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보다는 음악으로 청소년들을 감동시키는 데 승부를 걸겠다는 모든 시도를 하는 교회 안에서 더는 알고 깨달으라는 성경 말씀의 외침은 공허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한국 복음주의 협의회 회장인 김명혁 목사님은 한 강연회에서 한국 교회를 좀 먹는 세 가지 병폐를 지적하면서 그 가운데 한 가지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습니다.
“감정적인 흥분을 성령충만으로 착각”
먼저 김 목사는 “영성보다 감성에 치우치면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오늘날 한국 교회는 더 많이 자극하고 더 많이 흥분시키기 위해서 각종 음악 및 율동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중”이라며 “감정적인 흥분을 성령충만으로 착각하는 것은 서글프고 불행한 일”이라고 꼬집었다.1)
몇 년 전 갓피플에서 『왕의 기도』등의 베스트셀러를 쓴 손기철 장로의 온누리교회 월요 치유 집회 실황을 시청했습니다. 그 집회 내용 자체에 대해 언급하고 싶은 것이 많지만 각설하고 그 집회에서 제가 두드러지게 느낀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바로 음악을 통한 교묘한 감정적 흥분 상태의 조장이었습니다. 과거의 각종 부흥회가 시끄러운 음악으로 참석자의 감정을 고양시키는 데 치중했다면, 손 장로의 집회는 한마디로 ‘발라드’를 이용한 무드 조성에 힘을 쓴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분이 소위 말하는 ‘입신 또는 서 있는 사람 괜히 뒤로 넘어뜨리기(영어로는 slain by the spirit)’를 할 때 자주 쓰는 구호는 “더, 더, 더, 더, 터어치~~”입니다. 이 구호 역시 촌스러운 부흥사들이 목소리를 변조해 무식하게 고함지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매우 부드럽고 세련되기만 합니다. 손 장로의 이런 ‘괜히 넘어뜨리기’에 결코 빠져서는 안 되는 요소가 바로 무대에 도열해 백 뮤직을 부르는 젊은 여성들입니다. 이들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가스펠 발라드를 쉬지 않고 부릅니다. 이들이 없는 집회 현장, 글쎄요, 과연 몇 명이나 괜히 뒤로 넘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얼마 전 10여 년 동안 찬양 사역에 헌신했던 한 형제와의 교제를 통해 ‘디사이플즈’라는 그룹과 그 그룹의 리더인 천관웅 목사님이라는 분이 얼마나 특히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유명하고 영향력이 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천 목사님은 최근 새로운 소리교회(New Sound Church)를 개척했다는 소식도 새로이 알게 되었습니다. 천 목사님의 ‘새로운 소리 교회’는 단순하지만 꼭 필요한 내용으로 채운 홈페이지를 잘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홈페이지에서 가장 최근 예배 실황을 시청했습니다. 약 2시간 반에 육박하는 주일 예배는 거의 대부분이 음악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음악의 구성은 적절한 발라드와 록이 혼재된, 한마디로 잘 조화된 한 편의 포트폴리오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천 목사님의 주장 그대로 래디컬 워십(Radical Worship)바로 그 자체였습니다.
오늘날 청소년들은 음악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합니다. 그들의 언어는 이제 음악과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성경은, 믿음은 “들음”에서 나고 그 “들음”은 하나님의 말씀을 깨닫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성경은 계속해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서 “자라라”고 말하고 진리를 “알라”고 명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 가르치고 깨닫게 하는 책임을 가진 사람들은 힘든 가르침대신 더 쉬운 ‘노래 운동’으로 하루가 다르게 더 급진적으로 전향하고 있습니다. 말씀을 듣고 깨닫는 데 소용되는 긴 시간을 참을 수 없는 것이지요. 노래와 말 잘하는 사람 한두 명 무대 위에 세우고 확실하게 부르면 바로 당장 눈물을 흘리게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그 힘든 길을 가겠습니까? 어쩌면 예수님도 제자들을 데리고 어려운 비유들을 말씀하시는 대신 매일 음악 집회를 했으면 그들이 훨씬 더 빨리 변화되었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말입니다. 지금 이 중고등학생들, 나아가 대학생들을 포기하는 순간, 여기서 제가 말하는 ‘포기’란, 말씀보다는 음악으로 그들을 감동시키는 데 승부를 걸겠다는 모든 시도를 말합니다. 우리 교회의 10년 후는 더 이상 ‘의미’에 의한 메시지가 아닌 ‘멜로디’에 의한 메시지가 지배하는 곳이 될 것입니다. 그런 교회 안에서 더 이상 알고 깨달으라는 성경 말씀의 외침은 공허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수많은 교회가 기독교인의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화’, 교회의 ‘열린 음악회화’라는 목표를 향해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는 호소하고 싶습니다. 제발 노래 못하고 목소리 별로 좋지 않는 목회자들이라도 함께 힘을 뭉쳐서 이 노래 운동이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아니 드럼 치고 난리 법석을 떨면 그 현장을 ‘살아 있는 예배’의 현장이라고 생각하는 이런 기막힌 코미디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데 일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아주 어릴 때, 지금은 사라진 TBC라는 방송국에 “쇼 쇼 쇼”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저는 거기서 처음으로 가수와 그 가수 뒤에 서 있는 여러 명의 백 뮤지션을 보았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가수가 빛나기 위해서는 뒤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잘 받쳐 주는지가 중요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오늘날은 웬만한 교회만 가면 이런 “쇼 쇼 쇼” 현장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예배’라는 이름으로 말입니다. 아니, 한 걸음 더 나아가 ‘살아 있는 예배, 역동적인 예배, 영감이 넘치는 예배’라는 수식어까지 붙여서 말입니다.
저는 전교인의 ‘노찾사화’와 전교회의 ‘열린 음악회화’가 이뤄지고 있는 오늘날, 천 목사님의 ‘새로운 소리 교회’의 태동은 하나의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고 봅니다. 만약에 이 교회가 짧은 시간 안에 급속하게 성장한다면 조만간 우리는 다음과 같은 교회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Ultra Sound Church / Mega Sound Church / New Sound Community Church / Real Sound Church / The Church of Beat and Sound / 판소리 장로교회 등.
그리고 그 중 어떤 교회는 다음과 같은 광고를 할지도 모르지요. “우리는 찬양으로 설교하고 찬양으로 기도합니다. 찬양으로 시작해 찬양으로 끝나는 천상의 예배가 있는 곳, 내 영혼이 천상을 뛰놀도록 예배드리는 곳. 당신이 꿈꿔 온 그 예배가 있는 곳이 바로 XXX교회입니다. 참고로, 우리 교회는 프랜차이즈로 운영될 형제자매 교회를 모집합니다. 교회 이름을 XXX교회로 바꾸고 가맹비와 매월 로열티를 내시면 전문적으로 훈련된 찬양팀이 투입되어 한 달 안에 교인 수를 30% 이상 증가시켜 드립니다.”
한국 교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