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열정 - 구리YMCA 이정희 총장님
김종필 / 느티나무의료사협 사무국장
이렇게까지 일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자활에서부터 사회적 경제, 마을 만들기, 교육 문제, 청소년 문제, 수시로 터지는 각종 사회 이슈까지. 사실 옆에서 보기에 위태로워 보일 때도 있다. ‘일을 조금만 덜면 좋을텐데...’, ‘개인적인 시간을 좀 가져야 할텐데...’하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그래도 이 분이 있어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일들이 지역에서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느티나무 이야기> 12호가 구리YMCA 이정희 총장님을 만났다.
= 지난 호 인터뷰를 했던 남승국님이 총장님의 당찬 모습과 열정에 반했다며 총장님을 추천했습니다. 어떠신지?
남승국님은 아마 환갑이 돼도 20대처럼 살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인생을 끼와 재미, 열정으로 사시는 분 같아요. 이런 분들은 철분(?)이 좀 부족한 경향이 있죠^^, 사실 저도 철이 좀 없는데요, 남승국님이 자기랑 비슷한 면을 보고 좋게 생각한 것 같아요^^
= 구리YMCA와의 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제가 대학 다닐 때 공부를 안했어요. 공부를 할 수도 없는 시대였고요. 3학년이 되어 사회복지 실습을 강남YMCA로 가게 됐는데 당시 실습을 담당했던 분이 나중에 구리YMCA 초대 총장을 맡았던 정석구 간사님이었어요. 5년쯤 지나서 정석구 총장님이 우리 과 선배를 통해 저를 찾으셨더라고요. 구리YMCA를 창립하려고 하는데 좀 도와줬으면 한다고요. 그렇게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첫 인연이 시작됐고, 20년 지난 지금까지 눌러앉게 되었네요.
= 사회적 경제와 마을 만들기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현대는 사람과 삶이 거세된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입니다. 하지만 사회와 자본은 또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죠. 비록 자본을 소유하고 있지 않지만 개미 같은 사람들이 개미집 짓듯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습니다. 그 해답이 경제 구조에 공동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부여한 사회적 경제 시스템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출발은 이웃이 함께 있는 마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보았고요. 사회적 경제와 마을 만들기를 중요한 화두로 붙잡고 있는 이유입니다.
= 일각에서는 구리YMCA나 총장님이 너무 사업 중심적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두 가지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제가 그 동안 노력했던 자활사업과 YMCA 활동을 혼동하는 경우죠.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의 자립을 위해 공동체 사업단을 만들어 지속가능한 자립구조를 지원하는 것이 목적인 자활사업은 그 자체가 사업이자 사회적 경제를 만드는 한 과정이기에 굳이 사업 중심이란 평가에 사족을 달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다른 하나는 개인 이정희를 보는 시각입니다. 혹자는 저를 일중독자라고 하기도 하는데요..^^ 제가 하는 활동을 비즈니스로 바라보는 것과 미션으로 바라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사명에 충실하기 위해 하는 활동이 사업처럼 보이기도 할 거라 생각합니다.
모든 게 제 탓이지만 지향하는 바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그렇게 해석할 때는 마음이 좀 아프기도 합니다.
= 향후 5년 안에 이루고 싶은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생각해 보니 저에게 개인적인 소망이 별로 없었네요. 저는 YMCA 활동가로서 후배 활동가를 키우고 YMCA가 지역에서 대안 사회를 열어가는 운동단체로 건강하게 자리 잡는 게 가장 큰 소망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딸아이가 대학에 들어가면 둘이 한 달쯤 세상을 돌아다녀보고 싶단 바람이 있어요.
= 느티나무의료사협을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셨습니다. 느티나무에 한마디 하신다면?
돈보다 사람, 경쟁이 아닌 상생, 모두가 함께 행복한 사회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합니다. 협동조합운동을 통해 지역 사람들이 구체적인 생활 속 문제를 함께 해결하면서 생각을 건강하게 바꾸고, 공동의 선을 만들어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느티나무의료사협은 우리지역에서 대안사회를 실험하고 실천할 수 있는 소중한 밭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람을 건강하게 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사람들 관계를 건강하게 바꾸는 일에 충실하다 보면 사회를 건강하게 바꾸는 일이 될 거라 믿습니다.
첫댓글 열심히 일한 총장님 떠나세요.
딸과의 여행! 꼭 이루시길!!
글쎄요 ㅎㅎ 저는 사업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1人인데요. 어떤 사업이냐가 중요한 거죠.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것이고, 영원히 생존(지속가능성)함으로써 이기는 게 결국 목표 아닌가요 ^^*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 (이솝우화에서의)거북이가 됩시다!^^
{이솝Aesop은 아이소포스(Aisopos)의 영어식 표기인데, 헤로도토스에 따르면 BC 6세기 사람으로, 사모스 사람의 노예였답니다. 노예라서 직설법을 쓸 수 없기에 동물얘기로 쓴 사회비판... 사실 어른용 이야기죠.}
심각한 철분 부족은 장수의 비결~!!^^
딸과의 여행! 꼭 이루시길!!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