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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에 쫄지 말고, 읽어라.
지리 마니아, 지도 마니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중간중간 곁들여지는 유머...
책소개
미국의 퀴즈쇼 「제퍼디!」 최장기간 우승 기록 보유자인 잡학의 대가 켄 제닝스가 못 말리는 지도 마니아들을 만났다. 지도 제작과 수집, 활용 등 지도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 책에 등장하는 지도 마니아들은 다음과 같다. 여러 지역의 지도가 인쇄된 넥타이만 수백 개 모은 지도 수집광, 반드시 지도를 통해 또다른 세계를 구축하는 판타지 작가, 서바이벌 지리 퀴즈대회에 참가한 지도광 학생들, 분쟁 지역도 마다않는 여행꾼들의 모임, 지도 위에서 레이스를 펼치는 사람들, 도로란 도로는 다 꿰고 있는 도로광, GPS를 활용해 보물찾기를 즐기는 사람들, 지도 제작 기술의 최전선 구글어스의 개발자, 빵 조각을 지구 표면상 180도 대척점에 각각 놓아 ‘지구 샌드위치’를 만든 유머작가…….
지도와 지리에 미친 사람들의 기상천외한 활동과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가 역사와 정보기술 분야 등 다방면에 걸쳐 유용한 정보와 재미난 이야깃거리를 선사한다.
목차
제1장 이심률 | 제2장 방위 | 제3장 단층 | 제4장 수준점 | 제5장 고도
제6장 범례 | 제7장 항법 | 제8장 곡류 | 제9장 트랜식 | 제10장 오버에지
제11장 국경 | 제12장 고저
주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밑줄긋기
저자
켄 제닝스(Ken Jennings)
미국의 유명한 TV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 참가해 2004년 6월부터 그해 11월까지 6개월에 걸쳐 74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잡학의 대가. 그 기간 동안 벌어들인 상금은 250만 달러에 달하며, 74회 연속 우승은 지금까지도 최장기간 우승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 전무후무한 경력은 무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던 그를 괴짜 지식광으로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2004년 문제적 인물’ ‘상식 세계의 제왕’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제퍼디!」에서 돌풍을 일으킨 뒤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대열에 합류한 그는 지식을 향한 열정이 빚은 독특한 ‘잡학다식’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고 있다. 미국 문화의 이모저모를 잡학박사의 시선으로 파헤친 『괴짜: 별나고 야심차고 충동적인 상식광들의 세계를 모험하다Brainiac: Adventures in the Curious, Competitive, Compulsive World of Trivia Buffs』, 갖가지 상식을 집대성한 궁극의 잡학백과사전 『켄 제닝스의 상식백과: 1년 동안 풀어보는 8888개 질문들Ken Jennings's Trivia Almanac: 8,888 Questions in 365 Days』, 관습적이고 가부장적인 지혜의 허구를 까발린 『내 말이 맞다니까!: 신화와 민담 그리고 대대손손 전해져오는 경고에 대한 진실Because I Said So!: The Truth Behind the Myths, Tales, and Warnings Every Generation Passes Down to Its Kids』 등을 펴냈다.
현재 워싱턴 주 시애틀 외곽에서 아내 민디와 아들 딜런, 딸 케이틀린 그리고 굉장히 산만한 래브라도레트리버인 밴조와 함께 살고 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지도에 미친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맵헤드maphead’라 부른다
자아를 인식하고 세계를 확장하는 지도에 꽂힌 별종들의
나름 진지하고 사뭇 엉뚱하며 은근 열정적인
지도 사랑 로드맵!
