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는 고급 어종이다.
양식하는
참다랑어(혼마구로)는 고등어나 전갱이 같은 등푸른
생선만 먹여 고이 키운다. 절대 싼 맛에 즐길 수 없는
음식이다.
요즘 참치의 저변이 제법 넓어졌다. 연산교차로 옛 KNN 주변에도 참치집들이 우후죽순 생겨 참치거리를 형성했다. 이 거리에서 요즘 속칭 '뜨고 있다'는 연산동 '혼참치'를 초저녁부터 지켜봤다. 오후 6시를 갓 넘기자 카운터(속칭 '다찌')부터 시작해 빠르게 좌석이 차더니 순식간에 만석이다. 뜨내기 손님이 아니라 진짜 참치의 맛을 즐기는 단골이 대부분.
3만 8천 원짜리 '실장스페셜'이 가장 잘 나간다. 단순하게 이 가격이 비쌀까? 쌀까? 하는 건 우문이다. 참치는 어종에 따라. 부위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서다. 손님이 모르면 그냥 모르고 먹는다. 무한리필의 미덕이 통하지 않는 게 참치다.
참다랑어 머리 쪽 뱃살까지 제공
푸짐한 인심, 한 번 맛보면 단골우선 황새치와 눈다랑어의 아가미 쪽 뱃살(가마도로)과 황새치뱃살(메카도로)이 먼저 나와 기름진 맛 대결을 펼치더니 눈다랑어 머리가 통째로 접시에 얹혀 나왔다. 머리 쪽에서 떼어낸 눈밑살, 정수릿살,
볼살, 아가밋살이 가지런히 올라 있다. 그 다음은 참치횟감 중 최고로 친다는 참다랑어.
금가루를 살포시 뿌려 식감을 돋웠다. 지느러밋살과 속살(아카미), 뱃살이 한판 대결을 펼친다. 그런데, 뱃살도 그냥 뱃살이 아니라 머리 쪽 1급이 나왔다! 중간중간
샐러드와
고래고기로 입가심. 손님이 모자란다 싶은 표정을 지으면 인심 좋게도 참다랑어
서비스가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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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참치' 박상일 사장이 눈다랑어 머리횟감을 장만하고 있다. |
어떻게 이런 구성에 이 가격을? 궁금해하는 표정을 눈치채고는 박상일 사장이 뚱딴지같은 설명을 내놓는다. "불공정 경쟁입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참치는 가격과 만족감의
시소게임이 민감한 식자재다. 같은 눈다랑어도 질에 차이가 있고, 맛의 꼭짓점에 있는 참다랑어의 뱃살도 머리에서 멀어질수록 3급, 4급으로 떨어진다. 좋은 재료를 저렴한 가격에 내려면 싸게 들여오는 수밖에 없는데, 개인적으로 참치
수입업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 저렴하게 대량으로 들여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게 비결이자 경쟁력이란다.
가게 입구에 내건 '참치가 부족하지 않은 집'이 문득 눈에 들어왔다. 요즘 유행하는 무한리필이 아니라
코스요리를 제대로 내고도 잘 나가는 자신감으로 읽혔다.
※부산 연제구 고분로 13번길 72. 대한웰니스병원 뒤. 기본 2만 3천 원. 스페셜 2만 8천 원. 실장스페셜 3만 8천 원. 혼마구로스페셜 7만 원. 오후 5시~오전 2시. 051-852-37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