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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영대산(靈臺山·666.4m)은 장수 팔공산을 넘어오는 보름달을 제일 먼저 맞이할 수 있는 곳으로, 장수팔경의 하나인 영대영월(靈臺迎月)로 불려왔다. 또한 장수의 5악으로 장수 서쪽을 방위하는 백제장군으로 추앙받아 온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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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봉산에서 본 산서 들녘.
- 장수군지로 고찰해 본 영대산은 노승이 목탁을 치고 염불하는 형상으로, 마치 자식을 앞에 놓고 먼 훗날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애끊는 자태 같은 산, 또는 다섯 마리 용이 서려서 기는 듯, 다섯 산봉우리가 바로앉아 있는 듯하며, 일곱 개 봉우리로 이어지는 칠봉이 꿈틀거린다고 예찬했다. 산서초등학교 교가에도 등장하는 영대산은 산서의 진산으로 지역주민들은 신령스럽고 영험한 산으로 여겨왔다.
지역주민들이 영대영월 풍광을 찬양한 시조 한 수가 다음과 같이 전해 오고 있다.
‘영대영월 / 태초에 이랬던가 / 개벽이 이랬던가 / 가득 어린 영기 감개를 누르는데 / 팔공산 허리 넘어 패리하게 지친 달 // 조용한 월광 아래 시선을 안주하니 / 오룡이 기는 듯 오산이 앉아 있는 듯 / 동북출 이통합수 달밤에는 새는가 / 어디서 들리는 듯 독경소리 한숨소리 / 노승의 예불인가 모정의 탄식인가 / 장곡을 밤새 흐르는 소소로운 무분별’
장수군 산서면과 임실군 성수면 경계에 위치한 영대산은 오봉산과 칠봉산까지 한꺼번에 산행할 수 있으며, 조망이 탁 트여서 오봉저수지, 팔공산과 성수산, 그리고 산서 들녘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어서 더욱 좋다. 게다가 조선 창업설화가 서린 성수산과 상이암이 있어 주변에 이태조와 관련된 지명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성수산과 상이암은 이태조가 성수산에서 조선창업을 위해 기도하고 있을 때 하늘 위에서 ‘성수(聖壽)만세’ 소리가 귀에 들려 산 이름을 성수산, 사찰은 상이암(上耳庵), 기도하던 곳은 하늘, 공기, 물이 맑다하여 삼청동(三淸洞)이라 이름 짓고 상이암에 어필각을 세웠다.
성수면은 성수산 아래, 성수면 오봉리는 오봉산 아래에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오봉산과 성수산 골짜기에 있는 왕방리는 이태조가 머물렀다고 한다. 오봉산 남쪽 칠봉산 서쪽에 있는 아침재는 지사면 관기리에서 성수면 오봉리로 가는 고개인데, 이성계가 성수산 상이암으로 아침 일찍 넘어갔다는 뜻이고, 오봉산 아래 조치(朝峙) 마을은 아침재를 한자로 표기했다.
영대산은 산서초등학교 뒤에 자리 잡고, 학교 앞쪽으로는 팔공산 서쪽에서 시작된 오수천이 시원스레 흘러 배산임수의 길지다. 또한 인자하고 후덕한 산서 사람들을 대변하는 산으로 정상에서 사방이 탁 트여서 조망이 훌륭하다. 북동쪽은 덕태산과 선각산, 북쪽은 섬진3지맥인 성수산이 지척이다. 동쪽은 팔공산, 묘복산, 만행산 천왕봉, 고리봉, 문덕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뚜렷하고, 산서 들녘과 마을들이 지척이다. 동남쪽은 고남산과 지리산의 백두대간 줄기가 파노라마처럼 춤을 추며 하늘금을 그린다. 서남쪽은 백련산과 추월산이 다가온다.
