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맛] 7. 영주 인삼요리
쌉싸름한 풍기인삼, 닭·장어·해삼 등 보양식과 찰떡궁합
인삼돌솥밥 한정식. 백종훈 기자
영주 소백산은 봄이면 철쭉이 만개하고, 여름이면 수많은 야생화가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천상의
화원이 따로 없다. 백두대간의 중심으로 수려한 소백산 아래 터를 잡은 영주시는 기품있는 선비의
풍모다. 이와 함께 풍기읍은 소백산의 정기를 담아낸 풍기인삼(人蔘)의 주산지다.
인삼은 약재로 뿐만이 아니라 음식에 접목할 땐 ‘신의 한수’라고 표현할 만큼 음식재료 자체로 위
력을 발휘한다. 맛과 맛의 충돌에 있어서 기묘한 절충을 자아낼 뿐만 아니라 식재료 간 영양 밸런
스를 맞춰 주기도 하고, 거기에 고급진 비주얼 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재료는 인삼의 씁쓸한 맛을 중화시켜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인삼의 쌉싸름한 맛이 식재료의
누린내나 비린내를 가려 주기도 한다. 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 주고 덮어 주니 궁합이 맞는 음식이
다. 아니 천생연분 음식이라는 표현이 더욱 걸맞다. 인삼과 궁합이 맞는 음식은 대부분 기력보강과
자양강장에 좋은 으뜸 보양식으로 탄생한다. 삼계탕을 시작으로 인삼어죽과 장어와 인삼이 만난
장삼탕, 그리고 바다의 인삼인 해삼과 육지의 인삼이 만난 양삼탕이 그것이다. 요즘엔 문어 낙지
와 만난 해신탕에도 인삼이 필수다. 인삼은 또 사과, 대추, 우유, 꿀, 마, 맥문동, 오미자와도 궁합
이 잘 맞는다. 회는 바닷가에서 먹어야 제맛인 것처럼 인삼음식 또한 산지 풍기에서 먹어야 제맛
이 난다.
인삼 돌솥밥.
△인삼요리 전문 음식점 ‘삼뜨락’ 한정식
삼복지간인 이맘때면 인삼요리를 맛보기 위해 전국 식도락가들이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 있다. 바로 영주시 풍기읍 안풍로에 위치한 ‘삼뜨락 한정식’이다. 외식업 경력 20년의
민병서(66·경북향토음식연구회)씨·박서정(66) 부부가 늘 반갑게 손님을 맞이한다.
“어서 오세요. 얼른 시원한 안으로 드시지요”
풍기가 인삼의 고장이기에 인삼전문 음식점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가게 문을 열기
몇 년 전부터 연구하고 준비를 해왔다고 한다. 삼뜨락 이라는 음식점 이름은 민 대표가 직접
지었다. 인삼의 ‘蔘(삼)’과 뜨락은 눈 앞에 펼쳐진 뜰이라는 뜻으로 처음 대지를 구입하고 집
터를 닦기 전 몇 개월 동안에 아침저녁 그리고 새벽에도 들러 봤는데 그때마다 눈앞에 시시
각각 펼쳐지는 뜨락의 모습은 느낌이 달랐다고 한다.
“아침의 풍경은 깨끗함 그대로이고, 저녁이면 노을이 아주 좋더라 구요. 밤이 되면 풍기읍내
야경이 아름답게 펼쳐지고 새벽에 와보면 마치 산구름이 걸쳐 져 있는 산꼭대기 정상에 서
있는 느낌을 받지요”
삼뜨락의 넓은 주차장에 서 있어 보면 눈앞에 소백산 능선이 한눈에 보이고, 산 아래로 풍기
읍내가 발아래에 들어온다. 안주인 박씨는 음식 만드는 일 만큼이나 들꽃을 가꾸는 것을 좋
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식당 입구에는 들꽃카페처럼 그녀만의 야생화 작품들로 탐스럽게 꾸
며져 있다.
삼뜨락은 영주시에서 15분 거리이고 중앙고속도로 풍기 IC에서는 5분 거리다. 현지인들은
물론이고 영주와 풍기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접근성도 아주 좋다.
넓은 주차장과 함께 전체 부지면적은 3천600여㎡의 규모다. 상시 수용 인원은 140여명.
개별 좌식 룸과 함께 입식 테이블로 270㎡의 실내공간을 시원스럽게 꾸며 두고 있다.
불향 나는 돼지석쇠구이
△주인이 직접 요리하는 수석 주방장
안주인 박씨가 주방장이다. 주방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담아내는 일까지 온통 도맡아 하고 있다.
