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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산별운동 이대로 좋은가
산별운동 ‘유럽식’ 아닌 ‘우리식’ 모델 필요
2009년 상반기 금속과 보건 양대 산별 축이 삐거덕거리면서 산별운동에 대한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최근 지역운동에 대한 관심이 제고되면서 산별운동의 중앙집권적인 사업경향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복수노조와 전임자임금 문제의 경우 산별노조 대응으로 직결될 것이라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이에 노동과세계가 지난12일, 지금까지 추진해 온 산별운동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또 지금에 와서 변화된 상황을 분석하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조직을 진단하는 ‘좌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참석자=금속노조 이정희 정책실장/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전략기획단장/공공운수연맹 나상윤 정책실장/서울본부 김진억 조직국장/민주노총 이상훈 정책부장/민주노총 나기주 편집국장(사회자)>
사회자=산별노조를 건설하는 것도 힘들지만 정착시키기는 더 힘든 것 같다. 산별운동 하는 주체들이 산별교섭 등에서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상반기 금속과 보건 등 양대 산별교섭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대로 괜찮나’ 염려가 크다.
이정희=금속노조가 15만 산별노조가 돼 2년 반 동안 지나왔지만 사회적 영향력은 축소되는 느낌이다. 높은 기대 속에서 산별은 전환했지만 기대만큼 못 했다. 올해 산별교섭 돌파가 불가능해 보여 재벌기업들 이익잉여금 의제 제기와 쌍용차 구조조정 투쟁에 치중했지만 추진에 한계를 보였고 물리적 대응 여부에만 초점이 맞춰지게 됐다. 전체적으로 기대보다는 실망감이 누적된 셈이다. 산별노조 재조직화를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이주호=올해 산별 12년차로 산별교섭 6년차 과정을 거치면서 안정화단계로 가던 교섭구조 가 산별대각선교섭으로 전환되고 사용자단체가 해산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보다 완성된 산별교섭으로 가는 과정에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보고 있다. 그동안 산별교섭을 통해 산업정책 개입력이 높아지고 올해는 보호자 없는 병원 만들기, 획기적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 새로운 의제를 제기하면서 산별운동의 지평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고민은 산별의 큰 틀에서 4만 현장 조합원 요구와 사회적 의제를 통일시켜 더 큰 투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나상윤=2007년 말부터 연기를 몇 차례 거듭하며 올해 5월 마지노선을 치고 통합산별로 가려 했지만 실패했다. 통합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 하면서 통합준비위를 만들어 과도기도 가져봤지만 실패했다. 또 다시 통합집행부 꾸린다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통합산별노조가 벽에 부딪히면서 결국 공공노조와 운수노조에 거꾸로 영향을 주고 있는 형국이다. 공공노조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파괴력 있는 사업장이 없고 운수노조는 형태는 산별노조지만 연맹에 가까워 불안정한 상태다. 두 개가 통합하면 시너지가 크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발을 담그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김진억=산별노조가 민주노조운동의 전략적 과제로 십수년간 진행돼 온 것이 금속, 보건, 공공 정도다. 그런데 이른바 ‘묻지마 산별’로 표방해 온 현재 상황은 산별노조 정신을 애초 구현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조합원들로부터 충분한 동의와 준비를 구하면서 진행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너무 조직의 형식에 얽매여 산별운동을 해오지 않았냐 하는 것이다. 전노협 정신 때 하고 지금 산별의 구체적 실천 양태를 비교해 봐도 진전된 것 같지 않다. 금속 15만, 공공 13만 등처럼 조직전환에 너무 매몰돼 온 측면이 있다. 지금 중간점검과 재정비가 필요하다.
사회자=민주노총 위기설에다 산별노조 위기설까지 나돈다. 심지어 산별무용론까지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위기적 국면을 어떻게 돌파해야 한다고 보는가.
이상훈=산별운동 추세가 위기라는 상황 언급은 공통적이지만 산별운동의 위기이냐 민주노조운동의 위기이냐는 좀 다른 문제다. 금속과 보건, 공공이 다소 다른 행보지만 전체 수준에 봤을 때 산별진척은 부진해 보인다. 하지만 산별운동의 정신과 지향점 등 항목에서는 구체화 된 논의가 필요하다. 산별운동 평가 측면에서 금속과 보건의 경우 사업평가로 될 것이고, 형식과 내용면에서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별운동의 위기보다는 민주노조 운동의 위기로 봐야 한다.