◆ 퀴즈쇼 「제퍼디!」의 스타이자 잡학의 대가 켄 제닝스가 만난 지도 마니아들의 별난 이야기
◆ 세계 역사는 사람의 역사인 만큼 장소의 역사라고 믿는 이들의 흥미진진한 지도 찬가
◆ 역사적 유물인 고지도에서 지도를 새롭게 정의하는 ‘증강 현실’ 지도까지, 맵헤드들의 기상천외한 지도 박물지
미국의 퀴즈쇼 「제퍼디!」 최장기간 우승 기록 보유자인 ‘잡학의 대가’ 켄 제닝스가 못 말리는 지도 마니아들을 만났다. 이 책(원서명은 Maphead. 접미사 ‘-head’는 ‘~의 존재/상태’를 뜻하며, ‘maphead’는 ‘지도광’을 뜻하는 지은이의 조어)에는 지도 제작과 수집, 활용 등 지도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 책에 등장하는 지도 마니아들은 다음과 같다. 여러 지역의 지도가 인쇄된 넥타이만 수백 개 모은 지도 수집광, 반드시 지도를 통해 또다른 세계를 구축하는 판타지 작가, 서바이벌 지리 퀴즈대회에 참가한 지도광 학생들, 분쟁 지역도 마다않는 여행꾼들의 모임, 지도 위에서 레이스를 펼치는 사람들, 도로란 도로는 다 꿰고 있는 도로광, GPS를 활용해 보물찾기를 즐기는 사람들, 지도 제작 기술의 최전선 구글어스의 개발자, 빵 조각을 지구 표면상 180도 대척점에 각각 놓아 ‘지구 샌드위치’를 만든 유머작가……. 지도와 지리에 미친 사람들의 기상천외한 활동과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가 역사와 정보기술 분야 등 다방면에 걸쳐 유용한 정보와 재미난 이야깃거리를 선사한다. 지도라는, 언뜻 보기에 고리타분한 소재에서 뜻밖의 매력을 발견하는 당신이 바로 맵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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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는 분명 선천적인 무언가가 있다. 우리 세계를, 우리가 그 세계와 맺고 있는 관계를 그려내는 그 방식에는 무언가 특별한 게 있어서 우리를 매혹시키고 소환해내며 벽에 지도가 걸려 있으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지 못하게 한다. 나는 그게 무엇인지 밝혀내고 싶다. 이건 우리 아마추어 지리학자들과 지도 제작자들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빈 공간’을 탐험할 기회일지 모른다. 우리의 온 마음을 사로잡는 지도에 대한 집착은 무엇 때문에 작동하는가라는 수수께끼 말이다.
_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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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맵헤드 진단 1단계 ‘자격’ - 지도 유전자를 타고났는가? </b>
어디서든 지도를 발견하려고 하는 통제 불가능한 충동을 느낀 적이 있는가? 책상 위에 흘린 커피 모양에서 호랑이나 토끼를 연상하기보다는 한반도의 모습을 떠올린다든지, 거대한 뭉게구름에서 『반지의 제왕』의 무대인 ‘중간계’ 지도를 발견한다든지 하는 경험이 있다면, 이름도 생소한 ‘맵헤드’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괴짜’나 ‘별종’만은 아니다. 지은이는 이런 마음속의 자극을 ‘맵헤드 증후군’(20쪽)이라고 정의하면서, 커밍아웃을 하지 않는 한 가장 친한 친구도 맵헤드인지 아닌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지도광은 별난 취미의 소유자로 취급받는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이 책은 지도가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기상상황을 전하는 일기예보 방송은 한반도를 포함한 세계지도를 배경으로 한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맛집을 검색하면 지도가 그 위치를 알려준다. 5년마다 치르는 대선의 개표방송은 후보자들의 지역별 판세를 지도를 통해 보여준다. 공사현장 가림막에 걸려 있는 조감도 또한 지도의 일종이고, 내비게이션은 길 찾기 지도와 다름이 없으며, 정부든 기업이든 사업을 계획할 때 로드‘맵’을 짠다. 심지어 1910년대에 유행한 우화적 삽화인 「성공에 이르는 길」(50~51쪽)은 인생 여정을, 1940년에 처음 등장한 ‘인지 지도cognitive map’(41쪽)는 두뇌 사고의 과정을 지도로써 표현하려는 숨길 수 없는 우리의 욕망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런 지도를 향한 사랑에는 ‘카르토필리아cartophilia’(23쪽)라는 근사한 이름이 붙는다.
