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최용현(수필가)
정보사령부의 특수요원 차태식(원빈 扮)은 수조 원 가치의 인공위성 핵심기술 유출을 막는 일을 하던 중 상대측 괴한이 덤프트럭으로 아내가 탄 승용차를 들이받아 임신한 아내가 즉사하고 자신도 총상을 입는다. 상처를 치료하고 퇴원한 그는 사직한 후 서울 용산에 전당포를 차리고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가고 있다. 태식이 만나는 사람은 전당포에 물건을 맡기러 오는 손님과 옆집에 사는 꼬마소녀 소미(김새론 扮) 뿐이다. 소미는 엄마와 함께 살지만 늘 혼자 있기 때문에 버림받은 아이나 다름없다. 소미는 태식을 아저씨라 부르며 의지하고 있고, 태식 또한 소미를 싫어하지 않아서 두 사람은 태식의 식탁에서 함께 밥을 먹기도 한다.
나이트클럽에서 댄서로 일하는 소미의 엄마 효정(김효서 扮)은 클럽 탈의실에서 전기충격기로 한 남자를 기절시키고 그의 물건을 훔쳐 카메라 가방에 담아 태식의 전당포에 맡긴다. 그런데 그 물건은 한 조직이 오명규 사장(송영창 扮)에게 전달해야할 마약이었다. 오 사장은 조직의 두목(김희원 扮)을 불러 귀싸대기를 때리며 당장 찾아오라고 호통을 친다. 다음날, 두목의 동생(김성오 扮)이 효정의 집에 들이닥쳐 효정과 소미를 납치해 가는데, 전당포에는 두목이 고용한 외국인 킬러 람로완(타나용 웡트라쿨 扮)이 열쇠를 자르고 들어와 카메라 가방을 뒤져서 물건을 찾아간다. 태식은 람로완의 휴대폰에서 소미의 절박한 목소리를 듣게 되는데, 두목은 태식에게 심부름을 하나 해주면 납치한 모녀를 해치지 않겠다고 말한다.
태식은 두목이 내주는 차를 타고 오 사장을 찾아가 물건을 전달하지만, 두목의 연락을 받고 대기하던 마약팀 형사들에게 체포되고 만다. 태식이 탄 차의 트렁크에는 두 눈과 장기(臟器)가 적출(摘出)된 효정의 시체가 들어있어서, 태식은 꼼짝없이 마약유통과 살인 및 장기밀매 혐의를 뒤집어쓴다. 배달 온 음식으로 식사를 할 때, 태식은 왼손잡이라고 말하고 수갑을 바꿔 채우는 사이 형사들을 때려눕히고 탈출한다.
두목 형제를 응징하고 소미를 구해야겠다고 결심한 태식은 고물상을 하는 옛 특수요원 동료를 찾아가 권총을 구한 후, 머리를 짧게 깎고 집을 나선다. 이때 소미는 장기적출을 기다리는 개미굴에 갇혀있었다. 태식은 유괴한 아이들에게 마약제조를 시키다가 장기를 적출하는 두목의 동생을 찾아가 프로판가스에 불을 붙여 폭사(爆死)시킨다. 태식은 경찰에 연락하여 아이들을 구조하게 하고, 두목 형제가 살인과 마약 및 장기 밀매의 범인임을 알린다.
동생이 당한 것을 알게 된 두목은 오 사장을 처치한 람로완에게 소미의 안구(眼球)를 적출하라고 지시한다. 이때 들이닥친 태식은 조직원 17명과 피 튀기는 대결을 펼쳐서 모두 때려눕히고, 호적수인 람로완과 혈투를 벌여 그의 가슴에도 나이프를 꽂는다. 다시 주차장으로 달려간 태식은 승용차를 타고 도주하려는 두목을 총으로 처단한다.
복수를 끝낸 태식이 삶의 의욕을 잃고 권총을 자신의 머리에 겨누고 쏘려는 순간, 죽은 줄 알았던 소미가 경찰과 함께 나타난다. ‘아저씨, 나 구하러 온 거 맞죠?’ 하며 안기는 소미에게 태식이 ‘혼자 사는 거야.’ 하고 말한다. 소미가 고개를 끄덕이고 소미를 안은 태식의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매드 소울 차일드의 ‘Dear’가 몽환적이면서도 애절하게 흘러나온다.
