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6일 서울 시내 경전철(기존 지하철과 버스의 중간 정도 수송 능력을 갖춘 대중교통 수단) 7개 노선을 결정한 이후 경전철 노선 역세권 주변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도시철도 서비스 소외지역이었던 서울 동북권 지역 아파트 매매 호가는 시장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오름세를 타고 있다. 경전철이 들어서면 교통 여건 및 주거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 중 하나가 교통여건이다. 서울의 경우 지하철역과 가까운 곳의 집값이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훨씬 비싼 게 일반적이다. 그런 면에서 서울시가 26일 발표한 서울 경전철 7개 노선 건설 기본계획안은 서울 부동산 시장에 큰 지각변동을 가져올 전망이다.
서울시는 기본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지역간 불균형 해소’‘대중교통 취약지역 개선’ 등을 강조했다. 교통이 불편했던 곳을 우선적으로 배려한 것. 교통이 약점이 돼 집값이 약세였던 곳이 경전철 건설의 가장 큰 수혜를 입는 것이다. 구체적인 역의 위치도 사실상 확정됐다.
서울시 교통계획과 관계자는 “큰 변수가 없는 한 계획안대로 역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경전철은 배차간격이 1~2분으로 지하철이나 버스에 비해 기다리는 불편함이 덜하고 주요 지하철 역과 편리하게 환승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사하는 데 5년,착공 전 관련 절차를 밟는데 1년 정도가 걸려 앞으로 6년 뒤에는 서울시민이 경전철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느 지역에 경전철이 생기고, 경전철 변수가 주변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각 지역별로 짚어봤다.
서부선, 은평구 신사동 및 서대문구 연희동 수혜
서부선은 은평구 새절역과 동작구 장승배기역 사이(12.05m)를 잇는다. 이 노선은 신촌과 여의도도 지나며 12개 역이 생길 예정이다. 수혜지역은 서울시 내 대표적인 대중교통 소외지역으로 꼽혀온 은평구와 서대문구가 될 것 같다.
은평구 신사ㆍ응암동 일대와 서대문구 연희동 지역은 지하철 이용이 불편한 게 약점으로 작용, 그동안 집값 약세를 면치 못했던 곳이다. 은평구 신사동 미성공인(02-374-9555) 나미숙 사장은 “경전철 건설이 신사동 일대 집값에 큰 호재로 작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에 따르면 신사동 아파트의 평당 평균 가격은 710만원이다. 서울 아파트 평당 평균가 1604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지역 대표아파트로 꼽히는 미성아파트도 평당 1000만원 이하다.
서대문구 연희동도 수혜지역이다. 연희동 아파트값은 평당 평균 1064만원이고 연세대학교 뒷산과 가까워 주거 환경이 쾌적한 성원아파트도 평당 1200만원 안팎이다. 이석사공인(02-714-4959) 관계자는 “경전철 발표로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밖에 지하철역이 멀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왔던 가재울뉴타운도 경전철의 수혜를 볼 전망이다.
목동선, 신월ㆍ신정 교통 사각지대와 목동 단지에 수혜
목동선(양천구 신월동∼신정동∼영등포구 당산역, 10.87㎞)경전철은 양천구 내 소외지역으로 꼽혔던 신월동의 주거환경을 크게 개선시켜 줄 것 같다.
목동선은 신월동 공수부대4거리가 종점이고 신월4거리,정수장앞곰달래길입구,국과수4거리,328종점을 지나 신정동 트럭터미널,신트리 사거리를 거쳐 목동 단지내로 연결될 예정이다.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과 2호선 당산역을 환승역으로 이용할 수 있다.