<b>맵헤드 진단 2단계 ‘수집’ - 고지도뿐 아니라 장소도 모은다</b>
1) 지도 수집광
영국 왕립지리학회가 주최하는 런던지도박람회. 고지도를 사고파는 유럽 최대 규모의 행사다. 인기 없는 소일거리에 불과하던 지도 수집은 이제 제법 큰 사업 분야가 되었는데, 최신 유행의 골동품이나 가능성 있는 투자물로 지도에 눈을 돌린 탓이다. 그중에서도 고지도는 희귀성과 역사적 유물로서의 가치 덕분에 인기가 높다. 그리고 뭘 좀 아는 지도 수집가들은 오스트레일리아나 스칸디나비아의 고지도 같은 틈새시장에 집중한다. 부인과 전문의에서 은퇴해 지도 수집광으로 변신한 레너드 로스먼은 ‘성지 지도’를 선택했다. 현재 그의 지도 도서관에는 성지 지도가 900장쯤 있으며, 팔레스타인을 한 번이라도 그렸던 지도 제작자의 지도는 적어도 한 장씩은 소장하고 있다(168쪽). 그는 성지 지도라는 틈새시장에서 활동하는 경쟁자가 누구인지도 알고 있을 정도로 이 분야에 빠삭하다. 그가 가장 아끼는 지도 220점은 침실 옷장 옆에 주문 제작해 짜넣은 미닫이 벽장 속에 있다. 바로 세계 최대의 ‘지도 넥타이 컬렉션’. 가는 곳마다 그 지역 지도가 인쇄된 넥타이를 기념품으로 사기 때문에 공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지도 수집의 장점이자 특징을 레너드는 이렇게 말한다. “자꾸 볼수록 더 많이 알게 되거든. 나도 돋보기로 지도를 연구하며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169쪽)
2) 별의별 장소 수집가들
제트기의 시대가 낳은 새로운 종류의 수집가는 바로 장소 수집가다. 적어도 100개국은 여행해본 사람만이 가입할 수 있는 ‘여행자센추리클럽Travellers' Century Club’에는 현재 2000명이 넘는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대개 ‘요실금의 나이’에 이른 재력 있는 노인들로, 내전중인 소말리아에서 입국을 거절당하자 푸념을 늘어놓는, 그야말로 현대판 모험가들(245쪽). 지은이가 찾은 또 하나의 장소 수집가들의 모임은 ‘하이포인터스클럽Highpointers Club’으로, 미국의 각 주에서 가장 높은 지점을 모두 가보는 목표에 몸 바친 사람들이 결성한 모임이다(253쪽). 재미있는 것은, 수년 동안 미국의 최고점 가운데 가장 가기 힘든 곳이 고도 6000미터 높이의 매킨리 산이 아니라 로드아일랜드 주에 있는 247미터 높이의 제리모스힐이었다는 사실. 그곳에 닿으려면 한 괴팍한 노인의 사유지를 지나야 하는데, 그 노인이 길을 열어주지 않았기 때문이고 한다. 이외에도 북아메리카에 있는 스타벅스 8500곳 가운데 20곳을 제외하고 전부 가본 윈터(255쪽), 최초로 미국의 국립공원을 모두 가본 것으로 유명한 호그나우어(256쪽) 같은 이들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장소 수집가들.
<b>맵헤드 진단 3단계 ‘활용’ - 도로 표지판 퍼포먼스와 GPS 보물 지도</b>
1) 도로 위의 맵헤드
외로운 ‘도로학자’들이 있다.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지만, 지도에 표시된 온갖 길과 실제 표지판에 골몰하는 그들은 자칭 도로광road geek. 제조회사가 다른 가로등을 구분해낼 줄 알며 고속도로 표지판의 서체가 바뀐 것을 알아차리는 유일한 사람들이다(274쪽). 어린 시절부터 지도책을 세세히 살펴보면서 ‘99번 고속도로’에 있는 교통 신호를 꼼꼼하게 기록한 마크 같은 사람이 바로 도로광이다. 이들의 ‘도로 연구’에 누구도 주목하지 않더라도, 그들은 공익을 위해 좋은 일을 하기도 한다. 리처드 앵크럼이라는 한 아티스트가 로스앤젤레스 시내 패서디나 고속도로와 I-5 주간interstate 고속도로 사이의 헷갈리는 분기점에 설치된 잘못된 표지판을 「게릴라 공공 서비스」라고 이름 붙인 제대로 된 표지판으로 교체한 것이다. 그의 ‘예술 작품’은 감쪽같아서 9개월이 지나서야 캘리포니아 주 교통국이 철거했는데, 당국도 앵크럼의 표지판이 도로 사정을 개선한 엄연한 현실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280쪽).
