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흔들린다.
필자 정영효는 2020년 3월부터 한국경제신문 도쿄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 책은 특파원 생활을 하면서 기록한 일본의 변화 물의 기록물이다. “세계에는 네 종류의 국가가 있다. 선진국, 개발도상국, 일본, 아르헨티나”라는 말을 남겼다. 패전에서 30년 만에 선진국 반열에 오른 일본과 20세기 세계 5대 강대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전락한 아르헨티나는 그만큼 예외적인 나라다. 일본 엔화의 안전 자산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일본은 인권 후진국이란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신약을 개발한 ‘바이오 강국’의 지위도 잃은 지 오래다. ‘교육 경쟁력’도 흔들이고 있다. 인구 100만 명당 박사 학위 소지자는 120명으로 줄었다. 400명인 영국과 300여 명인 독일, 한국, 미국에 크게 밑돈다.
법적으로 독립성을 인정받는 일본은행은 ‘정부 자회사’라는 표현이다. 2021년 2,000조 엔이 넘는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이 있어 해외로 빠져나가는 일본의 부가 있어도 일본이 국채를 사줄 테니 문제없다는 믿음이 아베 전 총리의 믿음이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거나 금리차가 벌어질 때 미다 일본의 부가 해외, 미국증시로 향했다. 예전에는 외화자산에 투자하려면 주간 영업시간에 은행을 방문해야 했으나, 현재는 24시간 자택에서 거래하니 금융자산을 가장 많이 가긴 전후 베이비붐 세대들이 외화자산을 늘리고 있다. 엔저 현상을 즐긴 아베의 아베노믹스는 2022년 6월 엔화 가치가 132, 22엔으로 24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그러자 물가는 서서히 오르고 서민만 죽어나는 일이 발생한다. 일본은행이나 정부는 인플레를 내심 반겼다. 이를 ”가계의 가격 인상 허용 도가 높아졌다.”라 표현했다. 일본이 물가상승을 견딜 근거로는 강제저축을 든다. 일본 GDP의 10% 애 달하는 금액으로 55조 엔이다.
엔화 약세는 30년 오르지 않던 물가를 밀어 올려 서민과 중소기업의 부담이 커졌다. ‘엔 캐리 트레이드 Yen carry trade’는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해외에서 투자하는 전략이다. 투자자들은 위기가 발생하면 ‘엔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하고 엔화를 매수하여 엔화의 가치를 끌어올려 주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 공식이 통하지 않은 것은 경상수지 흑자와 ‘엔 캐리 트레이드’가 부려졌기 때문이다. 주요국 통화에 대한 엔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실질실효환율이 세계 최저수준인 67.55엔으로 1972년 이후 50년 만에 최저다. 100보다 낮으면 구매력이 없다. 위안화는 131.01, 달라는 119.75, 한국 원화는 103.28이다. 엔화보다 낮은 통화는 ‘아르헨티나의 페소’와 ‘콜롬비아의 페소’ ‘브라질 헤알’, ‘터키 리라’ 뿐이다.
일본은 30년간 장기침체 동안 물가가 오르지 않아 ‘싼 나라’가 되어 버렸다. 일본인의 해외여행은 부유층의 특권이고, 일반인은 신혼여행도 인근의 온천으로 가는 60~70년 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를 한단다. 무섭게 추락하는 일본증시의 위상을 보자, 1990년 시총은 2조 9,000억 달러로 전 세계 주식총액의 31.2%였다. 그러나 2021년 시총은 세계의 비중이 6.8%로 줄어들었다. 일본 상장사의 평균연령은 56세에서 88세로 초고령 증시가 됐다. 이 때문에, 일본증시의 유행어는 ‘오와 콘’이다. ‘끝났다’라는 뜻의 ‘오왔다’와 ‘콘텐츠’의 합성어로 일본증시가 ‘어차피 안돼 병’에 걸린 것이다. 기관투자자는 일본 주식을 사지도 팔지도 않고 개인투자자들은 미국으로 떠나고 있다.
한국인 4명 가운데 1명은 주식에 투자한다. 한국의 개인주주는 1,374만 명이나 일본의 개인은 9명 가운데 1명이다. 숫자는 1,400만여 명이다. 일본은 인구가 한국의 2.5배이다. 개인의 주식 보유 비율은 16.6%로 50년 전의 반토막이다. 일본은 20세기에 머물러 있는 정부, 그리고 거꾸로 가는 정책으로 국민은 더욱 가난해졌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부임한 2012년 ‘닛케이225지수’는 1만 395였다. 2019년 퇴임 때 지수는 2만 3,656으로 상승률은 230%였다. 아베는 기업실적을 늘리는 수단으로 엔화 약세를 유도했다, 취임 시 달러당 85.35엔에서 2015년 125.21엔까지 떨어졌다. 법인세도 내려 줬다. 하지만 기업은 순이익을 설비투자, 임금 인상에 쓰지 않고 유보금으로 돌렸다. ‘나쁜 엔저’라도 일본은행은 움직이지 못한다. 금리를 올리면 재정이 파탄이 나기 때문이다. 미·영·한국 등 주요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데 반해,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 이자율이 제로인 일본에서 돈을 꿔서라도 이자율이 높은 미국으로 옮기는 것은 합리적 투자인 셈이다. 여기서 중국이 일본의 등골을 빼내 부자가 됐다? 이 말은 중국이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하는 데, 종잣돈을 댄 인물이 바로 ‘아베’다란 이론이다. 기축통화를 가진 나라의 정부는 돈을 찍어도, 재정적자가 커도 국가부도의 우려가 없다. 그러니 인플레이션이 심하지 않은 수준에서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린다. 일본에서 남아도는 돈을 빌려줄 데가 없어지게 된, 일본의 은행이 눈을 돌린 곳이 국제금융시장이다. 일본에서 남은 엔화를 달러 자산에 투자한다. 그러니 일본은행이 돈을 찍을수록 반기는 곳은 중국이다. 지난 10년간 일본은행이 발행한 자금의 절반이 흘러간 곳, 국제금융시장이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낮은 비용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군사기술을 포함한 일대일로 투자에 사용했다.
