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학수고대하던 사윗감 (어머니의성화) 서 또다른 제목 서실
회사에서 정기적으로 부산으로 출장명령이 날 때마다 박수봉은 고속버스를 탈 때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KTX를 타기로 하였다. 당일 오후 3시까지는 가야되기 때문에 조반을 서둘러 먹고 나서 서울역에 도착하여 표를 사고 보니 9시 5분에 출발하는 차였다. 언제나처럼 서울역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는데 출발하는 차에 올라 좌석을 찾아 앉으니 창가의 좌석이었다. 안으로 들어 안고 나서 커튼을 저치고 바깥을 내다보니 신록이 우거진 역 주변은 벚꽃이 한창 만발하였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날씨가 추운 편이어서 꽃이 피다가 도로 오그라들지 않을까 하였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으니 꽃이라는 게 저 혼자서 피고 싶어서 피는 것이 아니고 계절의 변화에 따라 꽃이 피어야할 때가 되면 자연스레 꽃은 피게 되어 있는 것이다.
벚꽃 하면 이른 봄에 매화와 더불어 일찍 피어 사람들의 겨우내 찌들었던 마음을 말끔하게 펴줄 정도로 희열을 안겨 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꽃구경을 나설 것이다.
차 시간을 보니 곧 출발시간인데 그의 옆자리는 아직 빈자리로 있어서 눈을 감고 출발을 기다리는데 실례합니더”하기에 눈을 뜨고 상대방을 쳐다보니 웬 어여쁜 아가씨였다.
앳된 20대로 보이는 아가씨의 얼굴은 예쁜 편이고 그가 걸친 옷은 분홍색깔의 원피스로 군데군데 화사한 꽃무늬가 박혀있어 주위가 금방 분홍색깔로 물 드려지는 기분이었다,
‘ 옷 색깔이 주위를 환하게 하는구나.’박수봉은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마다 가만히 입을 다물고 가는 것이 아니라 옆에 앉은 사람에게 수다를 떤다고 할까 아무튼 대화를 시도할 때가 많았으니 장거리를 가는데 옆 사람과 한마디도 하지 않고 간다는 것이 그로서는 고역 중에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처음으로 낯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튼다는 것은 상대방에 따라서 다 다를 수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그가 말을 걸게 되면 처음에는 조금은 낯설어하지만 한참 이야기하다 보면 대부분은 오히려 그런 기회를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보다도 더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도 있었다.
박수봉은 기왕지사 멀리 떠나가는 참에 상대방에게 말을 걸까 말까 하고 있는데 뜻밖에도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 어디까지 가시지 예.”
“ 아. 네. 부산까지 출장을 갑니다.”
“ 그래 예. 지도 부산까지 갑니더.”
“ 혹. 부산엔 아는 분이 계신가요.”
“ 호호. 예. 지는 부산 사람입니더.”
말을 트다 보니 수봉이 제일 매력을 느끼고 있는 말이 부산 말씨인데 그곳 분을 만나서 함께 가게 되다니 오늘은 참 운이 좋은 날이란 생각을 하였다.
박수봉은 사실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앞뒤 보지 않고 열심히 공부만 하였으니 대학 졸업 후에 바로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직장을 빨리 구하고자 한 것은 어머니의 평소 소원이 아들이 직장을 다니게 되면 곧바로 장가를 들이고자 하시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몇 년전까지만 해도 아버지가 직장을 다니시면서 매달 일정한 월급을 타다 드리면 그것으로 살림만 하시던 전업주부셨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결혼 후에 아들 수봉이 하나를 낳으시고 오로지 아들을 잘 기르시어 초등학교 졸업 후에 중학교 진학을 시키셨다.
그런데 어느 날 학부형 회의를 소집한다고 하여 모처럼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시던 중에 건널목에서 길을 막 건너는 찬라에 웬 오토바이가 나타나 어머니를 치고 달아나는 바람에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정신을 잃었는데 다행히도 어떤 분이 병원으로 모셔서 생명에는
이상이 없으나 골반이 골절되어 두달 동안이나 입원하셨다가 겨우 퇴원을 하셨는데 그후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없게 되어 방안에서만 겨우 생활하시었다.