2) GPS 신호를 활용한 보물 지도
2000년대 초반, 미국 정부의 결정으로 GPS 신호가 열 배는 더 정확해지자 데이브 울머라는 컴퓨터 컨설턴트가 GPS를 이용한 보물찾기 게임을 고안해냈다. ‘지오캐싱geocaching’이라는 이름의 이 게임은 ‘보물’을 숨겨둔 지오캐시(비밀 은닉처)의 위치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공유하면, GPS 수신기를 구비한 다른 사람이 정확해진 GPS 신호를 이용해 그 지점까지 찾아가 보물을 발견하는 놀이다. 당연히 지오캐시의 좌표는 지도로써 구현된다. 지오캐싱이 시작된 지 10년이 지난 2010년 3월, 지오캐시는 100만 개를 훌쩍 넘어섰다(312쪽). 매일 1000개 이상이 등록된다고 하니, 이 국제적인 보물찾기 놀이는 상당히 성공한 셈이다. 현재 활동중인 지오캐셔(캐시 사냥꾼)는 500만 명 안팎인데, 그들은 목숨을 내놓아야 할 정도로 위험한 곳에 있는 ‘익스트림 캐시’, 인터넷 검색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는 퀴즈나 수수께끼를 풀어 좌표를 알아내야 하는 ‘퍼즐 캐시’ 등 다양한 유형의 보물을 놓고 경쟁한다(320쪽). 하지만 지오캐싱에 중독돼 가족과 불화를 빚기까지 한 린 블랙이라는 지오캐셔의 경우는 이 보물 지도로 인해 현실 세계에서 정작 지켜야 할 보물에는 소홀하게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맵헤드 진단 4단계 ‘제작’ - 섬세한 상상의 지도와 ‘증강 현실’ 지도</b>
1) 지도를 통해 상상의 세계를 구체화하는 작가들
지은이의 확신처럼, 우리 모두는 각자 마음속에 다른 사람은 엿보지 못하는 세계를 품고 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그 세계를 몽상의 영역에서 구체적인 이야기의 세계로 끄집어낸다. 이때 요긴한 수단이 바로 지도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에 등장하는 보물 지도, J. R. R. 톨킨의 ‘중간계’ 지도, 그리고 지은이의 친구이자 판타지 작가인 브랜던 샌더슨의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지도가 그 예다. 작품에 지도를 넣는 이유를 브랜던은 이렇게 설명한다. “대서사 판타지의 전형적인 특질은 몰입이지. 그래서 나는 책에 언제나 지도를 넣어. 나는 지도가 독자들에게 경이를 경험할 마음의 준비를 시킨다고 믿거든. ‘나는 새로운 곳으로 가게 될 거야’ 하고 말이야.”(187쪽) 상상의 지도라고 해서 지도의 기능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니다. 독자들은 모험이 이루어지는 진로의 플롯을 지도를 보며 쉽게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허구의 장소를 지도로 그리는 행위는 하나의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완성하는 훌륭한 방법이 된다.
2) 지도의 정의를 새로 쓰는 ‘증강 현실’ 지도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이란 실제 존재하는 환경과 컴퓨터 영상을 결합하는 기술인데, TV에서 스포츠 경기 중계 도중 경기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나타났다 사라지는 선, 스마트폰 앱에 표시되는 길 찾기 화살표나 주변 관심 정보 등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강 현실의 예다. 지은이가 정리하듯, 이제 지도 정보가 밖으로 나와 우리 현실 위에 스스로를 투영시킬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372쪽). 이런 기술을 덧씌운 지도는 더이상 예전의 지도로 정의될 수 없다. 에덴동산이 그려진 고지도처럼 실제와 다르거나 메르카토르 도법으로 그린 지도처럼 북반구 국가의 영토가 실제보다 크게 보이는 ‘잘못된 지도’가 아니라 시시각각 정보가 업데이트돼 원하는 정보를 즉각적으로 얻을 수 있는 증강 현실 지도는 실로 혁신적인 지도다. 하지만 추상화 과정이 생략된 증강 현실 지도는 사용자의 공간 지각 능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은이의 우려 섞인 전망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374쪽).