산줄기는 백두대간 장수 영취산에서 금남호남정맥이 서쪽으로 뻗어가며 장안산, 신무산을 지나 팔공산에 이르러 섬진2, 3지맥을 나눈다. 그 지맥은 북쪽으로 뻗어가며 마령치에서 요천을 가르며 남쪽(만행산)으로 섬진2지맥을 보낸다. 그리고 섬진3지맥은
구름재 가기 전 갈모봉에서 서쪽으로 영대산 줄기를 내려놓고 성수산으로 뻗어간다.
- 영대산 줄기는 서쪽으로 10km를 달려 영대산, 오봉산, 칠봉산을 솟구치고 아침재와 덕재산을 지나 남서쪽으로 뻗어가다가 오수천으로 숨어든다. 영대산, 오봉산, 칠봉산의 물줄기는 모두 오수천을 통하여 섬진강에 합수되어 남해의 광양만으로 흘러든다.
산서초교 정문에서 동북쪽 학선리 방향으로 2.5km(도보 15분)를 달리면 구암 마을과 압계서원 표석이 있는 정미소 앞에 닿는다. 북쪽을 보면 구암 마을 뒤로 삼각형 산봉우리가 우뚝 솟아 꿈틀거리고, 북쪽에서 동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따라가면 팔공산이 손짓한다. 산서면 학선리 구암 마을회관까지 포장길을 따라 걸으면 15분쯤 소요된다.
승합차는 마을회관을 거쳐 구암저수지까지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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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에서부터) 구암 마을 뒤에 모인 일행 뒤로 팔공산이 보인다. / 영대산과 오봉산 사이 큰 무덤. / 오봉산에서 본 영대산.
- 구암 마을 안으로 접어들어 임도를 오르면 우측에 저수지가 있고, 숲으로 오르면 호젓한 송림이 이어진다. 산새들이 즉석음악회를 열어 산객을 맞고 신선한 공기는 코끝을 즐겁게 한다. 동쪽은 상동고 마을이 지척이고 저 멀리 팔공산이 손짓한다. 양지바른 묘소에서 낫으로 등산로를 정비하고 내려오는, 구암 마을이 고향인 대전에 사는 이원빈씨를 만났다.
잠시 후면 학선리에서 오는 길을 만나고, 오솔길을 걸으면 느티나무 2그루와 약수가 있는 곳에서 이원빈씨가 가르쳐 준 영동할미바위를 만났다. 선조들은 음력 2월이면 바람여신으로 불리는 영동할미가 지상에 내려와 봄을 열고 하늘로 올라가는 2월은 비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장독대 등에 정화수를 떠놓고 제물을 차려 놓고 풍년과 봄이 오기를 기다리며 근신했다. 그러나 이제 그 풍속은 전설 속에서나 찾아 봐야 할 것 같다.
우측 안부로 오르면 고목들이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쓰러져서 길을 가로막으며 산꾼에게 절을 받고 통과시켰다. 곧이어 동쪽 팔공산 마령치에서 뻗어오는 길과 서쪽 영대산으로 가는 길이 만나는 고갯마루에 닿는다. 북쪽은 대판이로 가는 길이 희미하고, 그 너머로 선각산과 덕태산이 다가온다.
다리쉼을 하고 소나무가 어우러진 능선을 오르면 갈림길이다. 서쪽은 지형도 상의 영대산, 남쪽은 영대산 지름길이다. 영대산 분기점에 오르면 서쪽은 오봉산 가는 길이고, 남쪽으로 내려서면 능곡 2.3km, 원종이 2.4km라는 정상팻말이 있는 영대산에 닿는다(구암 마을표석에서 1시간40분 소요). 정상에서 조망이 훌륭하고 팔공산, 성수산, 만행산 줄기가 확연하다. 하산은 능곡, 또는 영대산 분기점으로 되돌아나와 원점회귀, 또는 오봉산으로 잇는 코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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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대산 분기점으로 되돌아와 서쪽으로 내려가면 산줄기가 뚝 떨어지다가 큰 노송한 그루가 지키는 고개인데, 사람의 통행이 없어 희미하다. 힘들게 고스락을 올라서면 동쪽으로 팔공산이 보이는 능선이다. 솔잎이 양탄자처럼 노랗게 깔린 길을 무심코 내려가니 원중이 방향 임도가 나왔다. 다시 되돌아와 지형도를 살펴보니 간벌을 한 사이로 산줄기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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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에서부터) 약수터의 영동할미바위. / 오봉산에서 본 팔공산. / 오봉산 옆 전망바위. / 칠봉산에서 영대산을 배경으로 선 국승운 사장.
