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다듬은 말
외국에서 생겨난 말을 우리나라로 가져와 사용할 때 원어를 그대로 써야 할까, 아니면 우리말로 바꿔야 할까. 무조건 우리말로 번역하거나 대체할 필요는 없겠으나, 원어의 뜻이 잘 와닿지 않거나 발음이 너무 어렵다면 쉬운 우리말로 바꿔 쓰는 게 바람직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지난해부터 매주 ‘다듬은 말’을 발표하고 있다. 어려운 외국어 신어가 국내에 널리 퍼지기 전에 이를 대체하는 우리말을 국민들에게 제공한다는 취지다. 지난해 145개, 올해 들어선 46개의 다듬은 말을 내놨다. 이 191개의 말 중에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단어도 있지만, 영 어색한 것도 적지 않다.
‘언택트 서비스’를 ‘비대면 서비스’로, ‘애니멀 호더’를 ‘동물 수집꾼’으로, ‘언박싱’을 ‘개봉’으로, ‘펜트업 효과’를 ‘수요 분출 효과’로 다듬은 것은 적절해 보인다. 우리말로 바꾼 게 의미 전달이 더 잘 되기 때문이다. ‘침방울 가림막’(스니즈 가드) ‘여행 안전 권역’(트래블 버블) ‘탄력 조직’(애자일 조직)도 괄호 속 생소한 원어보다 낫다.
하지만 다듬은 말이 너무 길어서 잘 쓰일 것 같지 않은 사례도 있다. ‘페티켓’(펫+에티켓)을 ‘반려동물 공공 예절’로, ‘실버 서퍼’를 ‘디지털 친화 어르신’으로, ‘리클라이너’를 ‘각도 조절 푹신 의자’로 바꾼 경우가 그렇다.
원어가 담고 있는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대체어도 있다. ‘백 브리핑’을 ‘덧보고’로 바꾸면서 비공식적이란 의미가 빠졌다. ‘맥시멀리즘’을 대체하는 ‘최대주의’에선 화려하고 극단적인 걸 추구한다는 뜻을 찾을 수 없다.
‘킹메이커’(대권 인도자·핵심 조력자) ‘스윙보터’(유동 투표층) ‘코드 인사’(편향 인사) ‘소셜 미디어’(누리 소통 매체) ‘소셜 믹스’(어울 단지) ‘밀레니얼 세대’(새천년 세대) ‘뉴 노멀’(새 기준) ‘테마주’(화제주) 등은 이미 언중의 입에 붙어 버려서 괄호 속 대체어가 필요 없어 보인다. 우리말 대체어는 원어보다 쉽고 직관적이며 입에 잘 달라붙어야 널리 쓰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