<b>맵헤드 진단 5단계 ‘극단’ - 지도 위에서 레이스를 펼칠까 vs. 지구 샌드위치를 만들까</b>
1) 지도에서 도로 경주를 벌이는 사람들
‘밸런타인데이 대학살Valentine's Day Massacre’은 앞서 소개한 ‘하이포인터스클럽’의 장소 수집이나 ‘지오캐싱’의 첨단 보물찾기보다도 더 유별난 맵헤드들의 활동을 보여준다. 이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레이서다. 지도 위를 달리는 레이서. 지난 40년 동안 매년 2월에 열린 이 대회는 지도의 도로 곳곳에 포진한 지시사항에 따라 전진하면서 단계별로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샌프란시스코 골든게이트 다리에서 뉴욕 자유의 여신상까지 이르는 험난한 여정의 게임이다(289쪽). 대회 규칙상 도로에서 6.4밀리미터 이내의 사물만 볼 수 있으며, 지시사항에서 따옴표 없이 적힌 장소명은 그 장소 자체를 의미하지만 따옴표가 붙으면 지도상에 그 장소를 표시한 글자를 의미하며, 자칫하다가는 지은이처럼 실제로 운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더 오래 걸려 한 구간을 통과(298쪽)하는 등 매우 세세하고 까다로운, 지도광을 위한 궁극의 게임이다. 이 대회에서 다섯 번이나 우승을 거둔 바트 브램리는 지도 경주를 하기에 좋은 자세(지도 위에 납작 엎드린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고도 근시를 해결해줄 라식 수술도 미룬 집념의 레이서다(294쪽).
2) 지구를 거대한 장난감으로 만든 ‘지구 샌드위치’
장소 수집가들은 제트기를 사용하고, 지오캐셔들은 GPS 인공위성을 사용해 그들의 기상천외한 맵헤드 문화를 창달했다. 그러나 지구 자체를 물리적으로 이용한 ‘지구 샌드위치’처럼 전무후무한 시도는 없었다. 2006년 웹 유머작가 제 프랭크는 짧은 비디오를 통해 팬들에게 빵 두 조각을 지구 표면상 180도 대척점에 놓아서 실제로 먹을 수는 없지만 지구를 거대한 샌드위치로 만들자고 제안했다(387~388쪽). 이 기발한 발상은 하마터면 실행되지 못할 뻔했는데, 대척점 두 곳 모두 육지인 지점이 몇 군데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 주 뒤 여행중인 캐나다인 형제가 스페인 남부에서 바게트 한 조각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사는 한 공모자가 집 근처에 바게트 한 조각을 얹어 인류 최초의 ‘지구 샌드위치’가 탄생했다. ‘지구 샌드위치’는 하나의 거창한 장난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존재를 지구적인 맥락에서 시각적으로 재인식하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b>맵헤드 진단 6단계 ‘문화’ - 결국 지도를 사랑한다는 것은</b>
각양각색, 기상천외한 맵헤드의 지도 사랑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카르토필리아와 더불어 지도와 공간에 집착하는 이들을 위한 또 하나의 근사한 용어가 있다. 이름하여 ‘토포필리아topophilia’. 지구에 대한 본능적인 열정이자 장소에 대한 사랑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 단어(31쪽)는 지도의 선천적인 매력에 푹 빠진 맵헤드들의 어쩔 수 없는 지도 사랑을 운명론으로 설명한다. 그렇다면 맵헤드의 유별난 활동은 그저 운명의 장난일 뿐인가? 그렇지는 않다. 지은이는 이 책을 써내려가는 시종일관 지도와 인간의 관계를 성찰한다. 그리고 인간은 지도 위에서 살아간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위치와 공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며, 세계를 확장해간다는 것이 지은이의 지론이다.
그게 바로 지도가 하는 역할이다. 우리가 있는 위치, 이동하고 있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 말이다. 500달러짜리 GPS 기기는 당신의 위치를 알려줄 수 있지만, 10달러짜리 도로 지도책은 맥락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여전히 강력한 도구다.
_387쪽
곧 지도는 특정한 지점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발견하게 해주며, 그것을 추상화해 인류가 공유하게 하는 문화의 산물이다. 꿀벌의 춤은 지리 정보를 동료와 공유하는 수단으로 유용하지만 태양의 위치를 기준으로 한 먹이의 방향과 거리, 그 먹이의 질을 알려줄 뿐이다. 인간이 만든 지도처럼 세계를 바꾼 역사를 품고 있다든가 수집해서 연구한다든가 상상의 세계를 창조해내는 데 긴요한 수단일 리 만무하다. 지은이는 말한다. 모든 지도는 어떤 면에서는 판타지 지도라고(199쪽). 고지도에 그려진 역사 속 공간은 물론이거니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그 많은 장소는 상상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도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딘가에 존재하지만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는 미지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인식하고 이해하려는 시도라고도 할 수 있겠다.
출처 :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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