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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법조타운' 갈등의 골 왜 깊어지나?2015-01-30 [20:31:26] | 최종수정: 2015-01-30 [22:54:27]
조용하기 그지없던 '교육도시' 경남 거창군이 법조타운 건설을 두고 내홍에 휩싸였다.거창군이 오는 2017년까지 거창읍 가지리 성산마을 일대 20만여㎡에 예산 1천 725억 원(국비 1천692억 원, 군비 33억 원)을 들여 현재 거창읍에 있는 낡은 법원, 검찰청사를 옮겨 신축하고, 교정시설(구치소)도 함께 짓겠다고 하자 지역 내 학부모단체와 일부 시민단체들이 들고일어났다.
게다가 최근 들어 법조타운 유치 서명부 위조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되는 등 주민 간 갈등도 빚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업 반대 범대위1km 내 학교·유치원 등 밀집 지역발전 내세워 밀어붙이기 3만 명 서명도 조작 의심거창 군청경찰서 운용 '대용감방' 해결 축사 옮겨가면 악취 민원 해소 침체된 지역 경제 활성화 기대
■법조타운 왜 추진되나 현재 전국 경찰서 등에서 운용하는 대용감방(경찰서 유치장에 있는 구치소)은 경남 거창과 전북 남원, 충북 영동 등 3개 지역에만 남아 있다.법무부는 오는 2017년까지 전국의 구속피의자나 구속피고인을 경찰서에서 운용하는 대용감방에서 법무부 소속 교정시설에 수용한다는 계획이다.거창군은 "대용감방을 해소하고, 거창읍 북쪽 낙후지역개발과 고질적인 지역 현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정시설 설치와 법조 관련기관 타운화가 필수적"이라며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교정시설이 포함된 법조타운 조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거창군은 2011년 2월 군민들로 구성된 법조타운 유치위원회를 결성, 군민 서명운동을 펼쳐 그해 3월 3만여 명의 서명서와 건의서를 모아 대법원 및 법무부에 전달했다.
그해 7월 대법원과 법무부가 거창군에 교정시설 신설 설치 등을 결정하면서 사업 추진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류영수 법조타운 공동추진위원장은 "거창 법조타운 조성은 민원해결과 경제파급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반드시 추진돼야 할 현안사업임에 틀림없다"고 밝혔다.
법조타운이 들어설 예정지인 성산마을은 한센인 집단 마을로 현재 30여 세대 6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거창군청 법조타운 담당 이상준 과장은 "이들은 양돈과 양계가 생계수단이나 주민 대부분이 축사 현대화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이 때문에 가축분뇨 악취가 심해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집단민원이 수년간 제기되어 왔다"고 말했다.
■법조타운 왜 반대하나그러나 법조타운 조성 반대 측의 주민들도 상당수이다. 법조타운을 격하게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교육도시' 거창지역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이다.
게다가 거창군이 법조타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동의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으며, 지역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주민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불신 때문이다.
이곤섭 '학교 앞 교도소 반대 범거창군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상임대표는 "법조타운 반경 1㎞ 주변에 11개 초·중·고교와 어린이집(9개), 유치원(2개), 1천여 가구의 아파트가 있어 학습권을 침해한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당초 반대의 시작은 핑크맘(교도소 반대 엄마모임) 수십 명 정도였다.이들 학부모 모임은 지난해 9월 초까지 5차례 집회를 했으며, 한 달 뒤인 10월 전교조, 학부모단체, 일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범대위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청준(천주교 거창성당 주임신부) 범대위 공동대표는 "자연이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고장 거창의 미래를 위해 교도소는 절대 들어서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범대위는 급기야 지난해 10월 6일부터 10일까지 초등학생 등교거부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곤섭 상임대표는 또 "거창군이 교도소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주민들 동의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특히 그는 "거창군이 제출한 3만 명의 서명서를 보면 똑같은 글씨체로 서명날인 된 것이 많다"며 "서명서까지 조작해 법무부에 제출했다"고 거창군에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범대위는 서명 작업을 주도한 주민 50여 명을 경찰에 고발했다.범대위는 법조타운 조성을 위한 군민 의견을 다시 물어야 하며, 군민들의 이해가 상충되는 만큼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원회를 만들어 공론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법조타운 예정지를 다른 지역으로 옮길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해법 없어 마찰 불가피거창군은 현재 범대위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조타운 예정지인 성산마을 일대가 최적지인 데다 마땅한 대체부지도 찾기 힘들기 때문.거창군 관계자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국책사업으로 군은 계획대로 진행하고 실행할 예정"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두 달 넘게 군청 인근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범대위 측은 군이 법조타운 사업을 강행할 경우 주민소환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전성은 범대위 공동대표는 "정부와 거창군이 법조타운을 강행하면 주민소환 절차를 밟을 것이고, 공사를 강행하면 몸으로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두고 군민 간, 범대위 측과 행정기관 간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지역 원로인 정 모(77) 씨는 "지금이라도 거창군과 범대위 측은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해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류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