일본 행정의 디지털화를 가로막은 가장 큰 요인은 각 지자체별로 서류의 연호를 서력, 일본 연호, 가로쓰기 양식, 세로쓰기 양식 전각과 반각 표기법 등으로 지자체마다 따로따로이다. 1,718개, 지자체별로 다르다란 자조가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자 한국과 미국은 2주 만에 지원금의 지급을 끝냈으나 일본은 6개월이 소요됐다. 일본의 ”코로나19와의 싸움은 디지털 패전”이라고 말한다. 일본은 2001년에 세계 최고 수준의 ‘e-재팬’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결과는 2020년 전자정부 UN 순위에서 일본은 14위다. 덴마크가 1위, 한국이 2위다. 실패 수순을 밟고 있는 디지털청의 암울한 미래는 칸막이 행정 때문이라고 한다. 업무가 종합전략은 내각관방, 디지털화는 총무성, 민간의 디지털은 경제산업성, 온라인 진료는 후생노동성, 원격교육은 문부과학성, 운전면허는 경찰청에서 (밥그릇 싸움을) 한단다.
일본의 행정개혁 상이 발표한 ‘탈인감, 탈 팩스’ 선언은 코로나 신규 확진자를 팩스로 받아 수작업 방식으로 집계하는 실태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난 게, 계기가 되어 발촉했단다. 일본 정부는 왜 통합시스템을 만들지 않고 부처마다 각각 만들었을까? “각 부처가 한두 가지 기능을 갖춘 시스템을 여러 IT업체에 발주했기 때문이란다. 일본 관공서는 99%가 IT 업자 한 곳과 종신계약을 하고 있었단다. 업자는 밥그릇에 다른 업체의 접근을 막기 위해 어려운 사양을 넣어 경쟁자를 차단했단다. 일본의 디지털 교육은 전 세계의 꼴찌다. 코로나19로 대부분 학교가 휴교하자, 우리나라는 교사들이 온라인 수업을 하였지만, 일본은 교육 중단 현상이 발생한다. 쌍방향 원격 지도가 가능한 설비를 갖춘 초중고교가 전체의 15%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2018년 온라인 교육이 가능한 설비와 지도교사가 있는 학교 비율은 일본은 27.3%로 79개국 중 꼴찌다. 한국은 리투아니아, 오스트리아와 함께 80%를 넘은 3위다.
대만이 중국에 병합되는 경우의 시나리오를 분석하면 일본은 최악이 된다. 중국이 대만을 병합하면 제1열 도선이 무력화된다. 중국은 남태평양의 패권을 쥐게 된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미 군사위원회에 출석하여 중국이 6년 이내에 대만 침공을 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일본은 최서단에 대만에서 불과 1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일본 영토 ‘요나고니’ 섬이 있다. 대만과 중국의 전쟁이 발발하면 불똥이 이 섬에 튈 것이고, 중국은 ‘오키나와’ 미군기지를 공격할 것이고 일본은 집단적자위권을 행하려다가는 피해를 볼 것이다. 이에 일본은 군비를 대폭 증액하는 것이다.
일본의 혐한 감정은 나이 먹은 남자들이 대부분이다. 일본 전성기에 자신들의 젊은 시절과 오늘날 한·일 간의 지위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세대들이다. 반대로 한국인들은 한국이 이미 일본을 이겼다고 생각하고, 일본의 IT 후진성 등을 깐본다. 이러니 서로 부딪칠 수밖에 없단다. 하지만 기업인들은 협한, 반일을 따질 처지가 아니다. 글로벌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고민하기도 벅차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주요 한일의 비교순위를 보자
‘국가경쟁력’은 한국 23위, 일본 31위, ‘전자정부’는 한국 2위, 일본 14위, ‘디지털 기술력’은 한국 8위, 일본 27위, ‘지속할 수 있는 발전 달성도’는 한국 27위, 일본 19위이고, ‘남녀평등지수’는 한국 102위, 일본 120위다. 일본은 한국 덕분에 꼴찌는 면해서 다행이란 것이 있다. 일본은 출산율이 1.3명이고 한국은 0.82명이라 한국이 꼴찌고, 반대로 한국은 남여 평등 지수가 앞선다고 자위한다고 필자는 쓰고 있다.
2023.01.15.
일본이 흔들린다.
정명효 지음
한국경제신문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