수술 후에 어머니의 건강이 회복되시기까지에는 3년여가 걸렸는데 그 긴 동안에 아버지는 어머니 병간호와 직장에 다니시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다.
어머니가 정상적인 생활을 겨우 하실 무렵부터 건강하시던 아버지가 입맛이 없다면서 진지를 잘 잡수시지를 않았다.
그러자 어머니는 아무래도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 같으니 병원엘 가보자고 하여 진찰을 받은 결과 전혀 예상치도 않은 폐암 3기라는 진단을 받으셨다.
어머니는 그 소리를 들으시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으니 그런 병에 걸리시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사실 아버지는 경찰서의 경비업무를 맡으신 베테랑 경감으로 활약하시고 앞으로 1년만 지나게 되면 정년퇴직을 맞으시게 되었는데 그동안을 참지 못하시고 병이 나셨으니 아버지 또한실망이 크셨다,
아버지는 바로 명예퇴직을 하시고 병원에 입원하셨지만 입원하신 보람도 없이 석달 만에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결혼 초에 아버지와 결혼하신 것을 자랑으로 여겼으며 멋진 신혼을 보낼 줄 알았는데 가만히 남편의 직장에 관해서 알아보니 경찰이란 직장은 어머니가 생각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항상 바쁘고 일요일도 없이 잠복근무할 때가 많았다.
다른 직장인들을 보게 되면 토요일이면 계절 따라 동해안 바닷가로 놀러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설악산으로 등산을 간다고 하는데 아버지는 그런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오로지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면 당직을 서지 않으면 범인 은신처를 맴돌며 근무하였으니 어머니는 나중에는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실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어머니의 삶은 나라에 충성을 다하는 아버지로 인해 자신의 포부를 한번도 펴보시지도 못하시고 살아오신 일생이었다,
그렇게 사시는 중에 남편마저 일찍 생을 놓으시니 어머니는 어느 날 갑자기 낭떠러지 위에 서 있는 가련한 신세가 된 것이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수익이라고는 연금이 좀 있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살림에 필요한 비용이 모자라 건강이 좋지 않음에도 아르바이트의 일감이 있으면 어디든지 찾아가서 일하셨는데 어느 날 청소업체에 나가서 대형건물의 층계 청소를 하시다가 미끌어지는 바람에 허리를 삐셔서 한달 동안이나 입원하셨다가 퇴원하셨다.
수봉이는 어머니가 퇴원하시자 어머니에게 집안일은 아들이 할 것이니 어머니는 절대로 일을 하시지 말라고 단단히 말씀을 드렸다.
사실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수봉이야 말로 지금까지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을 먹고 살았기에
밥을 해본 적도 없고 김치가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살림살이라는 것은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나 수봉이는 어렸을 때부터 총명하여 어머니가 밥이고 김치를 하실 때 어깨 너머로 익힌 바가 있어서 본대로 살림을 꾸려나갈 수가 있었다.
그날도 억지로 밥과 국을 끓여서 어머니 밥상을 차려드리자 어머니는 눈을 휘동그랗게 뜨시고는 네가 다 만들었단 말이지 하며 좋아하시었다.
“ 엄마 아들이 밥을 해서 받치는 게 그렇게 좋으셔요. ”
“ 좋고 말고지 네가 밥상을 차려온 게 그렇게도 대견스럽구나.”
“ 어머니 앞으로도 계속해서 제가 진지를 해 올릴 것이니까 어머니는 맛있게 잡수시기만 하면 되셔요.“
”그래. 고맙다. 그리고 엄마가 늘 이야기하였지만 학교 졸업 후에는 어서 취직을 해야 하고 그 다음에는 예쁜 색시를 데려와야 한다. 알았지.“
” 엄마 이제 1년만 있으면 학교 졸업을 하게 되니 걱정하시지 마셔요.“
” 음 그렇지. 지금 네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부기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곳이라고 하였지.“
엄마의 예상대로 수봉이는 학교 졸업을 수석으로 한 덕분에 서울 서대문 은행에 취직이 되고 6개월 만에 부산 저축은행으로 출장을 가는 길이다.
