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夜九渡河記 (하룻밤에 아홉 번 강을 건너다)」는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 1737~1805)의 명저(名著) 《열하일기(熱河日記)》중에서도 명문으로 평가되는데 <山莊雜記(산장잡기)>편에 있다. 고전번역원의 역문과 원문을 함께 싣습니다.
강물은 두 산 사이에서 흘러나와 바윗돌과 부딪치며 세차게 흘러간다. 그 놀란 파도와 성난 물머리와 우는 여울과 노한 물결과 슬픈 곡조와 원망하는 소리가 굽이쳐 돌면서, 우는 듯, 소리치는 듯, 바쁘게 호령하는 듯, 언제나 만리장성을 무너뜨릴 기세가 있다. 전차(戰車) 만 대와 기마 만 마리,대포 만 대와 북 만개로도 그 무너뜨리고 내뿜는 소리를 족히 형용할 수 없을 것이다. 모래 위에 큰 돌은 흘연(屹然)히 떨어져 섰고, 강 언덕에 버드나무는 어둡고 컴컴하여 물지킴과 하수 귀신이 다투어 나와서 사람을 놀리는 듯한데 좌우의 교리(蛟螭)가 붙들려고 애쓰는 듯싶었다. 혹은 말하기를, “여기는 옛 전쟁터이므로 강물이 저같이 우는 거야.” 하지만 이는 그런 것이 아니니, 강물 소리는 듣기 여하에 달렸을 것이다. 산중의 내집 문 앞에는 큰 시내가 있어 매양 여름철이 되어 큰비가 한 번 지나가면, 시냇물이 갑자기 불어서 항상 거기(車騎)와 포고(砲鼓)의 소리를 듣게 되어 드디어 귀에 젖어 버렸다. 내가 일찍이 문을 닫고 누워서 소리 종류를 비교해 보니, 깊은 소나무가 퉁소 소리를 내는 것은 듣는 이가 청아한 탓이요, 산이 찢어지고 언덕이 무너지는 듯한 것은 듣는 이가 분노한 탓이요, 뭇 개구리가 다투어 우는 듯한 것은 듣는 이가 교만한 탓이요, 대피리가 수없이 우는 듯한 것은 듣는 이가 노한 탓이요, 천둥과 우뢰가 급한 듯한 것은 듣는 이가 놀란 탓이요, 찻물이 끓는듯이 문무(文武)가 겸한 듯한 것은 듣는 이가 취미로운 탓이요, 거문고가 궁(宮)과 우(羽)에 맞는 듯한 것은 듣는 이가 슬픈 탓이요, 종이 창에 바람이 우는 듯한 것은 듣는 이가 의심나는 탓이니, 모두 바르게 듣지 못하고 특히 흉중에 먹은 뜻을 가지고 귀에 들리는 대로 소리를 만든 것이다. 지금 나는 밤중에 한 강을 아홉 번 건넜다. 강은 새외(塞外)로부터 나와서 장성을 뚫고 유하(楡河)와 조하(潮河)ㆍ황화(黃花)ㆍ진천(鎭川) 등 모든 물과 합쳐 밀운성 밑을 거쳐 백하(白河)가 되었다. 나는 어제 두 번째 배로 백하를 건넜는데, 이것은 하류(下流)였다. 내가 아직 요동에 들어오지 못했을 때 바야흐로 한 여름이라, 뜨거운 볕 밑을 가노라니 홀연 큰 강이 앞에 당하는데 붉은 물결이 산같이 일어나 끝을 볼 수 없으니, 이것은 대개 천리 밖에서 폭우(暴雨)가 온 것이다. 물을 건널 때는 사람들이 모두 머리를 우러러 하늘을 보는데, 나는 생각하기에 사람들이 머리를 들고 쳐다 보는 것은 하늘에 묵도(黙禱)하는 것인 줄 알았더니 나중에 알고 보니, 물을 건너는 사람들이 물이 돌아 탕탕히 흐르는 것을 보면, 자기 몸은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고, 눈은 강물과 함께 따라 내려가는 것 같아서 갑자기 현기가 나면서 물에 빠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머리를 우러러 보는 것은 하늘에 비는 것이 아니라, 물을 피하여 보지 않으려 함이다. 또한 어느 겨를에 잠깐 동안의 목숨을 위하여 기도할 수 있으랴. 그 위험함이 이와 같으니, 물소리도 듣지 못하고 모두 말하기를, “요동 들은 평평하고 넓기 때문에 물소리가 크게 울지 않는 거야.” 하지만 이것은 물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요하(遼河)가 일찍이 울지 않는 것이 아니라 특히 밤에 건너보지 않은 때문이니, 낮에는 눈으로 물을 볼 수 있으므로 눈이 오로지 위험한 데만 보느라고 도리어 눈이 있는 것을 걱정하는 판인데, 다시 들리는 소리가 있을 것인가. 지금 나는 밤중에 물을 건너는지라 눈으로는 위험한 것을 볼 수 없으니, 위험은 오로지 듣는 데만 있어 바야흐로 귀가 무서워하여 걱정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이제야 도(道)를 알았도다. 마음이 깊은 자는 귀와 눈이 누(累)가 되지 않고, 귀와 눈만을 믿는 자는 보고 듣는 것이 더욱 밝혀져서 병이 되는 것이다. 이제 내 마부가 발을 말굽에 밟혀서 뒷차에 실리었으므로, 나는 드디어 혼자 고삐를 늦추어 강에 띄우고 무릎을 구부려 발을 모으고 안장 위에 앉았으니, 한 번 떨어지면 강이나 물로 땅을 삼고, 물로 옷을 삼으며, 물로 몸을 삼고, 물로 성정을 삼으니, 이제야 내 마음은 한 번 떨어질 것을 판단한 터이므로 내 귓속에 강물소리가 없어지고 무릇 아홉 번 건너는데도 걱정이 없어 의자 위에서 좌와(坐臥)하고 기거(起居)하는 것 같았다.
