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자연과 함께한 지리산 왕복종주 그 두번째 이야기

[정재태(순천)]

 

-자연과 함께한 지리산 왕복 종주 그 두 번째 이야기-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할 것 같다.

  너무 답답한 일상과 얼마 전에 읽었던 모래의 여자에서 주인공 쥰페이 처럼 구덩이에서 끝없이 흘러내려 쌓여가는 모래를 끝없이 치워가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단 말인가? 그러면 도대체 우리는 왜 살아가는 것일까? 왜? 라고 물음을 던져봐도 뭐하나 선명한 정답은 없다.

  모래 속에서 해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를 변화시키는 계기를 만들기 위함과 또다른 이유중에 하나는 지난 봄 고성마라톤과 동아마라톤 후에 무릎부상 휴유증으로 달릴 수가 없어서 더더욱 답답했는지 모르겠다. 또 하나의 변명 아닌 변명을 들자면 연초에 세운 계획을 제도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반성에 생각도 조금은 작용했고, 내 관리를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에서 벗어나진 나를 발견하고 어떤 계기를 줘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있는 듯하다.

  다른 것은 못하면서 마라톤에 관한한 계획이 서면 누구와 상의 없이 무식하게혼자서 결정해버리고 실행에 옮겨버리는 그런것들이 있다. 지난번에 산에 올랐던 것처럼... 그리하여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당일치기 지리산 왕복 종주에 나선다. 

  내 나이 마흔넷....
  한살이라도 젊었을 때 이것 저것 남들이 해볼 수 없는 것을 경험 하고픈 욕구때문인지 모르겠다. 어머니 품속 같은 지리산을 헤집고 다니는 왕복종주를 두 번째로 결행하게 한다.
  지리산의 수많은 길처럼 우리네 살아가는 인생도 수많은 길 위에 있다.
  자기의 택한 길에 따라 인생도 삶의 질도 다양한 변화가 있을 것이다.

  지리산의 힘든 여정 속에서 힘든 고비가 올 때마다 오랜 세월 살아오면서 때묻은 마음을 닦아내어 마음을 비우고 돌아가야 겠다라고 했는데 얼마나 비워지고 정화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솔직히 산을 자주 타는 편은 아니다. 직장에서 1년에 한 두번 개인적으로 한두번이 고작인데 그것은 빨리 가는 그런 길이 아니라 자연을 벗 삼아 가는 길이라 부담없고 그렇게 가는 것이 진정한 산에 오르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혹 이글을 대하시는 분들 중에는 마라톤 하는 놈이라 산악마라톤으로 생각하고 지가 산 잘 타는 것을 자랑하려 한다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산을 타면서 많은 사람들이 시간에 대한 강박 관념과 빨리가는 것이 뭐 대단한 자랑삼아 말을 하는 대서 그렇게 되었다라고 생각을 해봅니다. 오해 없으시면 좋겠습니다.

  각자의 산행법과 생각하는 이념은 다를지라도 상대방 나름대로의 산행법도 존중해주고 이해해줘야지 비난 경멸 폄하는 않은 것이 산을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의 태도라 생각되며 그런 마음으로 이글을 대해주심 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

□ 지리산 주능선 코스도

 

□ 지리산 주능선 지도

  새벽 2시에 짐을 꾸리고 나선다. 짐이라고 해봐야 김밥 두줄, 자유시간 두개, 영양갱 두개, 떡3쪽, 그리고 물 두통, 후레쉬, 간단한 비상약과 카메라 시계 스틱이 전부다. 

  구례에서 성삼재로 올라가는 구불구불한 길에는 을신년 스럽게 안개가 자욱하고 고라니들이 여기저기서 길을 가로 막는다. 잠을 못잔 탓일까 아님 몸이 활동할 시간이 아닌지는 몰라도 컨디션이 좋지 못하다.

  성삼재에 도착하니 어디서 오신 분들인지 벌써 산행 준비를 하신다. 어디를 가시냐고 묻자 “세석 갑니다” 하신다. 아니 그럼 천천히 오셔도 되는 것 아닌지요 하고 묻자, 산행 하시는 회원한분이 거북이가 있다고 하신다.

   그들을 뒤로하고 노고단 정산에 도착하니 정말 한치 앞이 안보일 정도다. 산행 이정표를 안개가 휘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난번 산행시간과 비교하니 10분정도 늦은 시간이다.  서둘러서 어둠을 해치고 임걸령으로 향하는 길에 이슬비와 바위들이 앞길을 가로 막는다.