신정동 하이빌공인중개사(02-2625-8944) 설천순씨는 “트럭터미널 주변에 있는 푸른마을 단지 및 동일하이빌 주민들은 경전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학원 밀집지역인 오목교역 인근까지 경전철로 연결되기 때문에 자녀 교육 여건도 덩달아 좋아 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목동과 신정동에 있는 목동 신시가지 단지도 수혜를 볼 것 같다. 목동 단지 인근에만 5개 역이 생긴다. 목동 단지의 경우 지하철 5호선 목동역과 가까운 7단지와 8단지가 다른 지역에 비해 아파트값이 비쌌다. 지하철 프리미엄을 누렸던 것이다.
목동 10단지 삼성부동산(02-2646-6600) 오광렬 사장은 “지하철 이용이 상대적으로 불편했던 9~11단지가 혜택을 볼 것 같다”고 내다봤다. 목동 3단지 대림공인(02-2647-5611) 박영란 사장은 “목동 1~4단지도 경전철 건설의 수혜 지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대중 교통이 불편했던 신월 시영아파트 등 남부순환로 인근에 있는 신월동 지역 아파트들도 수혜를 볼 전망이다.
신림선 덕에 "신림동 집값 오를일만 남았다”
여의도와 서울대를 잇는 8.21㎞의 신림선은 9호선 여의도역과 대방ㆍ보라매ㆍ신림역 등 환승역만 4개다. 신림선의 가장 큰 수혜지역은 신림동이다. 신림동 일대는 길이 좁고 구불구불해 마을버스를 이용해 지하철 2호선 신림역까지 나오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신림동 이화공인(02-888-1300) 이관용 사장은 “신림동 현대아파트 주민들이 오늘 아침부터 ‘이제 집값이 오를 일만 남았다’며 크게 술렁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출퇴근 시간에 마을버스를 이용해 신림역까지 나가는 데 15분 이상이 걸렸는데 경전철이 들어오면 5분 내로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동작구 대방동과 영등포구 신길 6,7동도 경전철 덕을 볼 것 같다. 경전철을 가까이 이용할 있는 데다 정체가 잦은 대방로가 한가해져 승용차 이용도 편리해지기 때문이다. 지하철 2호선 신대방역 및 구로디지털역을 걸어서 이용하기에는 버거운 신대방동의 경우 경전철에 대한 기대가 크다.
신대방동 진호공인(02-846-5333) 김춘수 사장은 “곳곳에 ‘우리는 경전철역을 원한다’는 지역주민들의 플래카드가 걸려있을 정도로 경전철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높다”며 “경전철역이 확정되면 인근 아파트 단지들의 집값이 크게 뛸 것 같다”고 분석했다.
DMC,상암동 단지 도는 경전철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안에도 단지를 순환하는 연장 6.6㎞의 경전철이 들어선다. 상암지구 내 단지들의 교통여건이 크게 좋아질 전망이다.
상암동 OK부동산(02-306-0022) 김명철 사장은 “상암지구 인근에는 수색역과 월드컵경기장역이 있지만 걸어서 이용하기에는 부담스런 거리였다”며 “경전철이 들어서면 상암지구의 가장 큰 단점인 교통부분이 크게 보완되기 때문에 집값도 오를 것 같다”고 내다봤다.
동북선, 면목선 부근 “시장 침체에도 호가 올라요”
서울시는 또 동북권 지역의 경우 동북선(왕십리역~제기역~미아삼거리~드림랜드~월계역~하계역~은행사거리)과 면목선(청량리~전농3동~장안동삼거리~면목역~망우3동삼거리~중랑구청~신내), 우이~신설 연장선(우리~방학3동~방학) 등 3개 경전철 노선을 최종 확정했다.
동북선 경전철의 수혜 단지로 꼽히는 성동구 왕십리역 일대와 노원구 월계역(1호선).하계역(7호선) 일대 아파트에는 요즘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
성동구 행당동 삼부1차 30평형은 보름 전보다 2000만원 이상 올라 5억2000만~5억7000만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매물이 거의 없는 편이다. 매물이 없는 데 찾는 사람이 늘다보니 호가는 거래가( 5억원 선)보다 최고 7000만원 이상 높다. 해당동 삼부공인 관계자는 “기존 왕십리역이 멀티 역세권이 된다는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계역 근처에 있는 건영아파트와 극동아파트도 경전철 개발 기대감에 중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호가가 오름세를 타고 있다. 극동 21평형은 일주일 전보다 호가가 1000만원 가량 뛰어 1억6000만~1억7000만원 선이다. 이 아파트 26평형도 2억7000만~2억9000만원 선으로 이달 중순 때보다 1000만원 정도 올랐다.
