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 — STRUCTURE & HISTORY
제1장
왜 하필 78장일까
타로를 처음 손에 들었을 때 가장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실이 있다.
카드는 78장이다.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오히려 질문하지 않는다.
왜 78장일까.
77장도 아니고 80장도 아니다.
처음부터 누군가가 ‘78’이라는 숫자를 정하고 그 숫자에 맞추어 카드를 만든 것일까.
아니면 서로 다른 카드군이 결합된 결과가 우연히 78장이 된 것일까.
이 질문은 단순히 카드의 장수를 세는 문제가 아니다.
78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타로 전체를 보는 방법이 달라진다.
1. 78은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세 구조의 합이다
오늘날 일반적인 타로 한 덱을 분해하면 다음과 같다.
(21 + 1) + 40 + 16 = 78
즉,
Major/Trump-Fool 계열 22장 — 21 Trump + 1 Fool
Pip Card 40장
Court Card 16장
이다.
그러나 이것을 조금 더 역사적인 형태로 풀어 쓰면 구조가 더욱 선명해진다.
네 개의 Suit가 있다.
Cups — Swords — Batons — Coins
각 Suit에는 1부터 10까지의 숫자 카드 10장과 네 장의 인물 카드가 있다.
따라서 한 Suit는
10 + 4 = 14장
이고,
네 Suit를 합하면
14 × 4 = 56장
이다.
여기에 21장의 Trump와 Fool 한 장이 더해진다.
따라서
56 + 21 + 1 = 78
이 된다.
15세기 중엽 이탈리아 타로에 네 Suit 각각 King·Queen·Knight·Knave와 1~10이 존재했고, 여기에 21장의 trump와 Fool이 결합되었다는 구조는 현존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그러므로 78은 처음부터 하나의 단일한 체계가 아니다.
적어도 구조적으로는
56과 (21 + 1)의 결합
이며, 더 세분하면
40 + 16 + 21 + 1
의 결합이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
2. 처음부터 ‘Major Arcana 22장’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늘날 우리는 자연스럽게 말한다.
Major Arcana 22장.
그리고 흔히 The Fool을 0번으로 놓고 The World XXI까지 하나의 연속된 22장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 배열을 그대로 15세기로 소급해서는 안 된다.
초기 타로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21장의 trump와 Fool이다. 초기 trump 카드에는 오늘날처럼 번호가 명확하게 인쇄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었으며, trump들의 서열 역시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따라서 역사적으로는
0 + I~XXI = 22
라고 시작하기보다,
먼저
21 Trump + 1 Fool
이라고 보는 편이 안전하다.
이것은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문제다.
왜냐하면 Fool을 처음부터 ‘0번 카드’로 규정하면 22장이 하나의 완결된 수열이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 자료가 먼저 보여주는 것은 21개의 서열화된 trump와 그 서열에 그대로 들어가지 않는 Fool의 결합이다.
즉 오늘날의 22 Major Arcana는 하나의 완성된 집합으로 보이지만, 그 내부에는 처음부터 서로 동일하지 않았던 두 종류의 카드가 함께 들어 있다.
이 문제는 뒤에서 Major 22장을 전수검사할 때 다시 중요하게 등장한다.
3. 56장도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다
나머지 56장도 다시 나누어야 한다.
오늘날 흔히 ‘Minor Arcana 56장’이라고 한 번에 부르지만 실제 구조는
Pip 40 + Court 16
이다.
Pip에는 네 Suit가 있고,
각 Suit에는
Ace, 2, 3, 4, 5, 6, 7, 8, 9, 10
이라는 동일한 숫자 구조가 반복된다.
그러므로
10 × 4 = 40
이다.
반면 Court는 숫자 카드가 아니다.
한 Suit마다
King — Queen — Knight — Knave
라는 네 개의 역할이 있고,
따라서
4 × 4 = 16
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미 타로 안에 서로 다른 세 가지 생성 원리가 있음을 발견한다.
Major/Trump — 개별 도상과 서열
Pip — 숫자의 반복
Court — 인물의 역할과 위계
78장의 모든 카드를 하나의 동일한 해석법으로 읽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애초에 만들어지는 문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4. 그렇다면 누군가 78을 먼저 설계했을까
여기서 질문을 거꾸로 해보자.
누군가가 먼저
‘78이라는 완전한 숫자를 만들자.’
라고 생각하고,
78을 22와 56으로 나눈 것일까.
현재 남아 있는 역사 자료만으로는 그렇게 말할 근거가 없다.
오히려 초기 카드 자료는 카드 덱의 구성 자체가 상당히 유동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15세기 카드들은 Suit의 수, Court Card의 수, 전체 카드 장수가 반드시 동일하지 않았다. 더구나 초기 Visconti 계열 가운데에는 한 Suit에 통상적인 네 Court보다 많은 인물 카드를 포함한 사례도 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증거다.
타로의 구조는 처음부터 하나의 고정된 공식으로 출현한 것이 아니었다.
여러 구조가 존재했고,
일부는 사라졌으며,
일부는 살아남았고,
그 가운데 하나가 매우 강한 지속성을 갖게 된 것이다.
