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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이틀 가다보니 9월이 되었고 또 4일이 되었다. 눈꼽만큼도
살고싶은 생각이 없는데 폐암으로 15년, 뇌종양으로 4년을 살고
있다. 15년째 고혈압약과 혈전용해제 그리고 아스피린을 복용하
고 있는데도 멀쩡한 사람처럼 살고 있다.
내가 나를 돌아봐도 이상하다. 암에 걸렸다고 보약 한첩, 건강식
품 하나 먹은 적이 없는데 왜 안죽고 살아있는지 신기하다. 주위
에서 폐암에 걸린 사람들은 몇 년은 커녕 몇 달도 못살고 죽던데
말이다. 강상죄인이라 염라대왕도 싫다고 하시는가.
2
코로나가 사람 우습게 만든다. 헬스크럽에서도 목욕탕에서도 옆
에 사람이 오면 슬그머니 피하고 기침이라도 할라치면 따가운 눈
총을 받아야 한다. 젊은 사람들은 무심히 넘어가는데 노인들이 유
난스럽게 더 그런다.
3
사위가 조용하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집이 몽마르뜨 공원 옆에
있어서 밤에는 차도 사람도 별로 안 다닌다. 주위가 국립도서관, 예
술원사무국, 대검찰청, 대법원으로 둘러 쌓여 있어서 가게가 하나도
없다. 서초역 사거리나 가야 이런저런 가게가 보인다.
아파트촌이 아니라 빌라촌이라서 주민도 많지 않고 차도 많지 않다.
주민도 한번 이사오면 오래 살아서 이동이 별로 없고 인사는 안하지
만 얼굴 보면 누구네 집 누구쯤은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조용해서
그런지 연예인들이 많이 산다. 나도 조용해서 오래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