이주호=노동운동 평가에 편향성이 있다. 기존 대공장 정규직 중심운동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기득권과 실리주의에 빠져 ‘맛이 갔다’라면서 중소영세, 비정규직, 조직화로 운동의 축을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기존의 성과와 현재의 역량을 무로 돌리는 청산적 관점이다. 또 다른 편향은 아무런 고민 없이 기존 조직을 유지 관리하는데 급급해 하는 것이다. 이것은 운동성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산별운동 평가도 비슷한 편향이 있다. 일부에서 ‘산별운동 실패됐다, 근본적 재구성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는데 그동안의 산별운동이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성과 없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사람과 재정의 집중을 통해 기업에서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을 성취했고, 어려운 조직에 대해 우산 역할을 해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연대의식과 공동투쟁이 활성화됐고, 조직의 집중성이 높아지면서 공동사업 기풍이 강화됐다. 공공 산별연구보고서를 보니 5톤 트럭에 20톤의 짐을 싣고 있어서 전진이 어렵다는 평가를 하고 있는데 이런 평가는 적절하다. 산별운동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버리고 한국적 현실에 맞는 산별운동의 최적화 모델을 찾아야한다.
이정희=현실적 조건에서 진전시켜야 한다. 사회적 교섭의제로 볼 때 구조조정 문제가 쌍용차에서 보듯이 문서에 합의했다고 해서 실질적 효력을 갖는다고 보지 않는다. 기업에서 무시하고 가면 그만이다. 비정규직과 원하청의 문제에서도 사회적 의제이긴 하지만 원하청이 강조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산별교섭 돌파를 못하는 것은 조합원의 절실한 요구를 안고 가지 못하는 데 있다.
사실 의제로 본다면 2004년 주5일제로 지금까지 먹고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공장 조합원들의 투쟁동력을 모아내는 의제와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주간연속2교대제 같은 의제를 내놓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대공장 노조에게 뭔가 손에 잡히는 것이 있어야 한다. 중앙교섭에 들어오라는 것보다 완성차 단위의 교섭의제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주호=산별운동의 위기는 조합원이 함께할 수 있는 의제를 중심으로 단결투쟁하면서 돌파할 수 있다. 15만 금속 산별노조 만들었을 때 주간연속 2교대제 의제에 주목했었다. 이것은 대공장이 싸울 수 있는 의제이면서 일자리를 늘리는 사회적의제이기도하다. 최근 산별교섭에 조합원의 관심과 참여가 떨어지면서 조합원을 움직일 수 있는 의제, 즉 2004년도 1만 명의 총파업이 가능했던 주5일제 같은 요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다.
산별교섭이 안정되면서 조합원의 참여가 떨어지고 ‘무임승차’하는 조직이 생긴다. 최근 조합원이 교섭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고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이 산별교섭구조 때문인지, 노동운동의 전반적 문제인지, 아니면 최근 사회적 흐름 속에 개인주의 성향 때문인지 종합적으로 분석해봐야 한다.
조합원 참여부족에 대해 조합원만 탓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20년 투쟁을 통해 조합원들의 기본적인 요구들은 거의 다 해결이 됐다. 이제 조합원을 움직일 수 있는 요구는 좀 더 준비되고 기획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들은 짧은 기간 설문지를 통해 요구안을 만들고 잠깐 교육홍보하고 몇 차례 교섭한 후 민주노총 일정에 맞춰 파업을 하자고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런 관성적인 1년 주기의 교섭투쟁 사이클 갖고는 조합원을 움직일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산별교섭을 2년 만에 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1년을 조합원과 함께 요구안을 만드는데 주력하면서 국민들에게 홍보하고, 새로운 1년을 교섭하면서 실질적인 파업을 조직하는 게 산별운동의 흐름에 맞다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해보고도 파업이 안 되면 조합원을 탓할 수 있을 것이다.
