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 소감문_박은희
싱그러운 초여름을 맞이해, 우리 학교에서는 PET를 다녀왔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아침잠에서 깨어났다. 출발하기 전, 코로나 때문에 단체로 이동을 못하기에 서너 명으로 이루어진 팀을 만들었다. 첫째 날의 첫 번째 일정은 전쟁 기념관을 가는 거였다.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전쟁 기념관으로 향했다. 날씨가 맑은 날이었다. 여름 풀냄새는 걸음을 재촉했다. 입구 앞에 놓여진 무기를 들고 맞서 싸우는 듯한 거대한 조형물을 보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체온을 측정하고, 명부를 작성했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이제는 어딜가나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어버렸다.
그곳에서는 신석기 시대부터 6.25 한국 전쟁까지,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학도병이 어머니께 쓴 편지였다. 적을 죽여야만 하고, 자신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그 현실을 두려워하는 어린 소년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져 마음이 아팠다. 학도병은 안녕이라고 말하면 정말 끝을 말하는 것 같아 쓰던 편지도 제대로 끝맺지 못하고, 나중에 또 쓰겠다는 그 마무리가 왜 그렇게 슬펐는지 모르겠다. 전쟁에 참가해야만 했던 그 심정이 얼마나 비통했을지 감히 헤아릴 수 없다. 대한민국을 지키려 애쓰신 모든 분들의 노고를 기억할 것이다.
차가운 공기가 나를 감싸던 기념관 내부와는 다르게 바깥에서 따뜻한 햇살이 나를 반겨주었다. 가다가 종종 보이던 예쁘게 핀 꽃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카메라 속에 담긴 그 꽃은 영원히 시들지 않을 것이다.
둘째 날은 천정궁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기에, ‘그곳은 어떤 모습일까?’ 기대가 되었다. 청평에 다다르니, 짙은 안개가 파랬던 하늘을 감추었다.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 많은 곳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늘과 더 가까워지는 그곳에서는 발걸음을 천천히 움직였다. 천정궁을 안내해 주시는 가이드분께서 호박엿을 주셨다. 참부모님께서 자주 드셨던 것이라고 하셨다. 온 하늘을 하얗게 만들었던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하늘이 다시 파래졌다. 서늘한 공기에 얼어붙었던 나도 조금씩 녹아내렸다.
드디어 점심을 먹었다. 나는 낙삼새라고, 낙지와 삼겹살과 새우가 함께 볶아진 음식을 먹었다. 보통맛으로 시켰지만 약간의 매콤함이 느껴졌다. 그래도 아직도 기억에 날 만큼 맛있는 곳이었다. 그 식당 사장님이 우리와 같은 2세라고 들었다. 사장님의 친절한 모습에 반하여, 손님들이 자석처럼 끌려오는 것 같았다.
점심 식사를 마친 우리는 관세음보살이 머무르는 곳, 낙산사로 향했다. 차 안에서는 신나는 음악이 내 귓속을 파고들었다. 웃음꽃을 피우며 수다를 떠는 시간 동안에 벌써 도착해있었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반복하며 비탈진 산길을 걸었다. 다리가 아파질수록 더 힘차게 걸었다. 그렇게 계속 걷고, 걷다가 경포대 바다가 보이는 정자에 올라섰다. 올라오느라 힘들었던 건 다 잊고, 탁 트인 풍경만을 바라보았다. 마음이 뻥 뚫렸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꿈이 이루어지는 길 앞에 서서, 기도도 드렸다. 꼭 잡은 두 손안에는 진심 어린 간절함을 담고 있었다.
강릉의 유명한 바다인 경포대로 이동했다. 약 한 시간 정도 차로 달리고 나서야 도착했다. 오랜만에 바다를 보니, 날아갈 것만 같았다. 모래사장이 나를 잡아당기는 듯했지만 나는 기어코 파도 앞으로 달려갔다. 파도는 나에게로 왔다가 다시 되돌아갔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게 좋았다. 나는 한없이 넓은 바다를 보며, 평화를 느꼈다. 물결치는 파도를 담아내는 바다와 모래사장, 그리고 자유롭게 부는 바람까지 모두 평화로워 보였다. 고요하면서도 평온한 그 바다가 좋았다.
우리는 다시 하루 묵을 용평 리조트로 향했다. 창문을 열고 시원한 바람을 맞았다. 점점 어두워지는 바깥을 보니 약간의 아쉬움이 들었다. 그래도 하루를 알차게 잘 보낸 것 같아서 뿌듯했다.
