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에서 줄곧 떨어지기만 해서 주변도 필자도 지쳐갈 즈음
단국대 합격 발표가 났습니다.
2월 2일에 발표가 났는데 그것도 모르고 3일날에 단대 홈피에서 합격자조회를 했네요.
2월 2일... 그때가 내 생일이었는데. 이상하게 핸드폰으로 '단국대 합격자 발표!' 이런 문자가 안 오더라구요.
무슨 일 있었나? 하여튼 포기하지 않길 잘했습니다. 엄마도 단대 떨어질거라고 말했지만
막상 제가 붙고 나니 그간 힘들었던 게 다 풀렸는지 흑흑 우시더라구요.
여기서 합격 수기 쓰는 게 꿈이었는데 이렇게 이루게 되네요.
이제 곧 실기 치르러 가시는 분들도 부디 힘내시길..
참, 글 쓸 때 맞춤법 조심하세요.
그리고 어느대는 무슨무슨 글을 선호한다더라는 말이 있는데
그런 말에 매이지 마세요. 지인 말씀으로는 뚜껑 열어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니래요.
진정 잘 쓰인 글은 어느대고 통하겠죠.
도움이 될까 싶어 합격글 올립니다.
옛기억을 더듬어 쓴거라 제출작과 완전히 똑같진 않을 거예요.
중간에 규정상 틀린 부분도 있는데 예:비보가 날라들었다->(X) 틀린 표현
비보가 날아들었다->(O) 맞는 표현
여러분은 저같은 실수 마시길. 참고로 제시문은 '혼자 있는 아이'였습니다.
내가 그 아이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아이 부모가 참으로 몹쓸 인간들이구나 하는 거였다. 큰 눈, 예쁜 보조개, 그리고 천진한 미소. 이런 아이를 정신병원에 맡기다니 부모는 도대체 무슨 정신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정신병원이 아니라 어디 공원같은 데서 만났더라면 좋았을텐데. 나는 밖에 나가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싶은 충동마저 들었다. 나는 한 번만 보고도 그 아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나는 앞으로 그 아이를 잘 돌보아주리라 맹세했다.
도대체 이 아이의 무엇이 잘못이란 말인가? 색안경을 버리고 보면, 이 아이는 그저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한 아이에 불과했다. 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유달리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고 말수가 적다는 정도인데. 나는 매너리즘에 빠진 의사, 가식적인 다른 간호사들이 아이를 대하는 태도를 보고 분노를 느꼈다. 나는 아이를 늘 살갑게 대하주려 애썼다. 아이도 이런 나를 잘 따라주었다.
어느 날, 딱히 할 일도 없어 아이를 찾아갔다. 사람이 있는데도 병실은 어두웠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아이가 침대에 축 늘어진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아이를 안았다. 아이가 그 바람에 몸을 뒤쳑였다. 팔목에 날카로운 것에 베인 상처가 군데군데 보였다. 내가 허겁지겁 의사를 부르며 병실을 나서려는 순간, 그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언니. 가지 마세요. 제가 그랬어요."
"뭐?"
"이 상처, 제가 그랬다구요. 제가 자해를 했어요."
나는 믿기지 않아 멍청하게 입을 벌린 채 아이 곁으로 다가갔다. 상처는 다행히 깊진 않았다. 소독을 하고 붕대를 감아주는 동안 아이는 잠자코 있을 뿐이었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아이에게 물었다.
"왜 그랬어? 왜 자해를 한 거야?"
"그, 그냥요."
아이가 내게 두려움을 느꼈는지 움츠러들었다. 나는 최대한 상냥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프진 않았어?"
"조금 아팠어요."
"아픈데 왜 자해를 하니."
"그냥... 습관이 되서요. 예전에 이러면 엄마아빠가 달려오곤 했는데."
고작 십대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섬뜩했다. 아이의 부모는 애를 정신병원에 방치한 채 몇 개월이 지났는데도 얼굴 한 번 비치지 않았다. 아이의 부모는 미국으로 떠나 버렸고, 그 사실은 아이도 들어 알고 있었다.
"앞으로 자해 하지 않기. 알았지? 아프거나 슬프거나 하면 언제든 언니를 찾아."
나는 아이를 토닥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막 나가려는 순간 등 뒤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언니...! 언니는, 혼자인 게 무섭지 않으세요?"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나는 굳어버려 아이의 물음에 잘 모르겠다고 답한 뒤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 일이 있은 후 얼마 지나 병원에 비보가 날라들었다. 미국에 있던 아이의 부모가 사고를 당해 현장에서 즉사했던 것이다. 내가 그 소문을 들었을 땐 이미 병원에 소문이 짜하게 퍼져있는 상태였다. 그 일이 있은 후 한동안 아이를 찾아가지 않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나는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순간 높고 새된 비명이 병원 공기를 찢으며 울려퍼졌다. 나는 그 비명소리를 듣자마자 얼어버렸다. 그 아이였다. 내가 머뭇대는 사이 한 무리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내 옆을 우루루 스펴 지나갔다. 나도 마음을 다잡으며 그들과 같은 방향으로 뛰어갔다. 도착해보니 아이가 심하게 발작을 일으키며 울고 있었고 여러 명이 아이를 힘으로 제압하고 있었다. 아이가 부르짖었다.
