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아리랑의 몇 가지 문제
지난 주말, 11월 초에 계획된 <2008 문경새재아리랑제>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문경시에 갔다. 주최하는 문화원에서 일을 마치니 노을 녘 쯤 되었는데, 문득 문경새재를 오르고 싶어 새재로 향했다. 새재 제2관문 조곡관(鳥谷關) 직전에 있는 <문경새재아리랑>비에서 송영철 할아버지의 아리랑을 듣고 싶어서였다. 여기에는 할아버지의 소리와 송옥자 선생님의 소리를 녹음해서 관광객들이 버튼을 누르면 들을 수 있게 해 놓아 언제나 들을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어느덧 제 빛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곳곳의 단풍이 할아버지 노래에 정취를 더해주었다.
①문경 새재 물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로 다나간다
②홍두깨 방망이는 팔자가좋아/ 큰아기 손질에 놀아난다
③문경 새재 넘어를 갈재/ 굽으야 굽으야 눈물이난다
할아버지가 부른 이 세수의 아리랑은 이재욱의 『영남전래민요집』에 가장 많은 곳에서 조사된 아리랑 사설이기도 하다. ①은 문경에서 ②는 김천에서 ③은 상주 등에서 조사되었는데, 곡명을 적시하지는 않았어도 문경지역 조사에서 4수를 채록하고 ‘慶北’이라고 표시함으로서 이것이 <경북아리랑>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렇다면 이 <문경새재아리랑>은 1930년대 이전에는 경북지역을 포괄하는 곡명을 썼다는 것이고, 문경 이외 지역에서도 유행한 노래임을 알게 한다. 이런 사실은 2000년대 들어서 영남지역 아리랑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밀양의 <밀양아리랑>, 영천의 <영천아리랑> 정도를 영남의 아리랑으로 주목했던 상황이고 보면 의외의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첫 사설 ‘날좀보소 날좀보소····’가 밀양지역의 토속 소리로 알고 있는 터에, 이 조사기록에서는 <밀양아리랑>이 없을 뿐만 아니라 <경북아리랑> 사설이라고 되어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밀양아리랑의 형성 배경을 다시 논의하게 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의외는 또 있다. ③의 딸림형인 ‘ 문경 새재는 왠 고갠가/ 굽으야 굽으야 눈물이난다 ’ 분명히 1930년 조사 때도, 오늘의 문경에서도 불러지고 있는데, 전라남도 <진도아리랑>의 첫 절에서 대표사설로 불러지고 있는 사실이다. 전남의 끝 섬에서 경북의 지명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필자의 학위 논문에서도 중요하게 서술했지만 두 가지 음악적 경로로 형성되었으리라고 추정한다. 하나는 아주 오래전 <경북아리랑>이 진도 지역에서 까지 불렸을 것이라는 추정, 또 하나는 경복궁 중수 기간에 문경지역 아리랑의 유행에 의해 첫 사설을 ‘문경새재····’로 형성된 <아르랑>의 영향을 받았으리라는 추정이다.
이렇게 이 <영남전래민요집>은 우리나라 아리랑의 많은 문제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우리나라 아리랑의 전승 중심지가 영남지역임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