나상윤=교섭상대가 정부인데 정권의 의지가 있거나 강제하는 힘이 있어야 교섭이 가능하다. 그동안 높은 수준의 교섭과 투쟁을 그린 산별을 설계하다보니 지나치게 끼워 맞추는 방식이 있었다고 본다. 대각선교섭도 많이 있다. 중앙교섭 하나만을 설정하거나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문제다. 산별교섭의 다양한 측면을 보는 안목이 부족했다. 또 교섭구조가 안 만들어진 조건에서 산별의제는 의미가 없다. 산별교섭 의제라기보다 사회공공성 의제로 기능한다. 산별교섭을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데 오히려 사회적 의제를 잘 만들고 잘 해줬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더 크게 작용한다는 점에 고민이 있다. 민간사업장, 공공사업장 등 교섭시도를 해보면 사용자들도 생각은 있지만 워낙 위로부터의 압력이 강하다 보니까 그 수준을 뛰어넘지 못한다.
김진억=한국 상황에서 산별교섭과 의제 만만치 않다. 과거 황금자본주의 시절 균질화돼 있었던 환경에서 산별중앙교섭은 됐다. 지금은 공공의 경우를 보더라도 워낙 다양한 사업장이 모여 있어 과거와 같은 산별교섭과 투쟁은 어렵다. 금속도 분할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현실을 냉정히 인정해야 한다. 산별영역에서 갖는 의제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런 의제를 어떻게 사회적 의제로 연대로 확장하고 전개하느냐가 관건이다. 비교적 긴 과정의 투쟁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산별적 의제를 사회적 의제로 확장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주5일제가 성공했다고 하지만 40시간은 안 돼 있다. 주5일제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노동시간 단축 차원에서는 삶의 질곡으로 다가온다. 미조직 사업 해보면 만날 시간이 없다는 것이 큰 난관이다. 노조를 만들어놔도 전임자 회의 시간이 없다. 실제 노동시간 단축을 전면화 시키는 의제가 필요하다.
이상훈=민주노총 내 70~80%가 산별조합원이다. 하지만 산별교섭 적용은 절반도 안 된다. 총연맹 입장에서는 내적 의제를 단일화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잘 안 된다. 투쟁동력을 생각 안 할 수 없다. 전임집행부가 현장순회하면서 했던 얘기가 국민연금이었지만 투쟁하자는 얘기는 못했다. 딜레마다. 외국산별의 기대치를 바로 가져올 필요는 없다. 연맹 내 무시할 수 없는 속사정이 있을 것이다. 조직구조가 산별노조로 집중돼 있다고 해서 교섭구조가 꼭 그렇게 갈 필요는 없다. 유연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 요구도 의미가 있다. 구체적 의제가 뭐가 될지는 찾아봐야 한다.
이주호=요즘 ‘공장탈출’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보건은 태생적으로 공장을 탈출하고 있다. 병원이라는 공간자체가 평소에 국민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국민과 함께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환자, 국민과 함께하는 요구로서 보건의료산업정책 개입과 산업별 요구를 자연스럽게 제기해왔다. 그런데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의 영원한 의제인 임금이나 고용 같은 문제를 어떻게 산별의제로 담아낼 것인가 하는 고민이다. 사실 유럽의 산별교섭 의제를 보면 우리 같은 산업적 요구는 별로 없고 임금이나 고용 얘기가 주이다. 산업별 요구는 진보정당과 정치권을 통해 풀어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임금이나 고용의제를 산업적, 계급적 관점으로 풀어가는 것을 적극 고민해야한다. 산별임금체계를 만들고 산별고용보험을 설계하고, 교대제 개선, 기본소득보장 요구등을 통해 현장요구와 사회적 요구를 통일시켜내야 한다.
이상훈=공장 밖으로 함의는 연맹마다 다 다를 것이다. 공공이나 보건과 달리 금속은 그렇게 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임금이나 고용 등 계급적 요구에 충실한 요구가 마련이 돼야 하지만 잘 안 되고 있다.
김진억=활동의 가장 기본은 작업장 과정, 즉 생산관계에 개입하는 것이다. 이는 산별도 다르지 않다. 문제는 신자유주의라는 자본주의 환경이다. 작업장 내에서의 개선이 다수의 중소영세 비정규직 격차로 결론이 난다. 그래서 작업장 울타리를 벗어나서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별노조도 그런 데 착안해야 한다.
사회자=복수노조 전임자 문제 시대가 도래한다. 산별노조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다. 새롭게 산별노조 시대를 열어가는 것이 뭔지 핵심정리가 필요하다. 산별과 지역운동과의 관계와 발전적 전망도 궁금하다.