  임걸령 샘터에서 한 모금에 물을 마시고 옆구리에 물을 흔들어 보니 아직 가득하다. 비가 와서인지 아직까지는 물은 많이 먹히지 않는다. 반야봉삼거리 이정표가 반기지만 그곳은 갈수가 없다. 언젠가 다음에 꼭 다녀와야 할 봉우리로마음에 고이고이 남겨두고 삼도봉으로 향한다.

  삼도봉으로 가는 도중에 유난히 지져기는 새소리들이 요란스럽다. 그 지져김이 아침을 밝히는 소리였으리라, 후레쉬를 배낭에 넣는다. 운무에 가득쌓인 삼도봉에서 노고단을 조망해 보지만 안개가 가득하다. 김밥에 물 한 모금 추기고 화개재로 향한다.

  예전에 전라도와 경상도민들의 장터로 사용했다는 조금은 드넓은 화개재가 반긴다. 화개재를 뒤로하고 토끼봉을 거쳐 연하천 산장으로 내달린다. 지금은 내려갈 때의 기쁨이지만 600개단을 되돌아는 길이라고 생각하니 반갑지만은 않다. 연하천에 도착하자 등산객들 몇분이 분주하다. 얼른 사진 두 컷트를 부탁한다. 물 보충을 하고 쉴 여유없이 형제봉을 향해 부산히 떠난다.

  호랑이 시집가는 날을 이런 날을 두고 하는 말인지 맑다가 게다가 비가 오다가 정신없는 날이다. 미끄러지고 엉덩방아를 몇 차래 찧지만, 아픈 손과 발을 훌훌 털고 일어나서 가는 길 밖에 없지 않은가. 수 차래의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내리막 한켠에서 형제봉이 반긴다. 날이 좋지 않아서 사진도 못 찍고 다시 바삐 발길을 벽소령으로 돌린다. 벽소령만 지나면 종주코스의 사분에 일지점을 넘어서게 된다.즉 등반의 절반 지점을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벽소령 산장이 이젠 지척이다. 지난번에 걸어본 바로는 30분이면 족하리라. 지리산 10경중에 하나가 벽소령 달밤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언젠가는 벽소령을 달을 품고 달과 별을 함께 노닐고 싶은 마음을 간절히 바라는 맘속에 앞에서 등산객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이곳이 벽소령이다.

  산장 우체통이 반긴다. 얼른 한커트를 하고 물도 보충하고 한숨 돌리기 위해 자리에 앉아본다. 지난번에처럼 또 묻는다 왜 반바지에 언동화에 또 가슴에 달고 다니는 것이 뭐냐고?. “성삼재에서 천왕봉 찍고 다시 성삼재로 갑니다. 가슴에 달고 다니는 것은 지난번 종주 때 시간을 참고를 하기위해서 가져온 것 이라고” 그리고 또 걸어야 한다. 선비샘을 향하여...

  조금씩 지쳐오지만 그래도 지난번 시간과 비교를 해보니 성삼재에서 벽소령까지는 12분정도 늦은 시간이다. 그것은 빗길로 많이 미끄러운 탓과 운동 부족으로 몸무게가 늘어난 데서 찾을 수 있으리라. 종주 코스 중 물맞이 좋다는 선비샘까지는 장거리 코스로 1시간여를 걸어야 한다. 구벽소령까지 가는 길이 평지라서 마라톤하는 기분으로 살포시 달려본다. 새들의 맑고 고운소리가 힘을 더해준다. 선비샘에 다다르니 등산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등산객들에게 얼른 사진 한 장을 찍고 세석산장으로 발걸음을 재촉 한다. 세석산장에 도착하니 한치앞이 안보인다. 안개에 휩쌓인 산장을 뒤로하고 촛대봉으로 무거운 발길을 돌린다. 발길이 갈수록 무겁다. 작년에는 촉탁이라고 하였건만 비가 와서 그런지 그렇게 무덥지는 않다. 땀은 비오듯 흐르지만...

  촛대봉을 지나 연하봉에 다다르니 10분정도 빠른 시간이다. 그것은 지난번에 한번 다녀본 길이라 경험 축척이이 작용한 듯 하다.

