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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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19 06:57
35집 원고
돌샘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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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 35호 원고
화창한 봄 어느 날
당신을 본 순간
내 가슴 한 가운데
백합꽃 한 송이가 피었습니다
하얀 꽃잎에서
당신 가슴 속에 담겨있는
순결을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긴 꽃술은
당신의 공단 같은 머리카락,
정결(淨潔)과 은은한 향기를 풍깁니다
동그란 꽃술은 당신의 눈으로
그 속에 샛별이 떠오릅니다
그 별은 내 가슴을 뚫었습니다
나는 당신의 눈 속에 멈춰 선 채
망부석이 됩니다.
가을의 첨병(尖兵)
툭 치면 쨍하고 금이 갈 듯
끝없이 푸른 하늘 높게 열려
돋는 햇살 안고 풀잎 꿰고 대롱대롱
은방울, 마시고 싶은 청랑(淸朗)
들 건너 산속으로 열린 코스모스 꽃길,
임의 손짓, 그 속으로 달려가면,
저만치 달아나는 길, 산모롱이에서,
따라오라고 손짓한다
외로운 산길에서 풀벌레의 구슬픈 가락
깊어가는 가을을 재촉하는데,
밤송이도 토실토실 살쪄서 입 벌리고,
다랑논에 노랗게 익은 벼 이삭은 끄덕끄덕
추석맞이 준비하라 외친다
먼 곳이 잘 보여
젊을 때는 친구들
팔불출이라 하는 것
두려워서
등잔 밑은 어둡고,
먼 곶만 잘 보였다
산수(傘壽)가 지나니
인간말짜 되었는지
이제야 가까운 곳도
잘 보이나 때늦은 반성
남의 밥 콩이 크더니
내 밥 콩 더 커 보인다
이제야 철들어서
사람 구실할런지
팔불출 좋은 줄 깨닫자,
삶의 끝자락도 보인다
있을 때 잘하란 말,
귀 밖으로만 들리더니
그 말도 지금은
가슴 깊이깊이 박힌다
연산폭포
보경사 돌아들면
용트림 토하는 물
열두 폭 솟구쳐서
물소리 천둥 같아
쏟는 물 소나기가 되어
삶의 열기 식힌다
폭포 골 지나갈 땐
산 울리는 물소리
쏟아지는 열두 폭에
하얀 구슬 떠오른다
저 구슬 염주로 꿰어
백팔 번뇌 씻으리
쁘띠프랑스 마을
청평호를 남쪽으로 바라보는 달동네,
프랑스 정원사가 꾸민 쁘띠 마을
정원과 풀밭이 어우러진 자연을 최대로
살려 꾸진 풍광 속에 서 있다
프랑스 소녀의 큰 눈 같은 춘차국, 패랭이꽃
죽잔디, 바위솔 부채손 이끼, 개망초 그령
강아지풀, 쥐꼬리새 잡초와 지의류, 꽃이
조화 이뤄 흐르는 자연미와 은은한 향기······,
짜 맞추고 다듬어서 만들어놓은 우리 정원
곧 싫증나는 미인, 자연 배경과 조화롭게
꾸민 프랑스풍 정원, 볼수록 은은하고
깊은 맛 나는 별당 미인
얼핏 보기에는 엉성, 단순, 거친 짜임새에
조화(調和)가 깊이 숨어있어 이해 못 한 나
볼수록 끌리는 매력, 그윽한 아름다움 속에서
풍겨오는 향기 가득
무질서 속에 질서정연하고, 질서 속에
혼돈과 방종이 공존하고 있는 정원,
전망대에 올라 다시 보니, 산과 구름,
푸른 하늘 함께 담아서 깊고 그윽한
조화미가 볼수록 새롭다
각이 져 뾰쪽한 집들 겉치레도 볼품없고
내부도 좁지만, 있을 것 다 있고, 편리한
최고급 펜션, 여름휴가 중 나의 생일선물,
멍청한 나는 생일도 잊고 몰랐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