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전통시장 잔치한마당'에 선정
봄바람을 타고 남해고속도로를 달려 하동 진교 나들목에서 한달음으로 5분 정도면 닿는 진교공설시장(상설시장 겸 3·8일장). 섬진강과 지리산 기슭에 흐드러지게 벚꽃이 필무렵 향긋한 봄나물과 시골장터의 정겨움이 묻어나는 진교시장이 오는 5월 중순 축산물장터로 거듭난다.
경남도가 마련한 '2016 전통시장 잔치한마당 사업'에 선정된 진교시장은 경남도와 하동군의 지원으로 축산물장터를 열어 전통시장의 활력을 꾀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계획이다.
축산물장터의 주인공들은 하동 솔잎한우와 솔잎돼지, 오리, 달걀을 비롯해 치즈와 같은 육가공품들. 하동 솔잎한우는 솔잎 *생균제를 첨가한 사료를 28개월 이상 먹여 키운 한우로 1등급 이상의 육질을 자랑한다.
솔잎한우 작목반이 연간 1600t 정도를 생산하는 솔잎한우는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연속 소비자 시민모임 우수인증 브랜드에 선정될 만큼 하동의 대표 한우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2008년에는 축산물 품질 경영대상을 받기도 했다.
솔잎한우는 최근 홍콩으로 수출되는 등 해외에도 알려지고 있다. 하동군과 진교시장번영회는 '전통시장 잔치한마당'으로 펼쳐지는 축산물장터에 하동축협의 협조를 받아 하동의 대표 한우브랜드 솔잎한우를 싼 가격에 내놓고 판매할 예정이다.
'떠들썩, 왁자지껄' 한바탕 잔치판 마련
하동군과 진교시장번영회는 축산물장터에 제대로 된 이벤트를 마련해 한마디로 '떠들썩, 왁자지껄' 한바탕 잔치판을 벌일 계획이다. 풍물과 마당극 공연을 비롯해 밴드 및 각종 이벤트 공연, 떡메치기, 솜사탕 및 팝콘 만들기, 공예품 만들기와 같은 체험프로그램 등을 펼친다.
하동군 관계자는 "그동안 하동읍시장에서는 각종 이벤트가 열렸으나 진교시장은 제대로 구색을 갖춘 행사를 마련하지 못했다"며 "교통이 편리한 곳에 시장이 위치하고 있어 잘 준비하고 홍보한다면 관광객들이 많이 찾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터가 위치한 진교면 선창길은 남해군, 사천시 곤양·서포면 등과 인접한데다 교통이 편리한 곳이다. 이런 지리적 특성으로 이곳에서는 해산물의 유통이 활발한 편이다. 이에 따라 예부터 하동사람뿐만 아니라 남해와 사천 지역민들이 진교장터를 많이 찾았다.
여기에다 진교면은 하동군 내에서 하동읍 다음으로 인구가 많고 남해고속도로에 인접해 있어 경남도가 새롭게 시도하는 '전통시장 잔치한마당'을 계기로 축산물장터와 같이 특색을 갖춘 전통시장으로 변모한다면 예전의 활기를 되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동군은 정상에 오르면 다도해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금오산과 막사발로 유명한 백련리 도요지 등 인근 볼거리를 연계해 축산물장터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참이다.
하동·남해·사천사람 모이던 '민다리장'
기록에 남아있는 진교시장의 역사는 60여 년이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오래됐을 것으로 보인다. 진교면지 등에 따르면 당시 인근 곤양의 아래장터와 동면의 윗장터가 합해진 것으로, 지난 1955년 4월 개장되어 하동 남부 지역의 중심 시장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진교시장번영회 김병원(69) 회장 등의 증언에 따르면 시장의 역사는 더 거슬러 올라간다. 김 회장은 "아버지가 장사에 종사해 시장에 관한 이야기를 어린 시절부터 많이 들었는데 쇠전, 돼지전도 있었고 풍물패 공연도 심심찮았다"며 "기록에는 찾을 수 없으나 그 이전부터 장이 형성되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옛지명을 딴 '민다리장'으로 불리는 진교시장은 지난 2005년 4월 건물을 새로 지었다.
