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을 즐기는 일
최민영
이번 학기는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 아주 많은 학기였다. 연기, 밴드, 회장 선거 등등. 생각만 해보고 시도하지 않았던 것, 하고 싶지만, 기회가 없었던 것들에 도전했다. 이 글에서는 내 도전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 두 가지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내가 2학기에 가장 먼저 도전한 것은 연기다. 입학 전에 진행한 뮤지컬 캠프에서 연기에 대해 좋은 기억이 많이 생겼다. 예를 들자면 같이 연습하며 생기는 유대감, 그리고 무대에 올라 배역에 몰두하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 기억들이 있기에 나는 다시금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나는 마당극 에포크와, 함께하는 연극 전태일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마당극 에포크에서는 아주 소수의 인원으로 무대를 준비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모두가 진심으로 공연에 참여해야만 했다. 일전에 뮤지컬 캠프를 했었기에 사실 조금은 만만하게 보았지만 역시 쉬운 공연이라는 것은 없었다.
소수이기에 노래와 춤을 출 때 더욱 텐션을 높여야 했고, 그것은 연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계속 반복되는 연습과 끌어올리는 텐션에 진이 빠졌지만, 그만큼 보람차고 재밌었다. 특히 점점 무대가 완성되어간다고 느껴질 때는 상상 이상으로 행복했다.
무대가 완성되고, 진짜 공연에 오를 때에는 정말 신이 난다. 우리가 열심히 지은 세계 안에 처음으로 발을 내딛는 기분을 아는가? 내가 무대 위에 첫발을 내디딜 때가 딱 그런 느낌이다.
이번 에포크에서 준비한 공연은 총 3번 무대를 올렸다. 혹시 여러 번 공연을 올리게 되면 질릴까 걱정이 됐었다. 하지만 오히려 내가 사랑하는 세계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하나의 공연으로 이렇게 많은 행복을 찾게 되어서 너무나 좋다.
그 후에는 함께하는 연극 전태일에 참여하게 되었다. 다른 친구들이 먼저 캐스팅 받은 것을 보고, 나도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연기에 또다시 들어가고 싶었다.
처음 이 연극을 시작했을 때는 정말 몰입이 하나도 되지 않았다. 전체적인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았고, 연습 장소는 그냥 강당이었다. 그날은 그냥 대사를 말하는 로봇 같은 느낌이었다. 그 후에 나는 기숙사에서 대본을 보았다. 그리고 노래와 대사를 정말 죽기 살기로 외웠다. 그때부터 나는 서서히 전태일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그다음 날에는 열심히 대본을 본 덕분인지 감정이입이 잘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놀라서 소리를 지르는 장면에서 어떻게 소리를 질러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드디어 배우들과 함께 연습하는 날이 왔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합을 맞추었다. 무대와 상대 배역들이 생기니 내 세계는 더욱 견고해졌다. 같이 연습하고 있을 때,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나왔다. 나는 내가 나름대로 정한 방식대로 소리를 질렀다. 소리는 거의 다 비슷했다. 그런데 우리끼리 할 때와는 달리 좀 더 이입이 잘 되었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생각해보았다. 나는 소리에 집중해서 생각했지만, 사실 표정과 몸짓이 더욱 중요한 것이었다. 그렇게 연기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얻고, 어느덧 공연이 다가왔다.
나는 무대에 발을 내디뎠다. 여태 경험하지 못한 거대한 세계가 펼쳐졌다. 나를 포함해 다른 배우들이 모두 함께 만든 엄청나게 거대한 세계였다. 나는 이 세계에 눈 녹듯이 스며들었고, 무사히 공연을 마쳤다.
나는 한동안 그 세계에서 나오지 못했다. 너무나 거대하고 정교했기에 그 세계에서 나오기 싫었다. 오히려 더 많은 역을 맡아 그 세계에 빠져들고 싶었다.
연기를 하며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게 되었다. 어떤 세계는 조그맣고, 또 어떤 세계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거대했다. 어느 세계이든 나는 새롭다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 미래에 직업으로 무대에 오르는 배우가 하고 싶어지기도 했다. 이로써 나는 미래에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났다.
그다음으로 시도했던 것은 일렉기타와 밴드다. 나는 평소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없었지만, 밴드를 한 번쯤 도전해 보고 싶었다. 사실 저번 학기에 일렉기타 수업이 있었다. 수업을 듣고 싶었지만, 필수 수업과 겹치는 바람에 듣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데 이번 학기에 락간디라는 밴드 수업이 있다는 걸 듣고 꼭 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듣게 됐다.
처음 수업에서는 기본적인 명칭과 악보 보는 법을 배웠다. 엄청나게 기대했던 것과 달리 손가락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될 때까지 반복 연습을 하는 것이 지루했다. 그래도 기숙사에 올라가서도 연습하고 집에 가서도 꾸준히 연습했다. 다음 수업이 가까워졌을 때, 나는 내 실력이 늘어난 것을 느꼈다. 노래에 맞춰서 치는 것이 버겁지 않았고, 손가락도 처음보다 빨리 제자리를 찾아갔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것이 이런 재미가 있기에 하는 것이 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드디어 첫 합주를 하게 되었다. 연습을 많이 했지만 아무 소리도 없는 이 장소를 우리들끼리 채워야 한다는 것에 엄청나게 떨렸다. 연주가 시작되었고, 텅 비었던 공간은 순식간에 우리의 소리로 꽉 찼다. 혼자 노래에 맞춰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언제 어디서 돌발 상황이 생기고, 누가 어떻게 대처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연주하는 모두에게 집중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다. 각자의 소리가 하나가 되고, 또 서로를 의식하며 맞춰나갔다.
나는 음악이 이렇게 너와 나를 우리로 묶어주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서로를 믿고 나아갔던 이 경험이 다른 공동체에서도 빛을 발했으면 좋겠다.
이번 학기는 이러한 도전들이 많았던 2학기였다. 어쩌면 버거울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즐거움으로 승화시켰기에 나에게 남은 것이 많았다. 연기의 즐거움을 다시 느끼고, 내 꿈에 적용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음악으로 하나 되는 이 느낌을 공동체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선에서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아낌없이 하는 것은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두렵지만 새로운 도전을 통해 나의 삶이 더욱 확장되었다. 어쩌면 찾지 못했을 나의 세계를 내가 직접 들어가서 확인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도 나는 이렇게 소중한 내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도전할 것이다. 기회가 오면 잡아내고, 새로운 것들을 마다하지 않고 경험해내는 것 말이다.
첫댓글 민영이 진짜 전태일 연극할때 진짜 노래도 엄청 열심히부르고 기숙사에서 계속 대본보면서 엄청 열심히하는것도 진짜 얘는 진짜 ㅈ열정으로는 뛰어넘을수 없는애구나를 알았고 글도 진짜 잘썼고 수고했어~
2학기에 들어서 새롭게 도전하거나 마주하며 느껴본 것을 글로 정리한다는 건 힘들 수도 있는데, 지금 보면 민영이가 연극에서 어느 캐릭터에 몰두하거나 연기에 몰두할 수 있었던 건 민영이가 글을 잘 써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앞으로 민영이가 이 학교에서 느껴갈 생각을 응원할 게!!
기숙사에서 보면 전태일 연극 대본 보고 있고 연기도 잘하구.. 연극할때 실감나게 잘 하더라 사실 그때 난 노래 못외운 상태였는데 ㅋㅋ 멋졌어 수고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