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부산에도
함박눈이 펑펑 내리더니
오늘 아침 영하5도까지 내려갔다
올들어 가장 춥다는 산행가는날.
이불속에서 자꾸만 망설여진다
눈길에 낙상사고도 많다는데...
그렇다고 내가 포기할 사람이더냐
양파껍질처럼 벗겨도 벗겨도 또 벗길만큼
두껍게 털목도리로 목을 감싸고
센텀시티에 도착해서
반가운 늘품산행 멤버들과 함께
장산을 오르는데 그야말로
살을 에이는 칼바람이
연탄불에 오징어 구어지듯
몸이 오그라들기 시작했다
장산 초입엔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는
많은시들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했고
마치 숲속 문학관에 온듯했다
세월이 가면,국화옆에서,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성불사에서 잠시 목을 축인뒤
성난 바람도 잠을 재우고
정상을 향해 다시 출발.
높은곳에는 아직도 잔설이
군데군데 남아있어
겨울의 운치를 더했다
얼마큼 올랐을까!
기암괴석 하나가 눈앞을 가로 막는다
보기에도 웅장한 선바위 장군암.
그곳에서 나는 바위를 힘껏 안으며
장산의 정기를 온몸으로 받았다
드디어 정상에 있는 철탑까지 올랐다
확트인 시야는 초고층 빌딩숲으로
위용을 자랑했고
해운대 신시가지,광안대교,
미래의 첨단도시 센텀시티가 한눈에 들어왔다
어느나라에 견주어도 자랑할만한 풍광들이다
장산에서 바라본 해운대의 멋진 풍광들을
눈과 가슴으로 한아름 담아 하산하는길은
그야말로 아름다움의 극치를 더했다
정말 이곳이 부산이 맞나 의심이 갈 정도로
많은눈이 쌓여 다른나라에 온것 같았다
축복받은자만이 이런 행운도 누릴수 있으리라
동심으로 돌아간 애늙은이들은
눈싸움도 하고 미끄럼도 타고 다들 신이 났다
영롱한 눈빛에 눈이 시리도록 부셔온다
모자에 털목도리,털장갑,6겹으로 보온을 한 내몸은
이미 내가 아닌 로보트가 되어
몸도 다리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데
햇빛의 심술에 녹은 눈은
질퍽질퍽해서 자꾸만 신발에 들어 붙는다
그러잖아도 무거운 몸을 더 무겁게 만든다
우리의 산행대장님!
하필 지뢰밭이 있는 철책선옆에
자리를 깔고 밥을 먹자고 한다
김장김치에 도루목,컵라면,추억의 보리개떡까지~
잠시 몇분동안 밥을 먹는사이에
손끝은 동상이라도 걸린듯
시리고 아리고 따끈거렸다
따뜻한물로 속을 달래보지만
이미 한겨울 계곡물 흐르듯 싸늘하기만 하다
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생리적 현상으로 급해진 여자 세명이
먼저 하산길에 올랐다
광활한 억새평원은 쌓인눈과 더불어
산 사람들의 쉼터가 되었고
이곳에서 바라본 해운대의 전경도
한폭의 그림같았다
거대한 돌너덜도 한없이 경이롭기만 했다
내려오는길은 빙판길이어서
여기저기서 미끄러지는소리가 요란하다
아랫도리는 점점 무거워지는데
근심풀곳은 가도가도 보이지가 않는다
대천공원에 이르러 근심풀곳을 발견하자
고향친구를 만난것보다 더 반가웠다
근심을 풀고 나니
한여름 시원한 계곡물이 이보다 더 시원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는 사이 또다른 멤버들은
탈영한 우리를 추격해
지뢰밭을 샅샅이 뒤져가며
사방팔방으로 뛰었다고 하니
하하하~장산에 웃음꽃이 퍼진다
뒷풀이로 고래고기냐 복국이냐
실랑이를 벌이다가 다수결로 복국이 이겼다
미포에 있는 할매 복국집에서
얼었던 몸을 녹였다
복찜,복수육,뜨끈뜨끈한 복국까지...
몸이 녹으면서 상기된 얼굴은
활짝핀 복사꽃을 보는것 같았다
회장님,총무님 개인사정으로
오늘 산행은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쁜 총무님 뒷풀이는 한걸음에 달려왔다
얼마나 오랜만에
걸어보는 겨울바다인가!
옛추억을 더듬으며 백사장을 걸어봤다
바다가 보이는
초고층 노래방에서 2차를 하잔다
우와~ 휘황 찬란한 야경에
눈이 한없이 즐겁기만 하다
겨울 밤바다,광안대교의 야경,
맛깔스런 음식,신나는 음악까지...
마치 별천지에 온것 같았다
몸도 마음도 넉넉한 동문들
찬조까지 두둑하게 해서 풍요로움까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요즘엔 건배제의도 참 재미있다
예전에 부라보와는 달리
성행위(성공과 행복을 위하여)~
사우나(사랑과 우정을 나누자)~
내가~ 족같이등등
좋은사람들과 이렇게 회포도 풀고
어깨동무도 하고 노래도 부르니
이보다 더 좋을수 있으랴
귀염둥이 총무님
우리의 기쁨조가 되어
한층 흥을 돋구어준다
오늘 산행은 눈이 있어 즐거웠고
또한 바다가 있어 즐거웠으며
무엇보다도 따뜻한 동문들이 있었기에
더 즐거운 산행이 아니었나 싶다
출처: 한국방송대 부산지역 국어국문학과 동문회 원문보기 글쓴이: 01염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