” 부산이 집이라면서요. 학교는 몇 학년이시지요.“
” 예. 학교를 다니냐고 물으셨지 예.“
:” 예. 그랬는데요.“
” 제가 예. 이래 봬도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부산에 있는 무역회사에 다니는데 예.“
”아! 그러시군요. 내가 보기엔 너무 앳돼서 학생으로 보았는데 그렇다면 너무 실례를 했네요. 어쩌지요“
” 어쩌긴 예. 사과를 하셔야지 예. 호호.“
이날 두 사람은 초면임에도 구면인 것 이상으로 이야기하다가 웃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살
아가는 이야기하다가 서로의 집안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아가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의 어머니는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를 제대로 쓰지를 못한 상태에서 네 살때에 고아원에 버려져진 것을 원장님이 기르셨는데 이름은 윤수정이라고하였다.
그녀의 출생 비밀은 대문 앞에 버려질 때에 아기엄마가 학생의 몸으로 도저히 아기를 기를 수가 없어서 생년월일만 적은 쪽지를 남겨두고 살아졌다고 하였다.
윤수정은 몸이 불편하여 다른 아이들의 눈총을 받으면서 자랐는데 머리는 총명한 편으로 학교 성적은 우수한 편이었다.
초등학교를 졸하고 중학교 진학할때에는 성재성 남학생과 윤수정 심미자 세 사람이었다.
그때 고아원에는 작은 아이들 30명이 자랐는데 성진성이 반장 역할을 심미자가 부반장이 되어 아이들을 관리하고 식사 시간에는 순서대로 밥을 먹도록 하였다.
윤수정은 몸이 불편하여 성진성이 밥과 국을 일일이 날라다 주었는데 심미자는 왜 걔를 특별하게 대하느냐고 하였지만 성진성은 거기에 대해서 일체 말을 하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매주 월요일이면 애국조회를 하였는데 한번은 교장선생님이 시 주최 글짓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수정이에게 상장을 주시었다. 교장선생님은 특히 수정이가 몸이 불편함에도 꾸준히 노력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면서 앞으로 많은 어린이들이 수정이처럼 노력하여 상장을 많이 받아오라고 하시었다,
그 후 수정이는 갖은 고생을 다하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였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각 자가 자립을 하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수정이는 여러 가지를 생각한 끝에 빵굽는 기술자격증을 따기 위해 소정의 교육을 받고 나서 그 어려운 자격증을 땄다.
반면에 질투심이 강한 심미자는 당분간 원장님의 배려로 고아원에서 식당 조리원으로 일을하게 되었다.
고아원의 원장님은 우선 세명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1년간의 전셋집을 얻어 주셨다,
그런데 장성한 남녀가 한집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불편하였지만 우선 숙식을 해결할 수가 있기에 참고 지날 수밖에 없었지만 한달 가량을 지났을 때에 성진성은 군에 자원입대를 청하여 보름 후에 입대하게 되었다,
군에 입대하게 된 성진성은 심미자가 없는 틈을 타서 술을 먹고 집으로 들어와서는 수정에게 말을 하였다,
”수정아. 나 오늘 술을 좀 마셨는데 보름 후에 군에 입대하게 되어 마음이 울적하기도 하지만 군에 가기 전에 너에게 꼭 할 말이 있어서 맨얼굴로는 말이 나오지를 않아서 술을 좀 마셨으니 용서해라. 솔직히 말을 하면 나는 그동안 너를 짝사랑을 하고 있었어. 진작 말을 하고 싶었지만 너를 보게 되면 가슴만 뛰고 말이 나오지를 않았는데 군에 가게 되니 용기를 내어서 말을 하는 거야. 나는 훈련을 마치고 바로 월남으로 파병을 나가게 되면 전투를 하다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심중에 있던 말을 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억을해. 난 사실 군에 가기 전에 너를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 소원이었어. 일방적으로 내 말만 해서 미안해.“
성진성은 그말을 한 다음에 수정에게 손을 내밀었다.
