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녀와, 현(鉉)은.. 황후의 도움으로 인해서, 태후의 상궁을 따라.. 이 비밀통로에 숨어있었다.
숭정제가, 자식들을 죽이고.. 자신도 목숨을 끊을 때까지.. 쥐죽은 듯이, 가만히.. 숨어있기만 했다.
. ... 토옥-. ... 하고 떨어지는 낙루(落淚)... 그녀는 빌었다.
'황제폐하-... 제게는 항상 아버님 같으신 분이셨지요.. 다정한 그 미소가.. 얼마나 좋았는지…….
좋은 곳으로 가셨기를……. 그리고-.. 그리고, 반드시.. 명(明)을... 다시 세울 겁니다.. 태자(太子)께서... 반드시 그리 하실 겁니다-..
그러니-.. 그러니-,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어... 지켜봐 주세요..'
"…누구냐고 물었다-.
대답해라, 너의 신분은... 도대체 무엇이냐!?"
"쿡…, 그걸.. 내가 대답해야 하는.. ... 이유가 있나요?"
연(姸)이 허리를 꼿꼿하게 피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 .. 그녀의 모습에, 그가 흥미로운 미소를 보냈다.
지는 붉은 자금성의 황혼이, 쓸쓸한 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문득, 그녀에게 무언가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녀가 들었을 때, 분명히-.. 만족을 이끄는 이는, 6살도 채 되지 않는 꼬마라고 했었다.
... .. 순치라고 부른다고,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러면... 이 남자는, 그 순치의... 할아버지뻘이 되는 걸까..?
"…이유라?.. 너는 망조의 여인이고, 나는 부흥하는 왕조의 황자다.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쓰잘데기 없는 생각은, 버리라고 말했다.
.... .. 명(明)을 잊어라, 네가 살아남는 방법은 그것 뿐이니.
... 그것도, 이 궁에서 살아남을 생각이라면 말이다."
그가 뜻모를 말을 그녀에게 내뱉었다.
분명히 그러할 것이다, 순치.. 아니-.. 그래, 잊어야 한다면... 잊으리라.
그래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기꺼이 그리 해 주지.
그러나... 내 마음까지 너희가 좌지우지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마라. .... .. 그분을 생각하는 내 마음만은, 막지 못할 터이니.
명(明)을 그리워하는 내 마음을... 그 끈을 자를 수는 없을 테니까.
"….. 그렇다면, 내 질문에 먼저 대답해 주세요-..
애신각라 서유라고 했지요?.. 그렇다면, 당신은.... .. 만족의 총수... 청(靑)나라의 황제로 즉위할, 순치제의... 할아버지뻘 되는 사람인가요?!"
"…그래, 맞다.
순치는, 내 손자뻘이 되는 것이...
.. ... 고작 14살 차이인데도 말이야... 조금은 우스운 일이다."
그의 딱딱한 어투.
그러나, 그 말 한마디에 담긴 뜻은... 한탄같았다.
푸념같기도, 하면서... 묘하게도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것처럼.. 마음 한구석이 짠해지는 듯 했다.
"…그런가요...?
... .. 부탁이 있어요, 들어줄 수... 있어요?"
살아남을 겁니다, 전하-..
전하께서 살아계시다고 믿고... 저또한 그리 할 겁니다.
... 전하께서, 명을 재건하시는 그날까지... 이 자금성 안에서, 기다릴 겁니다-..
그러니-... 부디, 살아계셔 주세요-...
"…?"
서유가, 연의 말에... 조금은 궁금하다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당돌한 계집-.. 이때까지, 이토록 당당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계집은 보지 못하였다.
흥미로웠다, 아니.. 제대로 말하면 이상하게도 끌리는 느낌이었다.
한족이었고, 죽여야 할 지도 모르는 명(明)의 여인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끌렸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저를, 궁에...
이 자금성에, 남게 해 줘요!..."
"!"
"………………."
연의 말에, 그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궁에 남게 해달라...?
... 그 말에 담긴 뜻은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정녕... 저 당돌한 여인이 그 말에 담긴 뜻을... 알고 말하는것인지.
궁(宮)은, 보통 이들이 보면 한없이 멋지다 할 지는 모르나... 실상은 그러지 않았다.
궁녀(宮女)로 남는다면, 평생 혼자 늙거나.. 그도 아니면 후궁이었다. 후궁도, 말이 후궁이지... 총애가 없다면, 궁녀보다 더 못했다.
... 정말로, 연(姸)이.. 그 일을 자청하는 것인지... 의문부터 드는 그였다.
"…그 말이, 지금 무슨 뜻인줄 알고 하는 말이더냐."
"………물론이에요."
"…하, 안다고? 알면서 자청할 수 있다는 게냐!??
궁녀... 황가의 여인이다!... 황자들의 노리갯감으로 전락해도 할 말이 없고,
온갖 궂은 일이란 일은 다 해가면서... 개, 돼지처럼 일해야 하는-.. 잘못 한 번 하면, 목이 날아갈 수도 있는...
그것이 바로, 궁이란 말이다!!!"
…똑똑한 여인이라 생각하였다.
... 그리하여, 처음부터 죽이지 않고 보았던 것인데……….
아름다웠다, 화살을 피해서 고개를 돌린 그 순간... 심장이 병에 걸린 듯 쿵쾅거렸었다.
곱게 휘어진 눈썹, 눈처럼 하얀 피부. 커다란 눈동자에는 맑음만이 가득했다.
오똑한 콧날... 붉은 입술이, 매혹적인 여인이었다. .. ... 여인을 여인이라 생각지도 않았던 내가, 이리도 마음이 끌리는 데……….
너는 어째서... 그토록, 미련한 결정만을 하려 하느냐………….
"…그것 또한 알아요, 궁에서... 살았으니까."
"하!..."
첫댓글 (재밌어요^-^)
픽션도 재미있어요
재밌게읽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