을 향해 차는 달린다. 아직 더위는 잠들지
않은 가을이지만 산울림 가족은 오늘을 사랑하며 즐길 것이다. 옆자리는 필자가 사랑하는 김명식 회원이 앉았다. 반갑게도 필자가 존경하는 이준태
고문과 서석태 고문이 앞 좌석에 앉았다. 한참을 달리던 버스는 주차장도 갖추어지지 않은 성산 입구에 멈춘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정상을 향해
오솔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 길은 "성산 숲길"이라 명명해 놓았는데 처음부터 만만치 않은 깔딱고개다. 험하게 자갈까지 깔려 정상까지 가려면
무척이나 고통스러울 것 같다. 불과 100m 정도 올라갔을 때였다. 생각지도 못한 생리적 현상이 일어난다. 배가 몹시 아프기 시작하더니 참을 수
없는 현상까지 온다. 할 수 없이 우거진 수풀을 헤치며 숲속으로 들어갔다. 시원하게 해결하고 나오니 회원들이 한 분도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회원들과 500m 이상 떨어진 느낌이다. 혼자서 땀을 흘리며 따라가려고 부랴부랴 걸었다. 그때 100m 전방에서 누가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천천히 올라오라는 소리가 들린다. 이승섭 산 대장과 김효진 회원이었다. 나를 보곤 빙그레 미소지으며 수고하셨다고 한다. 오히려 내가 고맙다고
해야 하는데 먼저 인사를 받았다. 얼굴도 예쁘고 웃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는 얼마나 향기로운지 마치 천사 같았다. 세상은 이렇게
착한 사람들이 있기에 행복도 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때부터 함께할 동료가 생겼다고 필자는 마음이 푸근해진다.
후미에서 세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정상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마음씨가 고운 두 사람과 함께 걸으니 참으로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산울림에 이렇게 착한 마음씨를 품고 있는 이승섭 청년이 산 대장을 한다는 것은 본 산악회의 복이다. 필자는 이 산 대장과 아름다운 김효진 회원께
글을 통해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조금 올라가다 보니 반갑게도 이 산악회 어머니 역할을 하는 신인희 감사가 보인다. 늘 산울림 가족을
위해 고단함을 뒤로하고 무슨 일이든 솔선수범(率先垂範)해 일한다. 또 초이 산 대장과 최대해 산 대장이 함께하게 되었다. 필자는 몹시 힘든
산행이다. 몸은 힘들다는 말 대신 이마에서 땀이 사정없이 쏟아져 흐른다. 얼마나 힘이 들었던지 숨을 헐떡이며 토해낸 뜨거운 바람은 허공을
헤맨다. 그런데도 마음은 왜 이리도 포근하고 행복할까? 아마도 좋은 회원들과 함께 웃고 즐기기 때문일 것이다. 매미는 이곳에서도 소프라노로
세레나데를 부르며 임을 기다린다. 매미 소리를 들은 필자는 지쳐가려는 마음을 향기로움으로 가득 채워 준다. 아무리 몸은 힘들다 해도 마음은
행복하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우리는 가을의 싱그러운 햇살을 받으며 걷는다. 가을로 접어든 햇볕은 따갑긴 하지만 사랑스럽게도 부드럽다.
회원들은 재미있는 대화를 쏟아내며 걷다 보니 거북 바위까지 왔다. 거북이처럼 생긴 바위를 등에 업고 사진을 찍기 바쁘다. 사진을
찍고 또 걷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아름다운 꽃이 눈앞에서 방긋 웃으며 나타난다. 아슬아슬하게도 낭떠러지 가까이 있다. 나팔처럼
모양새를 갖춘 원추리가 예쁘게도 노랗게 꽃을 피웠다. 그러곤 잠시 쉬어가라고 예쁜 미소로 유혹한다. 너무도 아름다워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으며
웃는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어쩜 이리도 아름다울까! 아무리 보아도 귀태가 졸졸 흐른다. 한 송이의 원추리꽃은 미인처럼 아름답게 태어났다.
그러나 외로워 보인다. 저리도 예쁜 미인 꽃이 왜 외롭게 홀로 피었을까? 내가 애인이라도 되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아마도 이곳을 지나는 모든
사람에게 잠시나마 기쁨을 주려고 피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필자가 애인 되어 외로움도 달래주고 말벗도 되어 준다면 얼마나 행복해할까? 신께서는
자연의 어떠한 생명체이든 사랑을 주지만 때로는 외롭게도 만들어 주나 보다. 노랑원추리꽃에 반해 한참 동안 대화를 하다 헤어졌다.