이정희=원칙주장과 현실을 풀어가는 데 차이가 있다. 실사구시 해야 한다. 20년 동안 해온 운동을 전부로 알고 있다. 다수 조합원 동의에 기초해서 나가야 한다. 대공장들이 갖고 있는 산별노조로서의 객관적 한계를 잘 보듬고 가야 한다. 대규모 조직화 사업은 현재 대공장에서 나오는 것이다. 묻지마 산별이라고 하는데 기업별에서 대응할 수 없다고 해서 산별노조가 다 해준다고 하는 식은 곤란하다. 쌍차 망하면 산별노조가 다른 회사에 취직시켜준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전환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재조직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대차에서 교섭이 안 되는 것이 산별노조 때문이라는 식으로 호도되기도 한다.
나상윤=실망이 큰 것은 기대가 컸다는 것이지 산별노조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복수노조 전임자 문제를 풀어가는 데도 산별은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가 산별노조를 깨기 위해 총력집중하고 있다는 것도 산별의 중요성을 말한다. 자원의 재분배에 있어 산별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중소사업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별적으로 기금을 만들면 기업별로 회귀하려는 쪽으로 나타난다.
지역운동과 산별운동이 상충하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수준 설정이 문제다. 지역적 실천 때문에 비정규직 성과도 나온다. 사회공공성의 문제가 지역과 결합하지 않고서는 해결이 안 된다. 내부의 자원 배분과 연동해서 산별노조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지, 상충 문제는 아니다.
김진억=산별이 되면서 지역 사업이 안 되는 문제가 있다. 산별요구에 응하는 것도 버거워 한다. 산별로 중앙집중이 강화되면서 지역에 나올 여력이 없다. 산별운동이 되면서 지역으로는 멀어지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 산별의제의 사회의제화가 제대로 되려면 장기적 과정과 사회운동이 필요한데, 산별조직만 됐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치료와 교육 등 자기권리 문제가 사회적 투쟁으로 전개될 때 산별노조들은 연대해 달라는 쪽으로 접근하고 있다. 당신들 권리니까 함께 하자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상훈=지역문제에 있어 프로젝트사업을 진행해 보면 상충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지역본부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산별이 가속화되면서 조합원이 귀속화된다는 점이다. 지역차원의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의도하지 않게 중심성이 없어지는 것이다. 실시구시적으로 실용적 차원에서 풀어가야 한다. 최근 지역지부가 활성화되고 있는데, 위상의 문제와 중심적 사업의 배분부터 얘기해 나가야 한다.
복수노조 전임자 문제는 산별노조냐 기업별노조냐 하는 효율성 경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직의 효율성과 기업지부의 문제가 포괄적으로 논의돼야 할 것이다. 교섭과 조직에 있어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가져가야 하느냐 하는 토론이 필요하다.
이주호=산별운동 이제 때가 왔다. 그동안 축적된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당위적 이념적 논쟁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한국적 산별을 고민할 때가 된 것이다. 최근 금속선거에서 비슷한 공약, 공공 산별발전 논의, 민주노총 수련회 결과를 볼 때 이제는 소모적 논쟁보다는 실력을 바탕으로 한 실천으로 자기가 선 영역에서 모범과 모델을 만들어야한다. 조직형식을 둘러싼 논쟁보다 산별운동의 콘텐츠를 어떻게 갖추어갈지 고민해야한다. 노동3권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조직 편재와 산별교섭구조에 대해 전 조직적 현장토론을 벌여야한다.
산별운동의 구획정리도 고민거리다. 이와 관련해서 민주노총의 역할이 중요하다. 관련 산별노조들이 정책협의회 같은 것을 만들고 이런 자리를 많이 가져야 한다. 민주노총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정통 노동운동영역과 공공, 공무원 등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공공적 영역, 비정규직과 미조직 등 새로운 영역을 아우르면서 미래의 운동주체를 세워나가야 한다.
김진억=지금 산별운동 연장선상에서 평가하고 있는 만큼 일상적인 시기는 아니다. 위기의 때다. 산별위기와 노동자정치세력화 위기다. 한국에서의 산별노조 운동이 과거의 토대가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한국에서 산별노조가 진전된 것은 DJ-노무현 과정을 거치면서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탄압을 가하고 있다. 산별노조가 깊게 고민하고 대응하지 못하면 후퇴하거나 실패할 수밖에 없다. 좋게만 얘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