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시장의 빌런들
저자 : 이완배
출판사 : 북트리거
발행일 : 2024년 5월 20일
이 책의 저자인 이완배 작가는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여 동아일보 사회부와 경제부에서 기자로 일하였고 네이버 금융서비스 팀장을 거쳐 2014년부터 민중의 소리에서 경제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게 될 시장의 빌런들 이라는 책을 발행하기 전에도 경제 관련된 책 여러권을 낸 만큼 경제에 관심이 많은 작가다.
시장의 빌런들이라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시장에서 도덕과 사회적 책임을 내팽개치고 사회에 온갖 해를 끼쳤던 세계 각국 빌런 행동을 해온 기업들의 모습을 정리해둔 책이다. 작가는 서문에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 제너럴 모터스(GM)의 악행을 통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 가족이 GM 산하 쉐보레의 1979년형 말리부 차량을 타고 추돌 사고가 나자마자 엔진이 폭발해 끔찍한 화상을 입게 되면서 문제가 알려진다. 하지만 GM은 차량 결함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지만 엔진 결함이 있는 차를 리콜하는 비용보다 사망자가 발생했을때 배상금을 물어 주는 것이 기업입장에서 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처럼 1970년대의 GM이 저질렀던 짓을 오늘날의 그대로 자동차 기업이 반복한다면 자동차 업계에서 영원히 퇴출 될 것이다. GM의 기업이윤만을 위한 행동이 소비자 혹은 기업의 물건을 제조하는 생산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현재 ESG경영이 어느때 보다 강조되는 이유같다.
이 책은 1부 파괴와 죽음을 생산하다, 2부 삶과 존엄을 훼손하다, 3부 세상을 속이고 뒤흔들다로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나눠져 있고 각각 카테고리의 챕터마다 빌런 행동을 한 기업의 실체가 담겨 있다. 읽었던 내용중 내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챕터를 소개하겠다.
누가 그 많은 아기를 죽였는가 - 네슬레
네슬레의 주력 식품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분유였다. 1970년대 미국의 경제가 흔들리자 여성 1,000명당 출생아 수가 80명 이하로 과거 베이붐시대에 비해 급격하게 폭락하였다. 네슬레는 이를 파훼할 방법으로 아프리카로 눈을 돌렸고 "유럽의 건강하고 통통한 아기들은 모두 모유 대신 분유를 먹는다"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무료 분유 샘플을 돌렸다. 안 그래도 가났했던 아프리카의 부모들은 네슬레가 나눠준 공짜 분유를 아기에게 먹였고 그때부터 비극이 시작되었다. 분유를 먹은 아기들이 설사와 구토 등 배앓이 증상을 보였다. 이는 분유는 젖병으로 먹인다. 따라서 위생을 위해 젖병을 소독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아프리카에는 젖병을 소독할 주방시설이 거의 없었다. 물도 끓이지 않고 마시는 형편에 젖병을 소독하기는 어려웠다. 더 큰 문제는 네슬레가 분유 무료판촉을 중단한 뒤부터 시작됐다. 엄마의 젖은 아이가 주기적으로 빨지 않으면 말라버린다. 즉 한번 모유수유를 중단하게 되면 젖이 말라서 모유 수유를 하기가 어렵다. 네슬레가 분유 샘플을 뿌린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이였다. 한번 분유를 입에 댄 아기는 분유를 끊을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슬프게도 대부분의 아프리카 부모들은 분유값을 지급할 능력이 되지 않았고 더이상의 모유 수유는 불가한 상황이라 많은 아이들이 영양실조로 죽어나가게 되었다.
이러한 네슬라의 악행이 알려지자 미국 유럽 등 뜻있는 사람들이 네슬레를 규탄하기 시작하였고 분유를 먹일 처지가 아닌 아프리카 대륙에 무료 샘플을 풀어 이런 비극을 초래한 악덕 경영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였다. 네슬레의 만행에 저항하는 시민운동은 다른 국가로 번져나갔고 소비자들은 분유 뿐만 아니라 네슬레의 모든 제품을 불매하기 시작하여 공룡기업 네슬레는 결국 1984년 더는 빈곤국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였다.
총 서평
기업은 이윤을 위해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어린 노동자를 사용하거나 일의 효율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아이들 맨몸에다가 살충제와 제초제를 바르고 고된 노동현장에 내몰며 반인륜적인 만행을 저지르곤 한다. 공룡기업 같이 시가총액이 높은 기업이나 법과 불법사이를 줄타기하는 기업을 단순히 법과 규제만으로 막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전 세계의 이권을 쥐고 흔드는 거대한 공룡기업들에 맞설 수 있다는 것은 결국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 즉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평소에 기업에서 판매하는 물건의 맛과 품질만을 평가해왔던 내 자신을 뒤돌아보게 되었다.
앞서 소개한 네슬레를 제외하고도 우리가 자주 마시는 코카콜라의 엄청난 페트병 배출량으로 나무나 종이처럼 소각이 어려운 플라스틱이 바다 위로 올라가게 되는데 이때 'Great Pacific Garbage Patch'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가 생기게 되면서 환경문제가 나타나고 플라스틱이 파도로 인해 미세 플라스틱되고 이 미세 플라스틱이 물고기가 식량인 줄 알고 먹게 됨으로 GPGP 근처에서 포획된 해산물 뿐만 아니라 점차 해산물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게 된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폭발의 원인이 쓰나미로 인한 냉각수 고장으로 발생한 사건이 아닌 도쿄전력이 바닷물을 부었으면 해결할 수 있었지만 기계 손상을 우려하여 넘어간 것이 큰 문제가 된 것처럼 세계 각 기업의 뒷 배경을 낱낱이 파헤쳐준다.
경제를 공부하다 보면 주로 숫자와 그래프를 접하게 되어 경제에 대한 거부감이 들 수 있는데 이 책을 통해 세계적인 기업들이 해온 빌런 행동에 대해 알게 되면서 기업에 대해 비판적인 사고를 갖게 된다. 이러한 비판적인 사고를 갖고 경제를 접하면 경제학에 대해 흥미를 갖게되는 책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