   장터목에 다다르자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식수장으로가서 양말을 벗고 촉탁을 하고 수건으로 무릎과 허벅지 종아리를 맛자시를 해본다. 양발 종아리에 쥐가 내린다...너무 쉬지 않고 걸은 탓일 것이다. 시간을 보니 지난번 보다 5분정도 빠른 시간이다.  갈 수 없음 포기해야 하는데 아픈 다리를 끌고 다시 오른다. 장터목 산장 바로 위에서부터 급경사다. 마지막 고비인데 쉽지 않다. 저 멀리서 살아서 백년 죽어서 백년 산다는 주목 군란지가 나를 반긴다. 늘 지리산에 오면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중 하나가 바로 이곳인데... 사진을 몇장 찍어두고 잠시 숨을 돌리고 천왕문을 오른다.

  이제 정상이 보인다. 많은 등산객들이 정상에서 서성거린다. 지난번에 보았던 정상에 글귀가 나를 반긴다. “智異山 天王峰 1915M”“한국인의 氣像 여기서 發源되다”라는 표지석에서 한커트씩 찍어본다. 새벽 3시 15분에 출발하여 정사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8분이다. 지난번 보다 5분정도 빠른 시간이다. 날파리 때가 너무 많이 달려든다 조금 아래로 내려와서 김밥 한줄을 마져 먹는다 정말 꿀맛이다. 삼도봉에서 아침에 김밥 한줄을 을 먹고 난후로 처음 밥인데 너무나 좋다. 이젠 절반이다. 돌아갈 것이 갑갑하지만 어찌하겠는가? 퍽퍽한 다리를 이끌고 걸어본다. 내려가는 길에 고사목지대에서 그리움을 담아본다.

   장터목 산장에서 물 보충을 하고 다시 하산을 시작하지만 종아리가 아파온다.  산에 오르는 등산객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서로 간에 고운 인사말로 피로를 잊는다. 힘이 들수록 왜 이렇게 힘든 산을 왜 혼자 올랐을까 그리고 왜 당일치기로 돌아가야 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지만 일단 계획한 것 여기서 포기하면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을 것인데 그 어느 것도 못한다는 생각이 엄습 해온다.

  하산길에 절반인 벽소령에 도착하니 16;41분이다. 이렇게 가면 21시 30분 경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발길을 재촉하여 연하천에 다다르니 18:11분이다. 얼른 양말을 벗고 하체를 씻고 맛사지를 한다. 하산길 최대에 난관 코스인 화개재 600계단을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길을 올라 삼도봉에 다다르면 2시간이면 족하다... 촉탁을 끝내고 하산길에 오르려는데 연하천 산장주인께서 절대로 갈수 없다고 말린다.

  어제 조난자가 발생하여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하였고 정 가려거든 ‘확인서“를 써달라고 한다. 무슨 확인서냐고 물으니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해도 좋다는 확인서란다. 그렇게라도 해서 가야하는지 아님 일박을 해야 하는지 아님 다른 하산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진다. 자고 가고 싶어도 입을 옷이 없고, 또한 과태료를 물고 목숨믈 담보로 가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나 때문에 고생할 것을 생각하니 결행하는 것을  포기하고 경남 함양으로 내려가는 음정 길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내려가는 것도 적지 않게 6.6키로 라니 빨리 가야 후레쉬를 안켜고 갈 수 있다고 해서 서두른다. 처음에는 이곳이 어느 지역인지 몰라 119로 전화를 해보니 항양군 마천이란 곳을 알았고 그곳에서 성삼제로 가는 방법을 찾다가 버스는 없고 택시를 대절한다. 음정마을에 도착하니 20:00이다. 걸어서 같다면 삼도봉을 지나서 반야봉 삼거리를 지나서 임걸령으로 향할 시간인데 너무나 아쉽다. 성삼재에 다다르니 20:40분경이다. 그곳으로 걸어서 와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만 가득하지만 맘대로 안되는 세상 어찌하겠는가. 차에 올라 운전을 하는데 멀미가 나온다. 차를 주차하고 속을 달래고 잠을 청한다. 얼마나 잤는지 시간이 22:30분이다. 감각이 없다 속도계를 보니 5-60키로다. 빨리 갈 필요도 없거니와 빨리 갈려고 해도 앞이 보이지 않아서 갈수도 없다. 체력이 고갈된 것이다.

  집에 도착하니 23시가 넘는다. 몸은 만신창이다. 두발에 물집이 생겼고 좌측 엄지발가락에 멍이 들었고 무엇보다도 짧은 마라톤 복을 입고 가서인지 양측 사타구니 부근에 많은 상처를 남겼다. 쓰라림이 말없이 몰려들고 걷는 것 조차 힘들지만 마음은 저넓은 세상으로 훨훨 날아온 느낌이다. 바로 이 쾌감 때문에 산에 오르는지 모르겠다...