옛날 우(禹)는 강을 건너는데, 황룡(黃龍)이 배를 등으로 떠받치니 지극히 위험했으나 사생의 판단이 먼저 마음속에 밝고 보니, 용이거나 지렁이거나 크거나 작거나가 족히 관계될 바 없었다. 소리와 빛은 외물(外物)이니 외물이 항상 이목에 누가 되어 사람으로 하여금 똑바로 보고 듣는 것을 잃게 하는 것이 이 같거늘, 하물며 인생이 세상을 지나는데 그 험하고 위태로운 것이 강물보다 심하고, 보고 듣는 것이 문득 병이 되는 것임에랴. 나는 또 우리 산중으로 돌아가 다시 앞 시냇물 소리를 들으면서 이것을 증험해 보고 몸 가지는데 교묘하고 스스로 총명한 것을 자신하는 자에게 경고하는 바이다.
「一夜九渡河記」
河出兩山間。觸石鬪狠。其驚濤駭浪。憤瀾怒波。哀湍怨瀨。犇衝卷倒。嘶哮號喊。常有摧破長城之勢。戰車萬乘。戰騎萬隊。戰砲萬架。戰鼓萬坐。未足諭其崩塌潰壓之聲。沙上巨石。屹然離立。河堤柳樹。窅冥鴻濛。如水祗河神。爭出驕人。而左右蛟螭。試其挐攫也。或曰。此古戰塲。故河鳴然也。此非爲其然也。河聲在聽之如何爾。余家山中。門前有大溪。每夏月急雨一過。溪水暴漲。常聞車騎砲鼓之聲。遂爲耳祟焉。余甞閉戶而臥。比類而聽之。深松發籟。此聽雅也。裂山崩崖。此聽奮也。群蛙爭吹。此聽驕也。萬筑迭響。此聽怒也。飛霆急雷。此聽驚也。茶沸文武。此聽趣也。琴諧宮羽。此聽哀也。紙牕風鳴。此聽疑也。皆聽不得其正。特胷中所意設而耳爲之聲焉爾。今吾夜中一河九渡。河出塞外。穿長城會楡河潮河。黃花鎭川諸水。經密雲城下。爲白河。余昨舟渡白河。乃此下流。余未入遼時。方盛夏。行烈陽中而忽有大河當前。赤濤山立。不見涯涘。葢千里外暴雨也。渡水之際。人皆仰首視天。余意諸人者仰首默禱于天。久乃知渡水者。視水洄駛洶蕩。身若逆溯。目若沿流。輒致眩轉墮溺。其仰首者非禱天也。乃避水不見爾。亦奚暇默祈其須臾之命也哉。其危如此而不聞河聲。皆曰遼野平廣。故水不怒鳴。此非知河也。遼河未甞不鳴。特未夜渡爾。晝能視水。故目專於危。方惴惴焉。反憂其有目。復安有所聽乎。今吾夜中渡河。目不視危則危專於聽。而耳方惴惴焉。不勝其憂。吾乃今知夫道矣。冥心者。耳目不爲之累。信耳目者。視聽彌審而彌爲之病焉。今吾控夫。足爲馬所踐。則載之後車。遂縱鞚浮河。攣膝聚足於鞍上。一墜則河也。以河爲地。以河爲衣。以河爲身。以河爲性情。於是心判一墜。吾耳中遂無河聲。凡九渡無虞。如坐臥起居於几席之上。昔禹渡河。黃龍負舟至危也。然而死生之辨。先明於心。則龍與蝘蜓。不足大小於前也。聲與色外物也。外物常爲累於耳目。令人失其視聽之正如此。而况人生涉世。其險且危。有甚於河。而視與聽。輒爲之病乎。吾且歸吾之山中。復聽前溪而驗之。且以警巧於濟身而自信其聰明者。(끝)
첫댓글 聲與色外物也 外物常爲累於耳目 令人失其視聽之正如此 而况人生涉世 其險且危 有甚於河 而視與聽 輒爲之病乎 [소리와 빛은 외물이니 외물이 항상 이목에 누가 되어 사람으로 하여금 똑바로 보고 듣는 것을 잃게 하는 것이 이와 같거늘, 하물며 인생이 세상을 지나는데 그 험하고 위태로운 것이 강물보다 심하고, 보고 듣는 것이 문득 병이 되는 것임에랴].
"나는 또 우리 산중으로 돌아가 다시 앞 시냇물 소리를 들으면서 이것을 증험해 보고..." 란 말은 박지원의 고향 황해도 금천 연암(燕巖)골짝을 회상하면서 쓴 것같다. 一說에 의하면 "一夜九渡河"라도 실제는 하나의 냇물을 이리 건너고 저리 건넜던것이라 보는데 아뭏튼 이 글은 열하일기중의 highlight이며 名文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