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수면제의 도움을 받아 일찍 깊은 잠을 자고 나니
원기가 다소 회복되며 하루가 훨씬 알차게 채워진 느낌이다.
오전에는 세탁을 하여 빨랫줄에 널어 놓고 재활용쓰레기의
처리과정을 취재한 영상을 유튜브로 시청하였다.
낮에는 더위가 다시 찾아들고 방앗간에서 매연이 창으로
스며 들기에 창을 닫고 에어컨을 켰다.
16시 조금 지나 재활용쓰레기를 처리할 비닐봉투에 매직으로
주의사항을 적은 뒤 스티로폼 봉투를 재분류하였다.
다소 늦게 17:00 어린이미사에 도착하니 말씀의 전례를 마치고
새로이 선발한 어린이 보미사 다섯명에 대한 축복식을 거행하는
중이기에 상신성당의 복사로 활동하는 손주들을 떠올리면서
큰 박수로 응원해주었다.
●비오듯 솟아나는 땀을 닦으며 허둥지둥 미사를 마치고 귀가하여
지난 주 배출 후 수거해 가지 않은 플라스틱 봉투를 쏟아놓은 다음
재분류와 재처리를 시작하였다.
라벨을 가위와 커터칼로 오려가며 생수병과 사이다,콜라,커피등을
담았던 투명플라스틱(PE)을 별도로 압축하여 주의사항을 기재한
투명비닐에 담으니 3분의 2 가량이 차올랐다.
이어서 일반 플라스틱 병들도 쏟아 놓고 라벨을 가위와 커터칼로
떼어낸 후 다시 압축하여 비닐봉투에 담으니 그 양이 현저히 줄었다.
스펀지류는 재활용이 안된다기에 작게 잘라서 종량제봉투에 담았다.
수요일엔가 용량이 큰 종이박스 하나를 손질하여 폐지류를 담아뒀더니
그 다음날 주워갔는데 어젯밤 새 박스 두 개 외에도 너저분하게 폐지류가
다시 버려져 있기에 배송 스티커를 보니 배터길 3-17 2층이었다.
우림빌에서 분리수거 처리를 해주지 않으니 세입자들이 우리집 분리수거하는
곳에 자잘한 쓰레기들을 버리기도 하고 더러 불법주차도 하는 걸 목격하는데,
수시로 세입자가 바뀌니 번번이 그들을 가르치기가 버거울 지경이다.
지난 7월 중순의 경우 마냥 다량의 쓰레가 투기되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면서 소량의 쓰레기 정도는 흔연하게 내 손으로 치워주리라 각오하면서
주소가 붙어있는 박스에서 라벨을 제거한 다음 작은 종이박스와 소형폐지를
차곡차곡 담았더니 바닥에 깔리는 정도로 분리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소요시간 1시간 30분.
●틈틈이 베란다에 나가 앉아 불법주차를 감시하면서 낯선 차량이 진입하면
얼마나 주차할 것인지 물으며 장시간 주차를 요하는 차량은 공용주차라인에
주차하도록 안내를 했는데, 번거롭지만 이런 작업을 지속하는 게 마땅하다.
2345번 차량이 딜샤드네 차 곁에 주차하였기에, 혹시 오늘부터 영업을 다시
시작한 PC방 알바생 젊은이의 차가 아닌가 싶었는데, 골목 안 차량이었다.
아까 분리수거를 마칠 즈음 내게 쓰레기 배출 장소를 묻기에 전봇대 옆으로
배출하라 안내하면서 분리를 철저히 하도록 당부했는데 잘 지켜주길 바란다.
●열무밭에 벼룩벌레가 들끓는가 하면 쇠뜨기와 새삼, 그리고 달팽이나 진딧물이
횡행하던 텃밭을 5년 넘도록 묵혀 두면서 꾸준히 가을마다 퇴비를 덮어 주었었다.
이제 쇠뜨기나 새삼덩굴이 자취를 감추었지만, 그 당시 펜스 아래에 무성하던 환삼덩굴의
종자로 가득 차있을법한 흙을 긁어내고 몽땅 퍼다가 전봇대 아래로 쌓아두었더니, 지금은
펜스 아래에 가시 없고 가을마다 예쁜 꽃이 달리는 덩굴식물이 무성해졌다.
오래 전 내 열무밭을 시샘하던 이장이 포도나무를 철조망 아래에 심어 텃밭농사를
훼방놓더니, 언젠가 사고차량이 들이박는 통에 포도나무 줄기가 잘리고 철조망도
상당부분 망가졌는데 내가 방치해 놓은 동안 환삼덩굴이 무성하게 뻗어나가 자기네
문 앞 길까지 줄기를 뻗은 것이 지겨워졌던지, 사흘 전에는 환삼덩굴 가시에 찔려가며
무더기로 잡초를 잘라내곤 그것들을 전봇대 아래쪽에 쌓아 놓았다.
내가 채소를 기를 적에는 잡초를 다 없애고 옹기종기 고추와 얼갈이배추나 열무를 심어
깔끔하고 채소들이 정겨울 정도였는데, 탐욕을 부리다 보니 자기 집 앞이 잡초만 무성해져
여름엔 벌레에 시달리며 날고생하는 처지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요즈음에는 텃세 커녕 주차관리에도 순순히 응하는 걸 보면서 사람 사는 행태 대부분이
결국은 자기 마음 써 온 대로 돌려받게 되는 속칭 자업자득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 자녀와 사위들도 이제 내가 시도하는 바 두루 평안한 질서유지에 협조하고 있다.
한달여간 마음을 다스리면서 일상을 정화해 온 결과인지 점차로 집 주변을 정리하다보니
마당과 쓰레기 분리수거장소가 정돈되고 텃밭에서도 바랭이, 쇠뜨기,괭이밥,새삼 등의
성가신 잡초가 환삼덩굴과 억새나 엉겅퀴등에 밀리면서 눈에 별로 띄지 않게 되었다.
차근차근 텃밭을 가꿔가다 보면 자연의 섭리대로 지렁이,개구리,메뚜기,방아깨비 등의
해롭지 않은 동물들이 절로 세력을 형성하게 되 것이라 여겨진다.
새들도 까치나 비둘기 등의 세력이 다소 약해지면서 전에는 거의 눈에 보이지 않던
어치,직박구리,박새,딱새,곤줄박이,뱁새,굴뚝새 등등 귀여운 녀석들이 종종 눈에 띈다.
자연을 존중하고 아끼다 보면 땅심이 돌아오면서 강하고 유익한 동식물들이 저절로
찾아오게 되는가 보다.
내가 누리는 미미한 능력조차 하늘로 부터 절로 받은 것임을 한시라도 잊지 않으면서
내게 아직도 남아 있을 법한 오만함의 잔재일랑 털어내고 하늘의 섭리를 존중하자.
75번째의 가을을 누리게 해주신 분께 감사하며 수원주보를 찬찬히 읽어본다.
주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