낯선 밤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용평 리조트에 도착했다. 이제 숙소에 가서 쉴 생각을 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하루 종일 무거웠던 자동차의 몸도 이제는 한결 가벼워졌다. 용평 리조트는 생각보다 크고, 넓었다. 어느 호텔이나 그렇겠지만 잔잔하면서도 분위기가 밝았다. 짐을 풀자마자 야경을 보러 밖으로 향했다. 까만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이 콕콕 박혀있었다. 분수대가 있는 곳도 둘러보았다. 빛이 나는 성 모양의 건물도 있었다. 마치 다른 세계에 와있는 것처럼 신기했다. 나는 그날 밤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꿈 속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비몽사몽한 아침을 맞았다. 점점 무거워지는 몸을 일으켜서 겨우 정신을 차렸다. 조식 먹는 곳은 숙소와 거리가 꽤 있었다. 가는 동안 아침 공기를 들이마시며, 내뱉기를 반복했다. 아침에는 무엇이든 많이 먹지 못해서 조식도 조금 먹었다. 하룻밤 사이에 정들었던 방에게 짧은 인사를 건낸 뒤, 방에서 빠져나왔다.
케이블카를 타기 전, 발왕산을 소개하는 짧은 영상을 보았다. 주황빛으로 물든 가을의 발왕산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케이블카는 네다 서명이 함께 탈 수 있었고, 외관에 칠해진 색도 다양했다. 형형색색 알록달록한 케이블카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탑승을 한 뒤, 블루투스로 노래를 틀었다. 빵빵한 음악 소리가 나를 더 신나게 해주었다. 가만히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모든 것을 품은 듯했다. 그렇게 풍경을 구경하다 보니, 벌써 발왕산 입구에 도착해있었다.
산 입구서부터는 해설사분이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셨다. 듣지 않았으면 그냥 보고만 지나쳤을 것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확실히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차이가 있었다. 발왕산에는 부엉이 모형으로 장식되어 있던 것이 많았다. 산책로를 따라 걷기도 했고, 돌계단을 오르기도 했다. 숲속을 거닐고 있으니,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계속 가던 도중에 다람쥐 두 마리를 보았다. 빠르게 움직이던 작은 몸이 귀여워 보였다. 마지막 코스로 스카이워크에 올라갔다. 있는 힘껏 뛰면 구름이 잡힐 것만 같았다.
대한민국의 알프스 산맥, 대관령 하늘 목장에 다다랐다. 나는 신나는 마음에 차에서 내리자마자 내달렸다. 저 멀리서 양떼 목장이 보였다. 드넓은 언덕 위에 구름과 구름이 모여 있는 것 같았다. 눈이 환해지도록 푸르른 세상이었다. 목장 안에 들어가 양들에게 건초를 주는 사람들이 여럿 보였다. 나도 종이팩에 담긴 건초를 받아들고, 발걸음을 천천히 내디뎠다. 건초를 들고 서있는 나에게 하나 둘 양들이 모여들었다. 한편으로는 겁이 났지만 또 기분은 좋았다. 나는 얼른 건초를 손에 쥐고, 양들의 입에 갖다 대었다. 잘 먹어줘서 뿌듯한 마음으로 계속 주다 보니, 어느새 종이팩의 바닥이 보였다.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양들을 쓰다듬었다.
하늘 목장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비를 맞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우리는 운이 좋았다. pet 동안에는 항상 날씨가 좋았는데, 하늘이 도우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세차게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늦은 점심 식사를 하러 이동했다. 마지막 식사는 순두부찌개였다. 비가 내리는 날 먹는 순두부찌개는 맛이 일품이었다. 배부르게 먹고 나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배를 어루만졌다. 이제 모든 일정이 끝났다고 생각하니, 안도감이 들었다.
길고 길었던 3일간의 pet 여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멀리 나가지 못했었는데, 다양한 곳을 다녀올 수 있어서 감사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 파도치는 바다, 덕수궁 구석구석에 피어있던 꽃들과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이름 모를 사람들까지 모두 사랑해야 평화가 찾아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도 그랬으면 좋겠다. 걱정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다녀온 pet 여행은 내 추억 한구석에 자리 잡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언제나 떠오를 수 있도록 2021년 6월의 여름날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