인근 건영아파트도 매수 문의는 가끔 있는 데 매물이 거의 없어 호가가 오르고 있다. 이 아파트 24평형은 2억5000만~2억8000만원으로 보름 전보다 최고 2000만원 가량 올랐다. 하계동 세산공인 이영리 사장은 “요즘 같은 침체기에 집값이 오르는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경전철 개통에 따른 교통 여건 개선 기대감이 크게 한몫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경전철이 들어설 것으로 확정된 중랑구 망우동 금호공인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서울지역 아파트 값 오름세가 한풀 꺾였지만 이곳 역세권 수혜 예정 단지의 경우 경전철 개발 호재를 타고 오름세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우이~신설 연장선,교통 여건 개선 기대감에 매물 자취 감춰
우이~신설 경전철 노선의 연장구간인 우이~방학 간 연장노선 구간 근처에 있는 아파트 시장도 경전철 개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한달 전부터 노선 연장 구간 확정 얘기가 흘러 나오면서 주변 집값도 오름세를 타기 시작했다. 도봉구 우이동 대우아파트 24평형은 2억원을 호가한다. 한달 전보다 1000만원 가량 오른 것이다.
성원아파트 31평형 역시 2억~2억6000만원 선으로 이달 초보다 500만~1000만원 가량 올랐다. 우이동 S공인 관계자는 “우이~신설 구간은 이미 확정된 상태여서 저평가된 역세권 단지를 중심으로 매입 문의가 꾸준한 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일대 주민들의 교통난 해소에 대한 기대감에 매물은 많지 않다고 한다.
강북구 미아동 래미안미아 1차 33평형도 일주일 새 1000만원 올라 4억4000만~4억6000만원을 호가한다. 미아동 한길공인 관계자는 “호가는 현재 거래가보다 훨씬 높다”며 “가격이 급등하던 지난해 말에 비해서는 매수세가 조금 줄었지만 매물이 워낙 없다 보니 가격이 소폭이나마 계속 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단기투자는 금물,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동대문구 청량리와 중랑구 면목.신내동을 연결하는 면목선 일대 역세권 아파트 단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망우사거리와 면목5동 쪽에 쪽에 경전철 노선이 들어설 것으로 결정되면서 면목동 면목한신과 두산 등 주변 아파트 값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소형 평형의 경우 매물 부족으로 호가 오름세가 가파르다.
면목한신 24평형은 한달 전 1억6500만원에서 지금은 1억9000만원을 호가한다. 면목동 한신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무섭게 오르던 지난해 하반기 때보다는 상승 폭이 크게 줄었지만 매수세는 여전해 가격이 좀처럼 빠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두산4.5차 33평형은 지난해 3억2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으나 지금은 3억5000만원에도 물건을 잡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면목동 유니공인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꺾이기 시작한 매수세가 다시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매물이 달리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매물이 많지 않아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인근 O공인 관계자는 “그동안 워낙 저평가된 지역인 데다 최근 강북 개발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중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호가움직임도 속도를 내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단기 투자는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경전철 개통까지는 앞으로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해당 지역이 대부분 낙후돼 있어 추가 호재가 없다면 반짝 효과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부동산퍼스크 곽창석 전무는 “경전철이 들어서는 곳은 소형 평형 주택이 많고 서민들이 주로 살고 있다”며 “경전철이 본격화하면 집값이 한바탕 더 오를 여지는 있지만 이것만으로 투자를 하기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조인스랜드 조철현,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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