수정이야말로 몸이 불편함에도 그동안 성진성이 여러모로 배려해 준 것을 모르지 않고 있었다,
성진성은 심미자가 수정이에 대해서 좋지 않은 말을 해도 들은 체도 하지 않은 채 수정이가 어려워하는 일을 도와주려고 애를 썼다,
고아원에서 한번은 가까운 산으로 봄소풍을 갔을 때에 원아들이 다 갔지만 수정이는 몸이 불편해서 고아원을 지키고 있었다,
그날 성진성은 고아원에서 각자에게 나누어준 과자와 빵을 혼자 먹지 않고 가방에다가 남겨 가지고 와서는 미자가 보지 않을 때에 수정에게 소풍선물이라며 준 적이 있었다, 이날 수정이는 생전 처음으로 선물을 받은 것이 얼마나 좋은지 그날 저녁은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수정이도 그 후 무엇인가 성진성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지만 줄 것이 마땅치를 않았는데 언젠가 교회 목사님이 고아원을 방문하셨을 때에 작은 십자가로 된 나무인형을 주신 생각이 나서 그것을 성진성에게 주었더니 그렇게 좋아하여 수정이도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수정이도 마음속으로는 성진성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막상 군대를 간다고 하니 마음속에 잠자고 있던 묘한 감정이 수정이를 들뜨게 하였다,
수정이야말로 몸이 불편하다 보니 누가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배려해주면 그것이 마음속 깊이 각인되어 좋은 감정으로 쌓이는 것이었다,
수정은 성진성의 그동안의 여러 행동을 유심히 살피다가 어떤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렇게 믿고 있던 성진성이 상상도 하지 않은 월남으로 그것도 전투요원으로 차출되어 떠난다면 앞으로 영영 만나지도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어느결에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어리고 있었다,
수정이가 성진성의 얼굴을 잠시 보다가 손으로 그의 손을 만지자 성진성은 기다렸다는 듯이 수정이를 힘껏 끌어안았다.
“ 숨 막혀요,”
어찌보면 성진성은 처음부터 수정이를 마음에 색이고 있었으며 군에 입대하게 되자 급하게 서둘러 사랑을 고백하고 월남에서 살아 돌아오게 되면 결혼하기로 언약까지 하였다.
그러지 않아도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는 모르나 심미자는 그다음 날 성진성에게 할 말이 있으니 밖으로 나가자고 하여 성진성은 무슨 핑계를 댈 수가 없어서 그녀를 따라나섰는데 그녀는 짜장면집으로 들어가더니 어느 지점에서 방문을 열었다.
방안 식탁에는 술과 안주가 놓여 있었는데 심미자는 술잔에다가 술을 가득 부은 다음에 한 말은 성진성으로 하여금 깜짝 놀라게 하였다.
“오늘 이 잔을 장차 심미자의 낭군님 되실 분께 받치오니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부인될 사람의 정성을 다해서 술과 안주를 맛있게 드시기를 바랍니다.”
성진성은 이날 심미자의 빈틈없는 작전에 휘말리어 도저히 빠져나올 수가 없었으며 밤이 새도록 만리장성을 쌓듯이 물이 가득찬 펀한 논빼미에 모를 심는 농부처럼 모춤을 던지다가 나중에는 흙탕물속에 빠진 채 잠이 들고 말았다,
이날을 계기로 성진성은 두 여인과 인연을 맺게 되었으니 다시 생각을 해봐도 세 사람의 관계는 고아원에 들어오면서부터 끊을래야 끊을수 없는 사이가 된데다가 심미자는 수정이를 겉으로는 보통으로 지나면서도 속으로는 그녀를 원수로 대하였으니 그것은 성진성이 수정이를 더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수정이는 성진성이 군에 입대한 후에 살아갈 방도를 찾다가 빵공장에 취직하고자 사장님을 뵙고 취직을 부탁하자 그의 하소연을 듣고 나서 당분간은 어렵다고 하더니 뜻밖에도 일주일만에 빵공장에 보조역으로 일을 하라고 하였다.
빵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지 한달 만에 뜻밖에도 수정이에게는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으니
뱃속에 아기가 들어선 것을 알게 되었다.
처녀가 애를 가져 세상의 눈총을 받을 것이 두려워 수정이는 심미자와 같이 살던 집에서 떨어져 나와 빵 공장에서 제공한 작은 사택으로 이사를 하였다.