‘아저씨’는 ‘열혈남아’(2006년)로 데뷔한 이정범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91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하여 628만 명의 관객과 231억 원의 수익을 기록하여 2010년 최고의 웰 메이드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마약 밀매와 아동 유괴, 장기 적출 등 쇼킹하고 잔혹한 장면이 많아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으나, 짜임새 있는 스토리라인과 배우들의 캐릭터를 제대로 살린 실감나는 연기로 할리우드영화 못지않다는 평을 받았다.
이 영화는 IMDB 평점에서 7.8점을 받았는데, 해외에서도 넷플릭스를 통해 유명세를 타고 있다. 킬러와 소녀의 교감이라는 점에서는 ‘레옹’(1994년)과 닮았고, 사람 하나 잘못 건드려서 전직요원에게 조직이 초토화된다는 점에서는 ‘테이큰’(2008년)과 닮았다. 내용이 비슷한 ‘더 이퀄라이저’(2014년)는 아예 ‘미국판 아저씨’로 불리고 있다.
이정범 감독은 아버지가 운영하던 전당포에서 보안을 위해 설치한 방범창과 쇠창살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세상과 단절한 남자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라 이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주인공을 50대로 설정하면서 배우 김윤석을 염두에 두었으나, 초안 시나리오를 본 원빈이 꼭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와서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눠본 후 시나리오를 30대로 수정하였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 첫 단독주연을 맡은 원빈은 여심을 사로잡는 멋진 비주얼과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 연기로 큰 인기를 모았다. 특히 스스로 머리를 자르는 장면은 현장 스태프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했고, 극장에서도 여성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또 한 사람, 외국인 킬러로 나오는 태국 출신 람로완은 출중한 격투능력을 지닌 악당이면서도 어린 소미의 눈을 적출하라는 두목의 지시를 어기는 등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 존재감을 과시했다.
‘아저씨’는 후반부로 갈수록 액션강도가 높아지는데,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에 대형사우나 홀에서 원빈이 권총과 나이프로 17명의 조직원을 모조리 처치하는 장면이다. 이게 영화라서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원빈의 대사처럼 내일만 보고 사는 놈은 오늘만 보고 사는 놈을 정말로 이길 수 없는 것인지….
이 영화는 2010년 당시 부일영화상을 시작으로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대한민국영화대상, 백상예술대상 등에서 수상을 했고, 주인공인 원빈과 김새론은 남우주연상과 신인여우상을 휩쓸었다. 그 후 10년이 훌쩍 지났다. 소미 역의 김새론은 이제 숙녀가 되어 TV드라마와 영화에서 맹활약하고 있는데, 원빈의 신작 소식은 아직도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인도영화 ‘록키 핸섬’(2016)은 정식으로 판권 계약을 한 ‘아저씨’의 리메이크 작이다. 할리우드에서도 ‘아저씨’를 리메이크한다고 한다. 키아누 리브스가 나오는 ‘존윅’(2014년)의 제작진이 만든다고 하는데, 어떤 아저씨가 나올지 상당히 궁금해진다.
첫댓글 전 이 영화.. 아저씨를 보면서
프랑스 영화 레옹을 떠올리면서 봤답니다
원빈과 김새론은 장 르노와 나탈리 포트만을 대비시키면서.. 비슷함을
느꼈는데 후일.. 더 이퀼 라이저 의 소녀와 제가 좋아하는 덴젤 워싱턴 을
생각나게 했고..
처사님이 말씀하신대로 제 생각이 비슷함을 느끼네요
참 재미있게 봤던 영화였지요
물론 소장하고도 있고요 ㅎ
네, 충분히 레옹을 떠올릴 만한 영화죠.
여러가지로 레옹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우리 영화도 이 정도면 상당히 잘 만든 거지요.
마지막에 나오는 ost 매드 소울 차일드의 '디어'는 잘 몰랐었는데,
이 영화에세이를 쓰면서 몇번이나 들어보았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은근히 중독성이 있더군요.
그 특이한 발성법도 그렇고, 몽환적인 분위기도 그렇고...
저도 아주 재미있고, 한국 영화의 자부심을 느꼈던 기억이 나는 작품 입니다.
멋진 해설 감사합니다~~^^
네, 상당히 잘 만든 한국영화죠.
감사합니다.
아주 재미있게 봤어요.
감사합니다.
11살 소녀가 22살 성인이 되다니
벌써 그렇게 되었군요!
@월산처사 2010년 영화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