  언젠가 또 맘이 동해서 홀연히 갈련지 모르겠지만 왕복 종주는 이것으로 마감하고 싶다.

지난번에 경험을 축척삼아 하산길 산행 시간도 체크를 하는 여유를 가져 보았고 정말 체력의 한계를 다시금 느껴 본다. 어느 누가 산에 오리시려거든 아래표가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 주요 구간별 산행 소요 시간(등산)

구 간(성삼재 ~ 천왕봉 방향)	실시간	소 요 시 간 (분)	누적별 시  간		지 난 번 소요시간 (분)	누적별 시  간	비   고
성삼재 ~ 노고단	03:15 ~ 03:55	41	41		29	29
노고단 ~  임걸령 샘터	03:55 ~ 04:48	53	1:34		49	1:18
임걸령샘터 ~ 반야봉삼거리	04:48 ~ 05:13	25	1:59		21	1:39
반야봉 삼거리 ~ 삼도봉	05:13 ~ 05:32	19	2:18		13	1:52
삼도봉 ~  화개재	05:32 ~ 05:44	12	2:30		18	2:10
화개재 ~ 토끼봉	05:44 ~ 06:10	26	2:56		24	2:34
토끼봉 ~  연하천산장	06:10 ~ 06:55	45	3:41		47	3:21
연하천산장 ~  형제봉	06:55 ~ 07:40	45	4:26		44	4:05
형제봉 ~ 벽소령산장	07:40 ~ 07:59	19	4:45		28	4:33
벽소령산장 ~  선비샘	07:59 ~ 08:45	46	5:31		57	5:30
선비샘 ~ 칠선봉	08:45 ~ 09:20	35	6:06		36	6:06
칠선봉 ~ 영신봉	09:20 ~ 09:57	37	6:43		37	6:43
영신봉 ~  세석산장	09:57 ~ 10:06	9	6:52		7	6:50
세석산장 ~ 촛대봉	10:06 ~ 10:25	19	7:11		24	7:14
촛대봉 ~ 연하봉	10:25 ~ 11:04	39	7:50		44	7:58
연하봉 ~ 장터목산장	11:04 ~ 11:16	12	8:02		11	8:09
장터목산장 ~ 천왕봉	11:16 ~ 12:08	48	8:50		48	8:57
계 (성삼재에서 천왕봉)			8:50			8:57

□ 주요 구간별 산행 소요 시간(하산)

구 간(천왕봉 ~ 성삼재 방향)	실시간	소 요 시 간 (분)	누적별 시  간		지 난 번 소요시간	누적별 시  간	비   고
천왕봉 ~ 장터목산장	12:20 ~ 12:55	35	35
장터목산장 ~ 연하봉	12:55 ~ 13:15	20	55
연하봉 ~ 촛대봉	13:15 ~ 14:01	46	1:41
촛대봉 ~ 세석산장	14:01 ~ 14:13	12	1:53
세석산장 ~ 영신봉	14:13 ~ 14:35	22	2:15
영신봉 ~ 칠선봉	14:35 ~ 15:16	41	2:56
칠선봉 ~ 선비샘	15:16 ~ 16:00	46	3:42
선비샘 ~ 벽소령산장	16:00 ~ 16:41	41	4:23
벽소령산장 ~ 형제봉	16:41 ~ 17:21	40	5:03
형제봉 ~ 연하천산장	17:21 ~ 18:11	50	5:53
연하천산장 ~ 음정	18:11 ~ 20:01	110	7:43
	~
계  천왕봉에서 음정			7:43

[물같이 바람같이~]

지리산 한번 갈려면 큰맘먹고 가야하니..... 좀처럼 가기가 싫어서 조만간 뱀사골 나무계단이나 밟고 올까 합니다.

[물같이 바람같이~]

지리산 한번 갈려면 큰맘먹고 가야하니..... 좀처럼 가기가 싫어서 조만간 뱀사골 나무계단이나 밟고 올까 합니다.

[임홍태]

늘 식지 않은 정열 대단하네요. 마음은 몇번을 갔다 왔는데. 꼭 한번은 다녀와야지

[안정진]

혼자 움직이기 어려운 코스가 아닌가 싶은데, 당일 코스로 다녀온것 대단합니다.

[황금(박준기)]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