하동군이 시장 환경 개선을 위해 40억원을 들여 지은 덕분에 진교시장은 다른 지역의 시골 전통시장에 비해 규모면에서 비교적 크다. 부지 6882㎡에 상가 면적은 2447.6㎡에 이른다. 여기에 76개 점포가 입주해 백화점이나 전통종합시장처럼 어물, 채소, 잡화, 그릇, 식품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한다.
시장 부근에는 각종 식당과 축산품 판매점 등이 자리해 있다. 또 상설로 열리는 상가 이외에도 시장건물 앞과 옆 공간에 아케이드가 설치돼 있어 오일장날 채소를 비롯한 다양한 노점이 펼쳐지며 시골장터의 정취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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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균제 유해 미생물에 대한 저항성 증진을 통해 가축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먹이는 살아있는 젖산균.
<주변 볼거리>
❶ 백련리 도요지
진교면 백련리 도요지는 일본의 국보 이도다완(井戶茶碗)의 원류라고 알려진 하동 막사발의 주산지 중의 하나다. 1974년 경상남도 기념물 제24호로 지정됐다. 진교시장에서 양보면 방향으로 2.5km 남짓 가면 나온다. 투박하면서도 소박한 모습이 자연을 닮았고, 민초들의 성품을 그대로 머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민들의 생활자기였고, 찻사발로 많이 사용된다. 이곳의 새미골요·하동요·현암요·춘강요 등에서 지금도 막사발을 구워내고 있다. 체험장과 전시관 등이 갖춰져 있어 방문객들을 맞는다. 영화 <취화선>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❷ 금오산 전망대
금오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은 대체로 산세가 빼어나다. 진교시장 인근의 하동 금오산(849m)도 바다 가까이에 있으면서 비교적 높고, 정상에서 한려수도를 바라보는 전망이 일품이다. 남해고속도로에서 진교면 쪽을 통과할 때 남쪽으로 바로 보이는 정상에 송신탑이 눈에 들어오는 산이 하동 금오산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남해바다 해돋이 광경은 입소문을 타고 전국에 유명세를 떨칠정도다. 정상까지 차로 오를 수 있는데, 진교시장에서 가까운 아파트 단지(미진 스위트빌) 앞길에서 8.4km 정도 줄곧 올라가면 전망대에 다다른다.
<주변 먹거리>
❸ 봄의 하동 대표음식 섬진강 벚굴
지리산과 섬진강을 비롯해 강진만·갈사만 등 한려수도 내만에 둘러싸인 하동은 예부터 산해진미의 고장이다. 겨울에는 참게탕, 여름에는 은어튀김과 재첩국·회 등으로 유명한 하동의 봄 대표음식은 벚굴이다. 벚꽃 필 무렵에 주로 채취하고, 먹이활동을 위해 입을 벌린 모습이 벚꽃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산란기를 앞둔 3~4월이 가장 영양가가 높고 맛이 좋다고 한다. 진교면과 접한 섬진강 하구의 고전면 전도리 일대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 수심 3~4m의 바닥에 주로 서식한다. 강에서 난다고 해서 '강굴'로도 불린다. 전도리 신방마을과 전도마을, 선소마을 등이 주산지. 바다 굴에 비해 짠맛이 덜하면서 담백하고, 식감이 부드럽다. 단백질과 무기질, 각종 비타민, 아미노산 등이 풍부해 봄철 기력 증진에 좋다. 그래서 마을주민들은 '강 속의 비아그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크기도 압도적이다. 길이가 작게는 20~30cm에서 크게는 40cm에 이를 정도다. 큰 것은 무게가 2kg에 달하기도 한다. 남해고속도로 하동 나들목을 벗어나 벚굴 주산지 신방마을을 찾아가는 구불구불한 옛 국도변에 벚굴과 재첩 전문식당 20여 곳이 늘어서 있다. 신방마을에는 전문식당 4곳이 있다. 생굴은 물론 구이, 회무침, 죽, 튀김 요리 등을 판매한다. 4만원 선에 판매하는 5kg이면 2~3명이 먹을 수 있다.
김현식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