지금까지 수정이는 고아원 아버지의 배려로 전셋집에서 살다가 빵공장으로 이사를 하게 되
니 이제는 빵공장 사장님의 혜택을 받게 되어 더 열심히 일을 하겠다는 맹서를 하였다.
그런데 사장님은 수정이를 동정해 주셨으나 공장의 기술부장님은 수정이에게 혹독하고 궂으
레한 일은 다 시키는 것이어서 얼마나 힘이 드는지 몰랐다,
밤늦게 일이 끝나면 수정이는 우선 공장의 청소를 도맡아서 했고 새벽 일찍 일어나서는 공
장에 일찍 출근해서 기계가 가동할 수 있도록 전기불을 넣고 밀가루를 반죽하여 부장님이
출근하시면 바로 빵을 굽도록 했으니 불편한 몸으로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으나 그래도 이를
악물고 하다 보니 나중에는 이력과 요령이 생겨 점차적으로 일하는 것이 힘이 덜 들었다,
기술부장님은 지금까지 자기가 하던 밀가루 구입까지도 수정에게 맞겼는데 물건을 최상급으
사오라고 하였다.
수정이는 그 말에 따라서 최상급의 밀가루가 어떤 건지 몰라서 상점 사장님께 물어보자 사
장님은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좋은 밀가루를 구입할 수가 있다고 하면서 자기가 시키는대로
만 하라고 하여 그렇게 구입을 해서 창고에 입고시키고 부장님께 보고하였다,
그러자 부장님은 대뜸 한다는 소리가 주인이 물건을 판 다음에 얼마를 주더냐면서 받은 돈
을 내놓으라고 하였다.
수정이는 부장님이 돈을 달라고 하여 그 뜻을 몰라서 잠자코 눈치만 보고 있자 손을 내밀면
서‘돈’하는 것이었다,
수정이는 그렇지만 저쪽 사장님에게서 아무것도 받은 것이 없다고 하자 부장님은 더 이상
그 얘기는 하지 않고 밥이나 먹으라고 하였다,
수정이는 한참 뒤에 식당에 가서 밥을 먹으면서 부장님을 다시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였
다. 그런 일이 있은 다음에 부장님은 다시는 돈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그런지 며칠 뒤에
수정이에게 집구경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하였다,
수정이는 그말을 듣고 나서 그 뜻을 몰라서 응답을 않자 부담갖지 말라고 하면서 저녁 10시
경에 갈테니 그런 줄이나 알라고 하였다.
수정이는 부장님이 예사로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요구를 위해 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
면서 나는 어떻게 해야지 하는 공포심을 갖게 되자 눈물만이 볼을 적시었다.
아! 이런 때는 엄마라도 계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부질없는 일이었
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 듯 밤 9시 반이 넘어 수정이는 하던 일을 정리하고 퇴근하였다.
수정이는 곧 부장님이 오시면 어떻게 하지 하면서 공장 밖으로 나오는데 수정이 앞을 가로
막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다름 아닌 심미자였다.
“ 아니. 너 미자가 아니냐. 네가 어찌 내가 여기 있는 것을 알고 왔냐.”
“ 나도 모르게 너 몸을 살짝 빼가지고 간 사람을 내가 못 찾을 줄 알았겠지만 나는 너의
거처를 벌써 알고 있었으며 언젠가 한 번 만나서 얘기하려고 하였어.”
수정이는 곧 부장님이 오실 텐데 심미자를 만났으니 어떻게 해야지 하면서 근심을 하자 미
자는 수정이의 근심스런 얼굴빛으로 보아 지금 무슨 걱정거리가 있는 것 같아서 무슨 일이
있는 것 아니냐면서 물었다.
수정이는 부장님이 오신다고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는데 정말 부장님
이 저만치 오고 계셨다,
수정이는 순간 미자에게 말을 해야겠어서 한쪽 벽을 향하여 미자를 끌고 간 뒤에 사실은 회
회사의 부장님이 처음으로 오신다는 뀌뜸을 해주면서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하자 미자는 예
고도 없이 찾아와서 미안하다 하고는 꽁지가 빠지게 내빼고 있었다,
수정이는 미자가 돌아가자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부장님은 몇 번이나 집에 와 본 사람처럼 쉽게 수정이가 서있는 앞으로 다가오더니 오
늘 내가 집을 방문한다고 해서 일찍 돌아와 있군 하셨다.