5. 그런데 78은 생각보다 아주 일찍 등장한다
그렇다고 해서 78장이 근대에 늦게 만들어졌다는 뜻도 아니다.
이 점은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약 1450년경 제작된 Visconti-Sforza Tarot은 이미
4 Suit × 14장 = 56장
그리고
21 Trump + Fool = 22장
이라는 78장 구조를 가진 것으로 복원된다.
즉 두 사실은 동시에 참이다.
첫째, 초기 카드 세계에는 다양한 구성이 존재했다.
둘째, 오늘날 익숙한 78장 구조 역시 이미 15세기 중엽에 확인된다.
이 두 사실 가운데 하나만 보면 역사를 오해하기 쉽다.
78은 아주 오래되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당시 존재한 모든 타로가 78장이었던 것은 아니다.
6. 78은 ‘발명된 숫자’라기보다 ‘정착한 구조’다
그래서 ‘왜 하필 78장인가’라는 질문에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대답할 필요가 있다.
78이라는 숫자 자체에서 출발하면 우리는 곧바로 수비학적 의미를 찾게 된다.
7과 8을 해석하거나,
78을 분해하거나,
22와 56에 특별한 상징을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런 해석은 후대의 하나의 독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역사 연구의 순서는 반대여야 한다.
먼저 확인되는 것은
4개의 Suit
각 Suit의
10 Pip + 4 Court
그리고 여기에 결합된
21 Trump + 1 Fool
이다.
즉
4 × (10+4) + (21+1) = 78
이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가장 먼저 말할 수 있는 것은 이것이다.
78은 숫자가 먼저 있고 카드를 거기에 맞춘 결과라고 확인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카드 구조가 결합하여 정착한 결과다.
이 책에서 매우 중요한 구별이다.
7. 정착했다고 해서 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78이라는 전체 장수는 유지되더라도 그 안은 계속 변할 수 있다.
이름이 바뀐다.
번호가 바뀐다.
그림이 바뀐다.
인물의 방향이 바뀐다.
같은 숫자 카드가 완전히 다른 장면으로 재구성되기도 한다.
따라서
78장이 동일하다 = 구조 전체가 동일하다
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우리가 앞에서 세운 원칙과도 연결된다.
Same Number is not Same Structure.
전체 카드 수가 78장으로 같다는 것은 외형적 상태공간의 크기가 같다는 뜻일 뿐이다.
각 카드 사이의 관계와 내부 표현 방식까지 같다는 뜻은 아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Marseille와 RWS의 차이가 시작된다.
8. 1639년의 한 덱이 보여주는 것
이 문제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자료가 최근 다시 등장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 BnF는 2025년 수집한 Philippe Vachier의 1639년 Marseille 제작 Tarot을 현재 알려진 것 가운데 마르세유에서 제작된 가장 오래된 ‘Tarot de Marseille’형 완전 덱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덱은 78장 전체가 완전하게 남아 있다.
그 후 Lyon의 Jean Dodal 덱 역시 1701~1715년경의 78장 덱으로 남아 있으며, 우리가 주요 기준 자료로 사용하는 Nicolas Conver 1760 역시 BnF 자료에서 78장으로 확인된다.
따라서 78이라는 구조는 하나의 순간에 갑자기 생겼다가 사라진 형식이 아니다.
적어도 우리가 추적할 수 있는 주요 계열에서는 수세기를 통하여 매우 강하게 유지되었다.
9. 숫자의 보존과 이미지의 변화
여기서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난다.
장수는 보존되는데 이미지는 변한다.
이것이 타로 연구에서 아주 중요한 단서다.
만약 카드의 그림이 조금만 달라져도 전체 장수가 함께 바뀌었다면 타로는 하나의 안정된 체계가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외부 골격이 상당히 오래 유지되는 동안 내부의 표현이 계속 변했다.
말하자면 78은 하나의 틀이 되었다.
그 틀 안에서
Name,
Number,
Position,
Image,
Relation
이 변해 온 것이다.
이 책이 구조를 먼저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0. 78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질문
그래서 이 장의 질문
“왜 하필 78장일까?”
에 대한 첫 번째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78은
22 + 40 + 16
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답은 계산의 끝이 아니라 연구의 시작이다.
왜 Trump는 21장과 Fool로 구성되었는가.
왜 Suit는 네 개인가.
왜 Pip은 10단계인가.
왜 Court는 네 역할인가.
왜 어떤 초기 덱에서는 이 숫자가 달랐는가.
그리고 수많은 변형 가운데 왜 이 조합이 살아남았는가.
우리가 진짜로 풀어야 할 문제는 78이라는 숫자 그 자체가 아니다.
78을 만들어 낸 내부 구조다.
그러므로 이제 78장의 카드를 다시 세 덩어리로 분리해 보아야 한다.
22장.
40장.
16장.
한 벌의 타로를 잠시 해체한다.
그래야 각각이 어떤 문법으로 만들어졌는지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다음 장의 질문이다.
제2장
셋으로 나누어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