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수행이야기]〈46〉욕설, 받지 않으면 비방은 상대방 몫
정진하면 상대 업신여김 사라져
윤회는 살아서 인격완성하는 것
한산(寒山)과 습득(拾得)은 전설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지만, 중국 당나라 때 생존했던 인물들이다. 한산은 헤어진 옷에 나막신을 신고 다녔으며 천태산 국청사에서 대중들이 먹다 남은 밥과 나물을 습득에게 얻어먹었다. 그의 기이한 언행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를 멸시하고 천대했다. 오늘 한산의 선시를 읽으면서 마음이 숙연해졌다.
길어도 전문을 옮겨보기로 하자.
한산이 습득에게 물었다.
“세상 사람들이 나를 비방하고, 기만하고, 욕하고, 비웃고, 깔보고, 천시하고, 싫어하고, 속이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냥 참고, 양보하고, 따르고, 피하고, 견디고, 공경하며, 괘념치 말라. 이렇게 몇 년이 지나 어떤지 한번 보아라.”
한산이 또 물었다.
“혹 피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습득은 미륵보살의 게송으로 답하였다.
“어떤 이가 늙은 것을 욕하면 늙은 것은 그냥 그렇다 하고,
어떤 이가 늙은 것을 때리면, 늙은 것은 스스로 쓰려져 버리네.
내 얼굴에 침 뱉어도 절로 마르도록 내버려두니
나도 기력을 아끼고 그도 번뇌가 없네.
이와 같은 바라밀은 바로 오묘함 속의 보배이며
이 소식을 안다면 어찌 도를 마치지 못할까 근심할 것이 있으랴.”
습득이 한산에게 답한 ‘누군가 자신을 욕하고 때리고 깔보고 함부로 대해도 참고 양보하고, 공경하라’는 것이 어찌 말만큼 쉽겠는가. 습득은 한술 더 떠서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가 그대를 욕하든 깔보든 때리든 상대방을 내버려 두어라. 상대방의 행위에 응하지 않을 정도(수행의 경지)가 되면, 깨달음에 이른 것이다.”
습득이 말한 마지막 구절과 유사한 <사십이장경> 7장에 부처님의 이런 말씀이 있다.
“어떤 사람이 그대를 꾸짖고 욕설을 퍼붓는다. 가령 상대가 보석을 가지고 와서 그대에게 주었는데, 그대가 보석을 받지 않는다면 그 보석은 당연히 상대방의 것이다. 마치 그런 것처럼 상대방이 그대를 꾸짖고 욕하지만 그대가 꾸짖음과 욕설을 받지 않는다면, 욕설과 비방은 그대의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것이다.”
한산의 시를 수년전에 읽으면서도 이론적이고 도덕적인 것으로만 이해하였다. <사십이장경>의 경우도 그랬던 것 같다. 부처님을 위시해 성인의 말씀이 머리에서 나온 냉철한 이론이 아닌 수행 경지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말씀이라는 것을 내 가슴에 각인시킨다. 근래 들어 ‘소납도 나이 들었다, 절집 장판 때가 묻었다’며 아상과 아집의 탑이 점점 높아가고 있다. 마침 이런 생각이 깊던 차에 <불교신문> 종정 스님 인터뷰를 보았다.
“화두를 잠시도 놓지 않고 의심하고 들면 마음의 공포, 허세, 시기, 탐욕 등 중생의 업이 녹아지고 저절로 하심(下心)이 된다.”
종정 스님 말씀에 사견을 조금 덧붙이면, 정진만 잘하면 자신 스스로에게서 일어난 망상, 허세, 상대방의 업신여김조차도 사라지는 것이거늘…. 정진은 소풍 보내고 머리로만 ‘하심이니’, ‘겸손이니’를 떠들어대니, 매일 매일 업을 쌓아 윤회하는 것이요, 매년을 윤회하는 것이다.
죽어서 윤회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서 인격완성이 안되고, 수행자로서 발심하지 못하면 매일, 매년을 윤회하는 것이거늘, 언제쯤이나 철이 들까?
정운스님… 서울 성심사에서 명우스님을 은사로 출가, 운문사승가대학 졸업, 동국대 선학과서 박사학위 취득. 저서 <동아시아 선의 르네상스를 찾아서> <경전숲길> 등 10여권. 현 조계종 교수아사리ㆍ동국대 선학과 강사.
[출처 :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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