성산은 첫발을 디딜 때부터 이곳 정상까지 깔딱고개로 시작되었다. 얼마나 힘이 들었던지 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쉴새 없이 거친
숨을 내뱉으며 드디어 정상에 도착한 것이다. 여느 산보다 가파른 산이라 초보자들이 등산하기엔 매우 힘든 산이다.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올라오니
힘은 들었지만, 행복한 마음이 넘쳐난다. 정상 석을 보는 순간 너무도 기뻐 가슴이 두근거린다. 댓 뜸 끌어안고 애인 볼을 어루만지듯 하며
입맞춤부터 했다. 성산(城山) 520m라고 써 놓은 작은 글씨가 주먹만 하게 보인다. 비록 조그마한 정상석 이지만 나에겐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기쁨과 행복을 안겨준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자리를 깔고 친한 사람끼리 구릅되어 둘러 앉는다. 점심을 먹으며 나누는
향기로운 대화와 웃음은 허공으로 나르며 성산(城山)에 메아리친다. 즐거운 식사는 회원 간에 두터운 정이 쌓이고 서로 사랑의 싹이 틀 것이다.
이래서 우리는 친 형제자매처럼 되어 간다.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 흐른다.
오늘은 필자가 한 쌍의 잉꼬부부를 보았다. 이 부부는
산울림을 위해 힘든 일을 도맡아 한다. 언제 보아도 묵묵히 집행부를 돕는다. 그것뿐만 아니라 두 부부는 함께 있을 때는 눈에서 사랑의 레이저가
흐른다. 보기만 해도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보는 사람에게도 기쁨을 준다. 이 두 분은 남편 지기문 회원과 부인 이남희 님이다. 필자는 이분들을
"잉꼬부부"라고 명명하고 싶다. 항상 부부가 산행을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 잉꼬부부 자격이 충분하다. 이 잉꼬부부는 자녀 교육에도 매우 열성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도 산울림 가족을 위해 더욱더 봉사해 주시고 사회에 모범이 되는 한 쌍의 잉꼬부부가 되시길 바랍니다. 부디 건강도
하시고~~~
성산의 유래를 정성석 옆 알림판에 다음과 같이 써 놓았다.
성산은 연천읍 동막리에서 북동쪽으로 높이 솟아있는
520m의 산으로써 산 정상부에는 옛 산성이 자리 잡고 있다. 조선 후기에 편찬된 여지도서(與地圖書) 대동지지(大東地志)의 지리지에서
고성(高城) 성령(城嶺) 등 여러 명칭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삼면이 험준한 천연 절벽으로 되어있어 자연성으로서의 좋은 위치를 보여준다.
성산에서 북쪽으로는 보개산과 고대산의 험준한 봉우리들이 솟아있고 남쪽으로는 통현리, 은대리의 광활한 가사평 벌판이 시야가 한눈에 들어와
군사적 요충지대임을 알 수 있다.
동막리 산성은 성의 축조기법과 지정학적인 면으로 볼 때 궁예가 철원에 도읍했던 후삼국 시대까지 추정되며
고려말에는 몽고, 거란, 홍건적, 왜구의 침입 때에는 대피 성으로 이용되어 연천주민들과 오랜 역사 기간 동안 애환을 함께 했다.
성산은
조선 중기 때인 1636년 병자호란이 발발하자 연천현감인 이창조가 읍민들과 식솔들을 이끌고 동막리 고성으로 올라가 청나라 군사와의 전투에서
승리로 이끈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지금도 성산 정상 부근에서 토기 조각들이 많이 수습된다.
*이 알림판은 맑은 연천 21
실천협의회에서 내 고장 역사 지킴이 사업 일환으로 역사 지킴이 분과에서 제작 설치한 것이다.
정상에서 점심시간은 우정도 흐르고
사랑도 흐른다. 아마도 회원 간에 우정과 사랑은 돈독하게 영글었을 것이다. 필자는 회원들의 아름다운 웃음도 보았다. 이젠 하산을 해야 한다.
하산길은 매우 미끄럽고 위험하며, 올라올 때 보다 더 가파르다고 한다. 단단히 각오하고 스틱을 집으며 하산을 시작했다. 조금 걷다 보니 남근
바위가 나타난다. 검고 탐스럽게 생긴 남근 바위는 아마도 누구를 기다리는 듯했다.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여기서 기념사진을 찍고
내려간다. 매우 가파르고 미끄럽다. 한 발짝 한 발짝 띄는 것이 조심스럽다. 진땀을 흘리며 하산하는 회원들이 대견해 보인다. 오늘은 한 사람도
낙오 없이 산울림 가족 전원이 정상을 찍고 하산하는 것이다.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유례없는 기록을 만들어 낸 산울림 가족이다. 그래서 더욱
글로 남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험한 산이라 할지라도 정신 무장만 되어 있으면 사고는 없다. 모두 무사히 하산했다. 이젠 연천군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재인폭포로 향한다.