수정이는 방금 왔다면서 어서 방으로 들어가시자고 하자 부장님이 아랫목에 앉으시는데 방
이 너무 작아서 미안하였다.
부장님이 앉으시자 수정이는 윗목에 앉으면서 차는 무엇을 잡수시겠느냐고 묻자 부장님은
나 지금 술을 한잔 마셔서 목이 타는 것 같으니 냉수 한 잔만 주면 되지 하셨다.
수정이가 냉수 한 그릇을 얼른 떠다가 드리자 금방 껄떡껄떡 마시시더니 하는 이야기가 너
무 황당하여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분의 말인즉 자기는 5년 전에 상처하였으며 지금 아이 셋을 기르고 있는데 사는 것이 너
무 힘이 들어서 여자를 얻어 볼까 생각하던 중에 수정이 입사하게 되자 바로 이 여자를 아
내로 삼아야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부장님은 사실 인품도 좋으시고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완벽주의자로 수정이
처음으로 공장으로 입사하던 날 유심히 그녀를 살펴보다가 불편한 몸으로 일을 하는 것이
너무도 안쓰러워 보이던 중에 신랑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앞으로 그녀를 단단히 사귀
어 볼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지난 뒤에 자기의 의사전달을 하기 위하여 그날 수정이의 집을 방문하
였다.
막상 부장님이 수정이의 집을 와서 보니 너무 가난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여자를 사귀기에
앞서 어려운 형편부터 해결해 주는 것이 급선무 같았다,
그 후부터 부장님은 수정이의 살림살이를 도와주었으며 명절 때는 고기를 사서 보내주었다.
그런지 얼마 후에 미자가 수정이네 집으로 놀러 오겠다고 연락을 해왔다.
그러지 않아도 심미자가 얼마 전에 수정이를 찾아온 날 부장님으로 인해서 도로 돌아간 것
이 늘 마음에 걸렸었는데 이번에 온다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수정이는 지금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부장님에게 이제라도 신랑이 지금
월남에 가서 베트콩과 싸우고 있다는 말을 해야할 것 같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부장님으로 하여금 더 이상 수정이를 찾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침내 그 말을 들은 부장님은 한동안 담배만 수도 없이 피더니 신랑이 군에 있는 것을 미
처 생각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어려운 일이 있으면 기탄없이 말을 하면 도와주겠다고 하셨
다,
군에 입대한 성진성은 논산훈련소의 소정의 과정을 마치고 나서 바로 월남으로 출병하게
되었다.
성진성은 월남으로 파병하기 직전에 하루 동안의 외박을 얻어서 수정이를 찾았는데 수정이
는 그제야 성진성에게 뱃속에 아기가 생겼다고 말을 하자 성진성은 수정이의 얼굴을 매만지
면서 월남에 가서 전투중에 아기아빠가 되겠네 하면서 좋아하였다.
마침내 남편이 월남으로 떠나던 날 부산항구에는 수많은 파병 가족과 환송객들이 입추의 여
지 없이 항구를 가득 메운 가운데 환송식이 거행되었는데 박정희 대통령은 카랑카랑한 독특
한 목소리로 애국의 선봉에 나서는 장병들을 향하여 우리 함께 대한만국의 국위선양을 위해
헌신하자는 당부를 하시자 우뢰와 같은 박수 소리가 항구를 가득 메운 군중들의 환호속에
부산 부두가 들썩하며 하늘로 치솟는 기분이었다.
이날 수정이는 먼 발치에서 장병들이 올라탄 수송선을 향하여 한없이 손을 흔들었는데 그의
눈에서는 남편과의 작별의 눈물이 끝도 없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성진성은 부산을 떠난지 일주일 만에 퀴논 항구에 도착하는 즉시 맹호부대 수색대로 배치를
받았다,
국내에서 이야기를 듣던 바대로 당시에 공산 베트공들은 지하땅굴을 이용하여 아군 진지를
무차별적으로 기관단총과 박격포로 공격을 가하여 아군의 전사자가 속출하였다.
