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산
2014/08/16
벽암, 벽초, 학산, 한산
옥천사 청연암 삼거리-안부 삼거리-옥녀봉-신유봉-황새고개-남산-운암고개-연화산-전망대-적멸보궁-싸리재(월곡재)-느재고개(옥천사 후문)-연화1봉-백련암-옥천사-공룡발자국-마산어시장-점촌
작년에 오른 연화산에 대한 기억이 왜 그렇게 재생되지 않는지, 건망증이라기 보다 기억 상실에 가까운 두뇌에 씁쓸한 웃음 뿐이다. 덕분에 1년 만에 다시 산을 오르면서도 기억을 떠올리지 못한다. 작년에는 오늘의 역순으로 산을 올라 남산을 거쳐 청련암으로 하산하였기에 옥녀봉 신유봉이 생소한 탓으로 미루고 산을 오른다.
연화산은 도립공원임에도 불구하고 산세와 자락이 생각보다 장엄하지도 넉넉하지도 않은 곳으로 수수하고 아기자기한 보통 이상의 산이라 여기면 된다. 연화산은 산의 형상이 연꽃을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산의 북쪽 기슭에 옥천사와 백련암, 청연암, 연대암 등의 암자가 있다. 연화산을 등반하는 재미중의 하나는 연화산 자락에 둥지를 틀고 있는 옥천사를 둘러보는 것으로 천년고찰의 이 절은 가람의 배치가 섬세한 화엄 10대사찰의 하나다. 주변 풍광도 아름답지만 절 곳곳에 전통의 향기가 피어올라 순례 자체만으로도 의미있는 곳이다. 옥천사 대웅전 뒤에 위치한 옥천샘은 위장병, 피부병에 효험이 있다고 소문나 있다.(출처: 한국의 산하) 옥천사 대웅전 앞에 차를 세워 둘 까 하다가 청연암 삼거리 빈 터에 차를 두고 곧바로 갈짓자 등산로를 오른다. 능선에 올라서서 잠시 평탄한 길을 걷다가 봉우리인 듯 다소 경사진 비탈을 오르니 옥녀봉이다. 비교적 산세는 수월한 편이고 숲이 우거져 그늘진 길이고, 바쁠 일 없는 행보이니 유람의 멋을 한껏 즐긴다.
빽빽하게 들어찬 수목들과 솔솔 불어오는 해풍 덕분에 발걸음이 꽤 가볍다. '신유봉인가, 선유봉인가?' 우리 나름으로 한참동안 산이름에 집착한다. 선유 즉 신선이 머물며 즐기는 봉우리가 맞지 않은가, 아니지 신당들이 많은 굿하기 좋은 신이 머무는 곳 아니랴. 어느 이름이면 어떤가 덤성덤성 얹힌 바위위에서 휴식이나 하고 가세나.
옥천사를 중심으로 삥 둘린 산들은 군데군데 고개를 만들어 사방 외부와의 소통로를 두고 있어 봉우리를 하나 오르면 다음 봉우리는 다시 내려 갔다가 새로 오름이 반복되는 산행이어서 연꽃잎을 연상시키는지도 모른다. 신유봉에서 황새고개까지 내림이고 다시 남산으로 새로운 산 하나를 오르는 것 같다. 이곳 사람들은 남산이면 남산 하나를 오르고 다음을 기약하고 내려가겠지만 산꾼들은 모든 봉우리를 다 거치고 싶기에 '뭐 이런 산이 있노?' 할 게다. 우리도 똑 같은 푸념을 하면서 황새고개에서 다시 남산으로 간다. 남산은 제대로 저상석이 서 있어 잠시 휴식을 한다.
남산에서 다시 운암 고개까지 내림길이다. 운암고개에서 연화산 정상으로 다시 오름이다. 연화산 정상에는 정상석과 더불어 사람의 눈길을 끄는 해학적인 장승이 돌 탑위에서 빙긋이 웃는다. 천하 지하를 대표하는 장승의 이야기에 걸맞게 나무마저 종이 다른 두나무가 끌어 안고 있는 형상이 이색적으로 다가 온다. 정상에 마련된 평상에 앉아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모두에게 정상주 보시를 한다.연화의 세계는 부처의 세상을 상징하기에 오가는 이 모두가 부처를 닮지 않았으랴. 울창한 숲으로 시계는 열리지 않아도 남해의 너른 세상을 아래로 디디고 있는 포근한 산 위에서 한참을 머문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 바다로 돌출한 전망대에 서 보나 시야가 흐리다. 우리는 적멸보궁이란 곳으로 내려 오지만 적멸보궁이란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 (眞身舍利)를 모신 전각을 적멸보궁이라고 알고 있는데 조금은 생소하다. 처음에는 사리를 모신 계단을 향해 마당에서 예불을 하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법당을 짓게 되었으며, 그 법당은 부처의 진신사리가 봉안된 장소로 건립 되었기 때문에 불상을 따로 안치하지 않고 진신사리가 봉안된 쪽으로 불단을 마련하여 적멸 보궁이라 하였다는데, 가장 대표적인 곳은 신라의 승려 자장(慈藏)율사가 당나라 종남산에서 기도하며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돌아올때 가져온 부처의 사리와 정골(頂骨)을 나누어 봉안한 5대 적멸보궁이 있다. 영축산 통도사(通度寺), 오대산 월정사(月精寺), 설악산 봉정암(鳳頂庵), 함백산 정암사(淨巖寺), 사자산 법흥사(法興寺) 적멸보궁이 대표적이다. 이 오대적멸보궁을 포함 14개 적멸보궁으로는 적멸보궁 강원 금강산 건봉사, 적멸보궁 경북 태조산 도리사, 적멸보궁 대구 비슬산 용연사, 적멸보궁 경남 봉명산 다솔사, 적멸보궁 경남 미륵산 용화사, 적멸보궁 충남 태조산 성불사, 적멸보궁 충북 구룡산 안심사, 적멸보궁 전북 대둔산 안심사, 적멸보궁 전북 모악산 금산사로 알려져 있는데. 그렇다손 치더라도 이역 만리까지 석가의 진신사리가 흘러온 게 참 불가사의이고, 얼마나 많은 진신사리가 있어 곳곳이 적멸 보궁이란 말인가. 우리는 허구를 쫓아 신앙의 실체를 만들어가는 게 아닌지. 적멸보궁을 한바퀴 휘돌아 보고 뒷산으로 다시 오른다.