삼뜨락의 메뉴는 인삼 돌솥밥 한정식(1인분 1만3천원)에서 부터 특 삼뜨락 한정식(2만6천원) 등 두 가지다.
이중 특 삼뜨락 한정식 코스요리가 가장 인기가 높다. 모두 12가지 요리에다 6가지 반찬과 된장찌개로 푸짐
하게 상차림 된다.
인삼 돌솥밥이 따끈하게 지어질 동안 애피타이저 요리들이 먼저 나온다. 마블링이 선명하고 탱글탱글해
신선함이 돋보이는 연어회에 이어 꼬들꼬들한 식감을 잘 살려낸 해파리냉채가 기대해 온 미각 욕구를
속사포처럼 충족시켜 준다. 기대 이상이다. 맛도 애피타이저 요리의 교과서처럼 기본에 충실하게 연출됐다.
시원한 음식에 이은 따뜻한 전채 음식으로는 잡채와 인삼튀김이다. 냉탕에서 바로 온탕이다. 따스한 온기
가 덤으로 담겨 져 주방의 정성이 상 위에까지 이어져 왔다.
“삼뜨락에서는 모든 음식에 인삼이 들어갑니다. 음식의 특성에 맞게 통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갈거나
청으로 내어 소스에 함께 섞어 사용하지요”
“몸에 좋다고 음식에 인삼을 너무 많이 넣으면 인삼향이 강해서 재료 본연의 맛을 잃기 십상이지요.
그저 향이 느껴질 만큼 정도가 가장 적절한 비율이라고 봅니다”
△풍기인삼 향토음식점으로 전국에 자리매김.
전채요리 접시가 비워질 때쯤 삼향을 솔솔 풍기는 돌솥밥과 본 요리 그리고 기본 찬들이 차려진다.
돌솥밥 뚜껑을 열어보니 노르스름한 녹두 분태와 양대콩 그리고 인삼의 편이 밥 위에 가지런히 얹
혀져 있다. 그 옛날 우리 어머니들이 해내시던 가마솥밥 냄새를 여기서 맡게 될 줄이야!
북어구이
인삼튀김
먼저 양파를 깔고 오븐에 갓 구워 내 육즙이 배어 나오는 떡갈비가 먹음직스럽다. 고추장을 발라 잘 구워낸
황태구이도 눈길을 당긴다. 배를 넉넉하게 썰어 넣어 더욱 신선한 영주한우 육회에다 고소하게 구워진 양념
고등어구이도 입맛을 돋군다.
특히 파채가 듬뿍 올려진 푸짐한 돼지 석쇠불고기는 전문점 못지 않은 포스다. 돼지불고기도 인삼이 들어간
소스로 버무려 구워 낸다고 귀띔한다. 상차림을 받아든 자체부터 배가 불러온다. 식사 내내 행복감에 젖어든다.
상을 물릴 때 쯤이면 만족감에 미소가 절로 머금어 지고 엄지척은 기본이다.
박정남 전통음식칼럼니스트
예미정종가음식연구원장
“예전에는 남의 가게를 얻어 월세를 내면서 식당을 했었죠. 월세 부담에 사실 맘처럼 손님들께 좋은 식재료를
넉넉하게 쓴다는 게 쉽지가 않더군요. 지금은 내 집을 지어 세 부담이 전혀 없기에 그만큼 좋은 식재료를 맘
놓고 낼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게 받을 수 있는 거지요”
전국으로 맛집 소문이 나면서 찾아오는 손님 중 70%가 외지인이다. 현지인은 30%. 서울, 대구, 안동 등 외지
미식가들이 주고객들이다. 단골손님들이 만족하고 ‘맛있게 잘 먹었다’ ‘또 오겠다’라고 할 때가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삼뜨락 주인 부부. 풍기인삼이 있기에 인삼음식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고향 특산품 자랑에 봉사
하는 맘으로 음식점을 꾸려 가고 있다며 겸손해한다.
이제 풍기를 찾았을 때 꼭 들러 봐야만 풍기를 다녀 왔다고 할 만큼 외지인들에게 자리를 잡은 삼뜨락.
풍기 향토음식점을 꼭 만들어 내겠다는 민병서 박서정씨 부부의 신념 같은 초심이 오늘을 낳았다.
삼뜨락의 개업 당시 초심은 오늘도 한결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박정남 전통음식칼럼니스트ㅣ 승인 2021.07.23ㅣ 12면
저작권자 © 경북일보 - 굿데이 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