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동안 한파로 맹위를 떨쳤던 추위가 걱정스러워 강원도 태기산 산행을 가는 오늘은 단단히 산행채비를 하고 나섰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가르며 구불구불 올라선 횡성 태기산 주차장에 10시 30분. 해발 980m 양두구미재 주차장에서 1261m 태기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산행은 초입부터 넓은 포장길이고 숨이 가뿐 힘든 코스도 아니며 좌우로 펼쳐지는 새하얀 상고대와 눈부신 눈꽃풍경은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뽀드득 뽀드득 발밑에서 눈 밟는 소리가 경의롭다. 온통 보이는 하얀 겨울꽃들의 향연에 축복받은 기분이다.
바람 한점없이 청록색 스카프를 펼쳐 놓은듯 파란 하늘가에 나무가지마다 소담히 피워낸 새하얀 상고대와 눈꽃이 어우러진 겨울꽃(雪花)은 봄동산에 벚꽃 만큼이나 화려하고 탐스럽게 아름답다. 여유로운 산행길엔 찬바람과 눈서리가 만들어낸 겨울꽃과 더불어 파란하늘 향해 줄지어 우뚝 선 하얀 풍력발전기도 이국적인 느낌으로 닥아온다. 우람한 발전기는 바람따라 웅웅대며 돌아가는데 속도감이 느껴지진 않는다. 잎을 다떨궈낸 나무가지에 하얀 눈송이들이 하늘 높이 소복히 앉아 멋진 겨울 정원을 꾸며놓고 .. 바라보는 우린 또 감탄 감탄이 터져 나온다 정영숙 권사님은 이런 풍경은 평생 처음이라고 혼자보기 너무 아깝다며...연신.. 환상이네.. 모퉁이 돌아서면 더 풍성하게 피여난 환상적인 겨울 풍경에 감탄 한번 진하게 토해내고 사부작 사부작 걸으며 산대장님의 카메라에 익어가는 우리들 모습 한수푼 듬뿍 담아보고.(고맙습니다) 태기산 겨울풍경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지금은 겨울 눈꽃 산행으로 아름다운 곳이지만..... 태기산 고원지대는 화전민들의 시린 삶이 이어졌던 곳이라고 한다. 1965년부터 화전정리사업의 명목으로 박정희 정부는 태기산 화전민촌을 건설해 강원도 일대 화전민을 모아 정착시켰다.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움막생활에 3년을 밀가루 배급만으로 정착을 해오던 태기산 화전민촌은 1970년대 급격히 쇠락했다. 화전금지를 앞세운 정부가 화전민 이주를 강력히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태기산 1200m위치에 태기 분교터가 지금도 남아있고 요즈음은 그곳이 백패킹 성지로 되었다.
정상 부근에서 산객 한분이 옆 조리대 샛길로 들어가 보란다. 그 하얀 샛길로 사각사각 들어서니 그곳엔 눈부신 하얀빛으로 몽환적인 또 다른 세상이 있었다. 하얀겨울 나무들이 쭉쭉 ~하늘을 가리고 온통 조각된 겨울왕국으로 황홀하고. 환상적인 신비로움이다 . 자연이 보여주는 순백의 아름다움에 심장이 요동을 친다. 그 하얀빛 세상에선 저절로 발길이 멈춰지고 세상에나.. 너무 아름다워~~ 눈 풍경에 취하고..차마 떠날수가.. 아~무슨 언어로 표현을 해야 할까. 이렇게 아름다운 눈꽃속을 무딘 말로 다 전하지 못함이 안타깝기만 했다.
태기산 정상은 군사시설로 갈 수는 없고 정상 아래 전망대에서 하얗게 늘어선 사방의 겨울산을 감상하며 기념사진도 남겨본다. 더 바램없이 행복했던 태기산 겨울을 눈꽃을 가슴과 눈으로 실컨 담으며 평생 이리 아름다운 겨울산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다.
봄날처럼 포근했던 날씨에 하산길엔 아침보단 눈이 많이 녹아 내리고 소담했던 눈 풍경들이 사라지고 있다. 1시20분 하산으로... 맛있는 컵라면을 먹으니 꿀맛이다. 아침에 김동순 부회장님이 따끈따끈 맛있는 떡을 고맙게 준비해주셨습니다 오늘도 하늘은 우리펀 믿기지 않을 만큼 화창하고 포근한 봄날씨였습니다.
(안하던 사진 첨부하느라 올렸던 글이 다 날아가 버려 다시 쓰려니 황당하고 많이 당황했습니다.)
대단한 백색의 향연이었습니다. 오늘 이 황홀한 풍경을 보지 못한 분은 평생 후회할 겁니다. 하긴 보지 못했으니 후회할 일도 없지만요.
백\색을 죽음의 색이라고도 해요. 이 아름답고 황홀한 색을 죽음과 연결짓다니 말이 되나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눈은 세상의 모든 것을 덮어벌리지 않나요. 추한 것 아름다운 것 가리지 않고 덮어버리잖아요. 모든 것을 다 덮어버린다는 점에서 흰 눈과 죽음은 통해 있는지도 모릅니다. 눈의 흰 색이 황홀하게 아름답듯이 죽음 또한 그렇게 황홀하게 아름다운 것은 아닐끼요? 태기산에 오지 않은 분들이 태기산 이 설경의 아름다움을 모르듯이 죽어 보지 못한 우리는 국음의 황홀한 아름다움을 알길이 없지요.
첫댓글 감사합니다. 글 솜씨도 이렇게 좋을 수가...
가슴이 시리도록 푸르고 푸른 코발트색의 하늘과
하얀 눈꽃은 사진이 아니어도 마음에 오래오래 남을거 같아요.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정말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지요?
대단한 백색의 향연이었습니다. 오늘 이 황홀한 풍경을 보지 못한 분은 평생 후회할 겁니다. 하긴 보지 못했으니 후회할 일도 없지만요.
백\색을 죽음의 색이라고도 해요. 이 아름답고 황홀한 색을 죽음과 연결짓다니 말이 되나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눈은 세상의 모든 것을 덮어벌리지 않나요. 추한 것 아름다운 것 가리지 않고 덮어버리잖아요. 모든 것을 다 덮어버린다는 점에서 흰 눈과 죽음은 통해 있는지도 모릅니다.
눈의 흰 색이 황홀하게 아름답듯이 죽음 또한 그렇게 황홀하게 아름다운 것은 아닐끼요? 태기산에 오지 않은 분들이 태기산 이 설경의 아름다움을 모르듯이 죽어 보지 못한 우리는 국음의 황홀한 아름다움을 알길이 없지요.
여운이 오래 갈 태기산 설경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