싸리재에서 시루봉을 들렀다가 되돌아와 다음 연화제1봉으로 가고자 하다가 고갯 마루를 내려온다.
옥천사 후문 느재 고개는 다시 연화 1봉을 오르는 산행 기점이 된다. 숨한번 고르기 위해 노점상 아줌마의 구수한 사투리를 섞어 막걸리로 목을 축인다. 산봉우리마다 고갯마루를 끼고 있어 자주 산행 기점을 만들어 새로운 기분으로 산을 오름과 내림이 연속되어 색다른 산행을 경험한다. 오늘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까지 노점상 아줌마는 30분이라는데 실제로는 꽤 많은 시간을 소요한다. 애초에는 옥천사 후문으로 옥천사 원점 회귀로 의논하다가 바꾼 길이라 일행의 걸음이 더뎌서인지 예상 시각보다 다소 늦었으나 무슨 걱정이랴. 정상에서 느긋하게 점심까지 먹고 백련암 쪽으로 내림길을 잡는다.
작년의 산행기점으로 가는 이정표 팻말이 있는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백련암을 향한다. 인기척이 빠진 백연암은 시간이 멈춘듯 미동도 없다. 행여 한밤중 같은 적막을 깨울까봐 살며시 잔디 뜰에 발을 딛다가 문을 나선다. 아무도 오가는 걸 간섭도, 관심도 가지지 않는 백연암과 작년 내림길에서 경유한 청연암은 모든 면에서 대칭인 듯 하다.
백연암에서 옥천사 본사까지는 지척인데 청연암까지는 다소 거리가 멀었던 것 같다. 옥천사를 대표할만큼 유명한 玉泉에서 맑은 샘물 한바가지를 들이킨다. 산을 한바퀴 돌아온 피로가 시원한 물에 녹아 든듯 입안이 개운하다. 옆문으로 들어온 옥천사를 이리저리 돌아보다가청담대종사 사리탑비를 만난다. 1972년이던가 청담스님 생전의 설법을 한번 들은 기억이 난다.'가끔 나는 무엇이며 어디로 가고 어디쯤 있는가를 생각하라.'는 말이 스쳐간다. 일상을 살다보면 나란 존재를 잃어버리고 다른 어떤 무엇에 끌려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때 반추해보는 말이다. 그런 스님도 자연에 합류한 게지. 우리도 머지않아 그럴게고.
옥천사를 나오며 이방인을 생각하게 한 나무뿌리와 세월을 느끼게 한 공룡발자국 화석을 다시 만나 나의 오늘을 생각해본다. 평생의 직을 놓고 보는 오늘과 작년의 오늘 무엇이 다를까. 세월 속의 이방인이기보다 일상의 틀을 깬 오늘은 새로운 게다.
함께 길을 나설 수 있어서
산을 오를 수 있어서
추억을 만들수 있어서
산과 들, 바다 그리고 대해에서 건진
싱싱한 회와 술 한 잔 할 수 있어서
돌아오는 길목의
마산 어시장에서 전어랑 잡어 바다 냄새에
한잔 두잔 할 수 있어
그런 행복한 날.
'옴마니반메홈'
우주 본체적인 진리
그 자체에 응감 일여하고자 하는 대발원을 하여
모든 생명체가 원만구족한 참됨으로 되게 하여지이다.
는 아니더라도 작은 행복이 열리는 하루하루였으면 한다.
2014/09/11
아침도시의 산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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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여전하시구마!!!
요즈음 어떠하신가요.
거친 산행지 같은데.. 아직도 청년이구만.. 그 모습으로 오래 오래 청춘을 즐기시구려 !!!
서울 산악회 생생한 보도 사진 덕분에 잘 구경하고 있다오. 늘 즐거운 산행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