성진성은 수색대원으로 활약하면서 선임하사관 경험담을 똑똑히 기억하면서 전방의 숲과
과 턴널을 주시하며 공격의 고삐를 놓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새벽에 베트공 진지를 향하던 수색대가 출발하고 있을때에 난데없이 박격포
가 머리 위에서 터지는 바람에 아군전사자가 또 발생하였는데 거기에 성진성일병 또한 수정
이를 안고 귓속말로 살아서 돌아가게 되면 결혼할 것이라는 약속도 다 허공으로 날린 채 전
사를 하였으니 아!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남편을 기다리는 수정아. 네 팔자가 여기까
지라니 누가 그 말을 믿을 손가. 남편의 영원한 사랑을 믿으며 여덟 달 후에는 새아기가 탄
생할 텐데. 아기 엄마가 불쌍하고 아기의 손 한번 잡아보지도 못한 아기 아빠가 참으로 가
엾기만 하구나!
후일 성진성의 전사통지서가 수정이에게 전달되자 수정이는 남편의 죽음을 너무도 슬퍼하여
이웃까지 이 소문이 알려졌다.
그때 수정의 몸에서 출생한 아이가 어느새 이만큼 자라게 되었다
어느새 부산진역에 기차가 도착하자 수봉이는 이 아가씨와 오래도록 친해지고 싶었다,
그러자니 무슨 핑계를 대야 하는데 얼른 생각이 나지를 않아서 그의 집이 어디인지 물었다
그러자 아가씨는 그러지 않아도 우리 집엘 모시고 갈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여 수봉
이는 깜짝 놀랐다.
그렇지만 아가씨는 태연스럽게 말을 건너는 것이었으니 자기는 지금 무거운 가방을 들고 집
으로 가야 하는데 엄두가 나지를 않는 판에 오빠를 만나게 되어 염체불구하고 부탁을 하려
던 참이라고 하였다.
수봉이는 그말을 들으면서 간밤에 무슨 좋은 꿈이라도 꾸었던가를 생각해 보았지만 뚜렷한
징후는 없었다.
“ 혹 집엘 함께 갔다가 남편분한테 쫓겨나는 것은 아니예요.”
“호호, 우리집엔 남정네라고는 눈을 씻고 보아도 없니더. 걱정하시지 않아도 돼 예.”
속담에 호박덩굴이 덩굴 채로 구른다는 말이 있지만 수봉이야말로 오늘의 운세가 이리도
좋을 수가 있을까.
마침내 기차가 부산진역에 도착하자 아가씨는 수봉이를 맨 끝으로 끌고 가더니 커다란 가
방을 가리키며 저 가방이라고 하였다.
수봉이가 가방을 들어보니 그 무게가 똥지게였다.
“ 이 가방을 운반하게 되면 운임을 단단히 내시겠지요.”
“ 호호. 오늘은 예. 운세가 이상하게도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은 날인데 예,”
“ 어디서 누구를 만나신 건가요,”
“ 그건 아니고 예. 집에 가서 자세히 말씀드릴게 예.”
수봉이는 무거운 가방을 택시에 실어주자 “오빠도 어서 타셔요“ 하여 그냥 올라탔다.
택시는 한참을 달리더니 서면의 골목들을 지나 이층집 상점 앞 큰 길옆에 섰다.
택시에 실린 가방을 짐칸에서 꺼내어 수봉이가 들자 아가씨는 쪽대문을 밀치고 집안으로
들어가서는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하였다.
마당은 넓지는 않았으나 다섯 간들이 기역자집으로 대청마루를 사이에 두고 안방과 사랑방
으로 갈라져 있었다.
앞마당에는 화분들이 삥 둘러서 있었는데 빨갛고 노란 분꽃들이 집안을 환하게 하였다.
아가씨는 엄마하고 소리를 지르자 안방 문이 열리면서 50대쯤 나이 들어보이는 분이 이제
오냐 하다가 수봉이가 뒤따라온 것을 보고는 다소 의아한 표정을 지으셨다.