- 수목이 우거진 희미한 길을 가면 동쪽으로 영대산이 보인다. 또 다시 혼선이 오는 삼거리다. 서쪽으로 가면 멋진 전망바위가 있고 곧이어 산봉우리가 연이어지는 오봉산에 닿았다(영대산에서 45분 소요). 이곳에서 두 팀으로 나누어 답사했다. 1팀은 박영근 고문과 양흥식 대장을 비롯한 회원들이 오봉산을 거쳐 조치 마을 코스를 답사했더니 1시간이 소요됐다.
2팀을 맡은 필자와 국승운 사장은 오봉산 삼거리로 되돌아와 칠봉산으로 향했다. 산줄기가 뚝 떨어지며 영대산 방향으로 가다가 남쪽 능선으로 향했다. 사람의 발길이 없고 잡목이 우거져 길이 희미했으나 칠봉산의 이름에 걸맞게 아기자기한 산봉우리들이 계속 연이어졌다. 뒤돌아보면 영대산과 팔공산이 계속 따라오며 쉬어가라 유혹했다. 국승운 사장이 유혹에 견디지 못해 영대산과 팔공산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어느덧 칠봉산 정상인 524m봉을 만나고 남쪽으로 조금 가면 미륵암에서 초장 정류소로 가는 하산길을 지난다. 간벌을 해서 잡목이 우거진 길에서 발걸음을 재촉하면 721번 지방도 개설로 절개된 낭떠러지를 만난다. 북쪽으로 탈출로를 찾아 급경사를 내려가면 조선 이태조가 이른 아침에 넘었다는 아침재에 닿는다. 임실군 지사면과 성수면을 경계하고 임실과 산서를 잇는 도로다(오봉산에서 1시간20분 소요).
- 산행길잡이
○제1코스 구암 마을표석(정미소)-(0.5km)→구암 마을회관-구암저수지-안부-(3km)→영대산 분기점-(0.5km)→영대산-(2km)→오봉산-칠봉산-(3.5km)→아침재(721번 지방도) <9.5km, 점심시간 포함 4시간15분 소요>
○제2코스 구암 마을표석-구암마을회관-영대 산분기점-(4km)→영대산-(2km)→오봉산-(2.7km)→조치 마을(오봉저수지 앞) <8.7km, 4시간 소요>
○제3코스 초장 정류소(721번 지방도)-미륵암-칠봉산-(3.2km)→오봉산-영대산 분
기점-(2km)→영대산-(3.5km)→구암 마을회관-(0.5km)→구암 입구 <9.2km, 4시간1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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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드라이브 코스 호남고속도로 전주 나들목-동부우회도로-전주역(30번 국도)-임실역-성수 삼거리-(721번 지방도)-성수면소재지-오봉리 삼거리-조치(오봉리 삼거리-아침재-산서-산서초교-구암 입구) /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장수 나들목-장수(13번 국도)-산서-구암 입구(산서-미륵암 입구 초장-아침재-조치)
전주-오수 직행 수시 운행.
오수-산서 군내버스 1일 21회 운행.
산서-초장 마을 입구 군내버스 1일 6회 운행.
산서에서 택시 이용가능, 도보로 40분 소요.
- 산행길잡이
- 영대산 줄기는 서쪽으로 10km를 달려 영대산, 오봉산, 칠봉산을 솟구치고 아침재와 덕재산을 지나 남서쪽으로 뻗어가다가 오수천으로 숨어든다. 영대산, 오봉산, 칠봉산의 물줄기는 모두 오수천을 통하여 섬진강에 합수되어 남해의 광양만으로 흘러든다.
첫댓글 자세하게 올려 주셨네요~
수고하셨습니다~~ 다른곳에서도 많은자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