재인 폭포에 도착했다. 폭포를 감상할 수 있도록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폭포 아래로 내려가는
다리는 안전상의 이유로 잠시 폐쇄되어 물로 직접 들어가지 못하게 통제를 한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폭포는 장관이다. 18.5m의 절벽으로 떨어지는
물줄기는 세상을 삼킬듯한 위력이다. 폭포 주위는 길이 100m, 너비 30m, 깊이 20m 정도라고 한다. 소리마저 경쾌한 폭포는 햇살을 삼키곤
부서진 작은 물방울을 무지갯 빛으로 만들어 낸다.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만 바라보아도 더위가 싹 가시는 느낌이다. 너무도 아름답고 경쾌하다.
폭포 주위는 나무들이 울창하다. 그래서 아름답게도 조화를 잘 이룬다.
재인폭포의 전설을 적어본다. 한탄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형
중의 한 곳인 재인폭포는 연천군 최고의 명소로 오래전부터 알려졌다. 가마골 입구에 있는 18.5m 높이의 폭포이다. 현재 이 폭포는 고을 원의
탐욕으로 인한 재인의 죽음과 그 아내의 강한 정절이 얽힌 전설로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문헌에는 전설과는 상반된 기록으로도 전해 내려온다.
옛날 어느 원님이 이 마을에 사는 재인(才人) 아내의 미색을 탐하여 이 폭포 절벽에서 재인으로 하여금 광대 줄을 타게 한 뒤 줄을 끊어
죽게 하고 재인의 아내를 빼앗으려 하였으나, 절개 굳은 재인의 아내는 남편의 원수를 갚기 위해 거짓으로 수청을 들며 원님의 코를 물어뜯고
자결하였는데, 그 뒤부터 이 마을을 재인의 아내가 원님의 코를 물었다 하여 "코문리"라 불리게 되었으나, 차츰 어휘가 변하여 "고문리(古文里)라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또 다른 전설은 옛날에 한 재인(才人)이 있었는데 하루는 마을 사람과 이 폭포 아래에서 즐겁게 놀게
되었으나. 자기 재주를 믿고 흑심을 품은 재인은 그 자리에서 장담하며 약속하기를, 이 절벽 양쪽에 외줄을 걸고 내가 능히 지나갈 수 있다!!
라고 호언장담하자, 마을 사람은 재인의 재주를 믿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자기 아내를 내기에 걸게 되었다
잠시 후 재인은 벼랑 사이에 놓여
있는 외줄을 타기 시작하는데, 춤과 기교를 부리며 지나가는 모습이 평지를 걸어가듯 하자 이에 다급해진 마을 사람은, 재인이 줄을 반쯤 지났을 때
줄을 끊었고 재인은 수십 길 아래 구렁으로 떨어져 죽게 되았다. 이러한 일로 이 폭포를 재인폭포로 부르게 되었다. 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그래서
상반되는 전설을 담고 있기도 하다.
현재 재인폭포는 보개산과 한탄강이 어우러지는 주위의 빼어난 경관과 맑은 물로 인하여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연천군의 대표적인 명승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오늘은 고운 햇살을 받으며 파란 하늘에 구름도 적당히 수를
놓았고 바람마저 시원한 하루였다. 오늘 산행은 재인 폭포 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뒤풀이하려고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 뜰에 앉아 자연을
감상하며 매콤한 민물 매운탕에 소주 한잔이 얼마 만이던가!
회원들은 먹는 즐거움에 신바람이 났다. 이 산악회 수장인 황면연 산악회장이
기분이 좋은지 건배 제창을 한다. 웃음을 가득 물고 있는 회원들은 잔을 높이 들고 회장 구령에 맞춰 건배하고 옆 사람과 잔을 부딪친다. 뒤이어
필자가 좋아하는 가철노 고문이 건배사를 멋들어지게 한다. 끝으로 이 산악회 초대 회장을 역임한 황진남 명예회장이 건배사가 우렁차게 울려 퍼진다.
이렇게 산울림 가족은 성산 등산으로 즐겁고 행복하게 팔월의 산행을 마무리한다. 모처럼 서완철 수석 산대장 권호경 부회장 손기국 남승우 님을 볼
수 있어 반가웠다. 산울림 가족이여 영원하여라!!
2019년 8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