"언니! 언니!"
"그래, 나 여기 있다!"
내가 인파를 밀치며 아이 곁으로 가 손을 잡았다. 힘 좋은 의사가 아이를 붙잡기 위해 아이의 가슴을 누르고 있었다. 나는 앞뒤재지 않고 그 의사를 밀쳐버렸다. 동료들에게 이전에 아이가 부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얘기가 떠올라서였다. 아이가 심하게 발작하는 데 그 이유도 한몫하는지도 몰랐다.
"언니, 언니! 나 아팠는데...... 아팠는데 자해는 안 했어요. 진짜예요."
내 눈에서 눈물이 왈칵 솟았다. 아이에게 자해는 어쩌면 유일한 위안이었는지 모른다. 외롭고 힘든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도피처일지도 몰랐다. 그런데 나는, 나름 아이에게 잘해주었다고 자부하는 나는, 아이를 위한답시고 뭘 한 거지?
아이가 심하게 기침을 하며 다시 한 번 발작을 일으켰다. 의사들이 달려들었다. 나는 그들의 호들갑이 발작을 더 부추긴다고 판단해 그들을 말리려 애썼다.
"김 간호사, 모르핀!"
"안돼요!"
나는 아이와 무리를 떼어놓았다. 간호사들이 나를 제지하기 위해 나섰다가 내 눈에서 펑펑 흘러나오는 눈물을 보곤 뒤로 물러났다. 나는 아이를 바짝 끌어당긴 뒤 아이의 어깨를 잡고 속사포처럼 말을 쏟았다.
"엄마아빠가 그렇게 된 건 네 잘못이 아니야! 이제 그만 하렴, 응? 그만 울자... 언니도, 나도 너처럼 혼자 있을 때가 많았어. 난 그게 너무 슬프고 무서웠어. 그래서 내가 너를 도우려는 거야. 자, 이제 그만... 울음 그치자. 병원 퇴원하면 언니랑 같이 살자. 언니가 앞으로 더 잘해 줄게. 언니랑 사는 거 좋지? 언니랑 살 거지?"
"어, 언니... 난 너무 무서워서... 혼자인데 너무 아프고 슬픈데 그게 무서워서......"
안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다. 누구나 그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다만 아이는 혼자 있는 기간이 유달리 길었을 뿐이다. 아이에게 울음을 그치라 하면서도 나는 엉엉 울어버렸다. 나의 상처받았던 마음이, 아이의 가슴아픔이 눈물 속에 녹아내렸다.
시간이 지났다. 식구들에게도 그간의 일을 통사정하고 아이를 입양하기로 한 결정을 밝혔을 때 가족들은 예상대로 기함을 했다. 어쩌면 그게 당연한 반응인지도.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의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시했지만 내 뜻은 꺾을 수 없었다. 그들도 결국 내 결정을 받아들이리라. 나는 사람은 누구나 근본적으로 혼자일 수 밖에 없음을 역설했다. 아무리 대중 속에 섞여있는들 나는 나라고. 그러자 아이가 깜찍한 반박을 했다. 모든 사람이 혼자이어도 누구나 온전히 혼자일수는 없다고. 그래, 일리 있는 말이다. 나는 그 두가지를 모두 받아들였다.
나는 아마 완벽한 부모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아이가 바라는 건 완벽한 부모가 아니니까. 나는 그저 아이를 방임하지 않을 뿐이다. 나는 아이를 지켜보기로 다짐했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아이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 것이다. 그 전에 나는 아이에게 혼자 있는 법을 가르쳐줄 것이다. 나는 아이의 모습에서 내 어린 시절, 혼자만 고립되어 있다고 느끼는 어린아이를 점차 지워가려고 한다. 우리의 길에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하더라도, 일이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같이 노력할 것이다.
첫댓글 합격 축하드려요~ㅎ알찬 대학 생활 즐기시길~♬
고맙습니다.
와 합격 축하드립니다. 어머니께서 흑흑 우셨다니 님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알것같네여ㅋㅋ 울 엄마는 안울었는뎁...ㅋㅋㅋㅋ
생각해보면 엄마도 많이 힘드셨죠. 제가 맏이라 특히 그러셨나 봐요.
잘 읽었습니다. 합격 축하드려요. 흡..합격수기를 읽을 때마다 빨리 대학에 가고 싶어지네요.ㅋㅋ
가고 싶은 대학을 정해두셨나요?
중앙대는 기본적으로 성적이 뒷받침되어야하고
단국대는 실기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원하시는 대학 꼭 가셨으면 좋겠어요.
후배들을 위한 긴 수기 감사합니다. ^^
네. 저도 감사합니다.
축하합니다~~! 아 서울예대만 남았는데 빨리 나왔슴 좋겠어요 ㅠ
댓글 감사합니다.
저도 서울예대 지원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등록금때문에 반대하셨죠.
정말 축하드립니다~
네.감사합니다.
우와.ㅠㅠㅠㅠ 단국인이다 친해져요 우리.ㅋ,ㅋ 축하해요!!!!!
고맙습니다, 부르룽님.
합격 축하드립니다~ 가서 대학 생활 즐겁게 하세요!
감사해요 상세베리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