” 너무 늦게 왔죠 엄마.“
그리고는 수봉이를 보면서 엄마에게 소개를 하였다.
”엄마. 이 오빠를 기차에서 만났는데 가방이 무거워서 오빠더러 집까지 갔다 달라고 하였
지 예.“
그러자 엄마는 딸을 보시다가 수봉이를 보시고는 손짓으로 마루에 오르라고 하셨다.
”우리 아가 철을 몰라서 처음 보는 아저씨에게 누를 끼친 것 같네. 예“
수봉이는 그 말씀에 ”괜찮습니다.“라고 하였다.
그 순간 딸은 엄마의 귀에다 대고는 소곤소곤하였는데 수봉이는 그 뜻을 알 수가 없었다,
”엄마가 날마다 마음에 드는 신랑감이 있으면 데려오라고 하셨지 예. 그런데 오늘 운이
하늘에 닿았는지 글쎄 서울에서 출발할 때에 좌석에 앉고 보니 정말 엄마가 말씀하시던 바
와 같이 내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을 만나게 되어 무조건 모시고 왔어 예.“
그 말을 들으신 엄마는 금방 수봉이에게 눈길을 돌리시었다.
아침에 차를 타면서부터 오늘은 어떤 사람이 옆으로 앉게 되나 하고 궁금해 하였는데 수봉
이는 뜻밖에도 부산 아가씨와 동행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희햔한 인연이라고 생각되었다.
더구나 그는 전국의 말씨중에서 가장 듣기 좋아하던 말씨가 부산 말씨인데 오늘 그는 당자
를 만났으니 기분이 마냥 좋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어머니는 하루라도 빨리 장가를 가라고 독촉이신데 그렇다면 우선 이 부산 아가씨를
신부로 맞는다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수봉이는 그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아가씨의 엄마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드렸다.
”처음 뵙습니다. 따님이 가방이 무겁다고 하여 들어다 드린다는 것이 초면에 실례를 하게
되어 죄송스럽습니다.“
그러자 딸이 나서서 왜 그런 말씀을 하느냐면서 어서 마루로 올라가서 앉으라고 하였다.
그때 수봉이는 아가씨 어머니의 거동이 불편하신 것을 목격하였다.
아가씨는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한참 만에 찻잔을 차려가지고 마루로 올라와서는 찻상을 수
봉이 앞에 놓았다.
”오늘 모처럼 심부름을 시켜드려서 무어라 말씀을 드려야 할지 예.“
아가씨는 먼저 어머니에게 찻잔을 드린 다음에 수봉이에게도 찻잔을 주었다,
” 얘야. 오늘 모처럼 아주 귀하신 분이 오셨는데 어서 점심 접대를 해야되지 않니?
“ 어머니. 걱정하시지 마시소. 점심도 그렇지만 저녁까지도 대접하려고 하는데 예.”
“ 그러냐. 하루종일 적적하였는데 그렇다면 더 좋고 말구지,”
“ 엄마. 옛날부터 맛 사위가 처가댁엘 오게 되면 씨암탉을 잡아준다고 하였다는데 오늘 낯
선 사나이 한사람이 새를 잡으려고 쳐놓은 그물에 걸렸듯이 우리 집엘 왔으니 연습 삼아 그
렇게 한번 해볼까 예.”
“ 방금 뭐라캤나. 다시 한번 말해보거래이.”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오늘 이 아가씨를 만나는 것부터가 기적이라고 할 만치 신기하기만 한
데 아가씨는 그 순간 어머니에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한참동안이나 두 손을 마주 잡고 말
씀을 나누시다가 나중에는“하하”하고 웃으시자 순간 대청마루가 흔들하다가 내리앉듯이
웃음꽃이 활짝 피고 있었다,
수봉이 어머니는 아들을 만나실 때마다 언제 며느리를 보게 되느냐고 물으셨는데 정말 어머
니의 소원대로 이 부산 아가씨가 박수봉의 아내로 시집을 오게 된다면 그 이상의 바랄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김 두 수 ( 26. 3. 6. 8수정) 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