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너희는 뱀같이 슬기롭고 비둘기같이 순박하게 되어라”
(마태 10,16)
우리는 주님의 자녀가 되어 이 미사에 참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것이 단순히 언제나 나와 주님이 함께 계시고 나를 지켜 주신다는 생각으로만 끝내서는 안 됩니다. 주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것은 자식이 부모의 삶을 보고 배우듯이 우리 역시 주님을 보고 배웁니다. 이렇게 주님을 보고 배우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 중 이 말씀을 나누고 싶습니다.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들을 보낸다. 그러므로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 고 말씀하십니다. 즉, 뱀처럼 슬기롭게 지혜롭게 행동하라는 뜻입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행동하는 것과는 다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지혜는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지혜와는 다릅니다.
구약 성경 집회서 1장 14절에서 21절까지의 말씀은 지혜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지혜의 시작은 주님을 경외함이며 지혜는 믿는 이들과 함께 모태에서 창조되었다. 지혜는 사람들 가운데에 영원한 기초를 세우고 그들의 자손들과 함께 존속하리라.
이렇게 집회서에서 말하는 지혜란 주님을 경외함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주님을 경외함으로써 부유해지고 평화와 건강을 얻을 수 있으며 슬기와 지식이 충만해 지며 죄를 멀리하고 분노가 사라진다고 하였습니다. 위와 같이 세상 속에서 뱀처럼 슬기롭게 되라는 말씀은 곧 주님을 경외함으로써 지혜롭게 되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때그때 처세술로 사는 것이 아니라 주님을 경외함으로써 한결같은 마음으로 자신의 본분을 지키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자녀로써의 지혜로움인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뱀처럼 슬기롭게 되라고 하시면서 한 가지를 더 붙이셨습니다. 바로 비둘기처럼 순박하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여기서 순박함은 바보 같은 순박함이 아니라 모진 고통과 아픔을 이겨내고 어떤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주님이 계시기에 두려움이 없는 순박함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주님이 말씀하시는 순박함은 거짓이나 꾸밈이 없는 순수함입니다. 왜냐하면 거짓말과 꾸미는 말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행동함으로써 우리는 온유하고 너그러우며 평화롭게 됩니다.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라는 말씀은 우리는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 단어는 바로 ‘믿음’입니다. 주님을 두려워하고 공경하며 그분의 뜻을 알고 따르며 주님께 온전히 위탁하며 평화롭다는 것은 주님을 굳게 믿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을 통하여 그 믿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거센 돌풍이 부는 호수에서 두려움에 빠진 제자들을 볼 수 있습니다. 어부였던 제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은 이 상황을 어찌할 줄을 모릅니다. 그런데 이 상황 속에서 예수님은 배 뒤편에서 주무시고 계십니다. 어떻게 보면 예수님의 이런 모습이 속 편해 보이시지만,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한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두려움과 하느님에 대한 경외심이 더 강하기에 예수님의 마음에 세상에서 주는 두려움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또한 하느님이 함께 계시고 자신을 끝까지 지켜 주실 것이라는 것을 믿었기에, 돌풍이 부는 호숫가에서 예수님은 피곤에 지친 몸을 아기가 잠자듯이 주무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예수님을 깨웁니다. 예수님의 모습은 그들에게는 바보 같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제자들을 가르치시기 위해 호수에게 외치십니다. “잠잠해져라! 조용해져라!” 그러자 바람이 멈추고 아주 고요해집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문제가 생기고 힘든 일이 생겼을 때 걱정부터 하시고 불안한 마음을 어쩔 줄 몰라 하시는 것은 아닌지요. 그렇다면 믿으십시오,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십시오. 그리고 그 전에 하느님에 대한 경외심을 갖고 하느님에 대해 알고 깨닫도록 기도하십시오. 세상의 두려움이 아니라 하느님에 대한 경외심을 갖출 수 있을 때, 우리도 예수님처럼 돌풍이 부는 호숫가에서 아기가 잠자듯이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더 무서워하고 더 마음에 둬야 할 것은 세상의 두려움이 아니라 하느님에 대한 경외심입니다. 이 말씀을 항상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잠시 묵상하시겠습니다.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한재희 스테파노 주임 신부님 강론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