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가운에 흰 모자, 흰 마스크, 흰 앞치마, 흰 위생장갑…. 멀리서 보면 눈사람 같은 모습에 두 눈만 보이는 사람들. 이들의 손에 단 15분 만에 하나의 ‘성탄 케이크’가 완성돼 나왔다.
동방박사 세 사람이 황금, 유향, 몰약을 가지고 메시아를 찾았던 것처럼 이들은 ‘성탄 케이크’를 들고 아기 예수님을 만나기를 고대한다.
주인공은 바로 경기도 고양시 애덕의집 보호작업장 ‘소울 베이커리’(원장 김혜정)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이다. 소울 베이커리는 지적장애인들이 빵·케이크·쿠키 등 40여 종의 베이커리를 생산하는 일터이자 보금자리.
함박눈이 쌓인 것처럼 뽀얀 생크림 케이크, 루돌프 썰매를 탄 산타로 꾸며진 케이크 등 조리대를 가득 채우고 있는 성탄 케이크들은 모양도 크기도 각양각색이다. 15명의 장애인들이 빚어낸 것이라고는 쉬 믿기지 않는다.
12월 17일 하루 동안에 만든 성탄 케이크만 총 225개. 성탄절을 앞두고 케이크 주문량이 일 년 중 가장 많은 때다. 하지만 케이크 만드는 내내 작업장에서는 잠시도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밝고 활기가 넘친다.
소울 베이커리 가족들은 아기 예수 탄생과 더불어 자신들이 일하는 곳에서도 새로운 희망의 불꽃이 타오를 수 있길 기도한다.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주니어 장애인부터 숙련된 장애인들이 함께하는 일터를 만들어가는 것. 현재 42명의 장애인이 일하고 있는데,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2020년에는 100여 명의 장애인이 함께하며 사랑을 키워갈 수 있길 희망하고 있다.
베이커리 제작 과정에서 보여주는 환상의 호흡이 이들의 바람이 단지 희망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확인시켜 준다.
생크림을 도포하는 아이싱 작업부터 포장에 이르는 일까지…. 손길 하나하나에서 소중한 희망이 빚어지고 있었다. 개개인이 지닌 장애가 서로에게 축복이 되고 있었던 셈이다. 마치 주님이신 분이 육화하신 것처럼….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경미(안나·31)씨는 “열심히 만든 케이크를 아기 예수님과 함께 먹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소울 베이커리 케이크는 그야말로 ‘착한 상품’이다. 친환경 유기농 재료만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특히 케이크 시트는 고양시에서 생산되는 쌀을 사용해,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인공 글루텐, 방부제 등은 일절 넣지 않아 아기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아이싱 작업을 맡은 장애인들의 손이 분주하다. 케이크 시트에 생크림을 듬뿍 올리고 회전판을 돌리면서 케이크 표면을 매끈하게 정리한다.
생크림을 바른 케이크는 컨베이어벨트에 올려 다음 사람에게 보내진다. 띠지 작업과 장식 작업이 이어진다. 케이크 장식 작업에는 유독 많은 손이 간다. 각양각색의 과일들과 산타 장식, 안내판 등을 정확한 위치에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과일 수분을 보호하기 위해 아이스그라이즈 작업을 마치면 하나의 케이크가 탄생한다. 완성된 케이크는 성탄용 빨간 종이상자에 담겨 소비자들을 찾아간다. 브랜드 제과점 케이크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맛만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애덕의집 보호작업장 김혜정(프란치스카) 원장은 “성탄절을 앞두고 제품 주문량이 많아져 일이 많은 날도 있는데 한 번도 불평 불만하지 않고 늘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작업하는 모습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각자가 지닌 재능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따뜻한 성탄을 나누고자 희망하는 이들의 웃음 속에 성탄의 기쁨이 한층 다가서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