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완산팔경(完山八景)-속명승보 16 (2020. 12. 31)
-조수삼 한시에 대한 화운(和韻) 시조
제1경 기린토월(麒麟吐月, 기린봉에 솟는 달)-전주시 완산구 남노송동 기린봉
제2경 한벽청연(寒碧淸煙, 한벽당의 맑은 물안개)-전주시 완산구 교동 옥류동 아래 한벽당의 청아한 조망, 풍정
제3경 남고모종(南固暮鍾, 남고사의 저녁 종소리)-전주시 완산구 동서학동 남고산성
제4경 동포귀범(東浦歸帆, 동포에 돌아오는 돛단배)-완주군 용진면 신기리 마그네다리 부근
제5경 다가사후(多佳射侯, 다가산 천양정에서 활쏘기)-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 다가산 천양정
제6경 덕진채련(德眞採蓮, 덕진호에서 연밥 따기)-전주시 덕진구 덕진공원
제7경 비비락안(飛飛落雁, 비비정으로 내려앉는 기러기)-전주시 덕진구 전미동과 완주군 삼례읍 경계의 한내변 비비정
제8경 위봉폭포(威鳳瀑布, 위봉산에 드리운 폭포)-완주군 소양면 대흥리 폭포
개요; 전북 완산에 있는 승경지 8곳을 말한다. 지금 대부분 전주시에 소재하여 ‘전주팔경’(全州八景)이라 부르기도 한다. 한시는 호남에 머물던 조수삼(趙秀三)의 1835년도(74세경) 작품으로, 그의 문집 ‘추재집’ 3, 4권에서 발췌했다. 그는 제5경 ‘다가사후’를 전혀 다른 풍광인 ‘죽림야우’로 읊었고, 제1, 7, 8경은 시제(詩題)를 약간 달리 표현했다. 필자는 통용하는 시제를 따랐다. 많이 알려진 인물이 아니라서, 아래에 간기(簡記)한다. 그의 사후 172년 만에 필자가 최초로 정격 단시로 화운한다. 다소 풍경이 달라졌더라도, 그 당시의 운치를 감상할 겸 해서, 원작가의 시상(詩想)을 대부분 살려내 읊었다. 한시 자료는 필자의 지인 다음블로그 돌지둥(송석주)에서 인용 수정했다.
* 조수삼(趙秀三, 1762~1849); 조선후기의 위항시인(委巷詩人)이다. 본관은 한양(漢陽). 초명은 경유(景濰). 자는 지원(芝園)·자익(子翼), 호는 추재(秋齋)·경원(經畹)이다. 문장과 시작에 천재적 소질이 있어 여섯 차례나 중국을 왕래하면서 시명(詩名)을 떨쳤고, 중국어에 능했다. 글씨도 잘 썼다 한다.(위키백과)
서시
완산은 오랜 고을 명소도 많을 진저
추재(秋齋)가 읊은 풍광 후학이 화운하니
시풍(詩風)은 변했을망정 옛 정취는 그대로
제1경. 인봉토월(麟峯吐月)
-기린봉에 솟는 달
두 봉이 우뚝하니 구슬 달 토해내고
흰 물결 일렁이자 오동은 낙엽 지네
남쪽 내 돌다리 위는 풍류취객 얼큰해
1. 麟峯吐月(인봉토월)-기린봉에 솟는 달. 조수삼 작. 이하 같음.
麟峯雙䯻碧嵯峨(인봉쌍고벽추아) 기린봉의 두 봉우리 푸르고 높게 우뚝 솟고
秋月迢迢漾素波(추월초초양소파) 까마득한 가을 달에 흰 물결이 출렁이네
五木臺前黃葉盡(오목대전황엽진) 오목대 앞에는 노란 잎들이 모두 지고
南川橋上醉人多(남천교상취인다) 남쪽 내의 다리에는 취한 사람이 늘어나네
麟峯(인봉): 전주부 동쪽에 위치한 기린봉.
五木臺(오목대): 梧木臺(오목대)의 誤(오기)임. 이성계가 왜장 아지발도를 황산벌에서 토벌하고, 전주에 이르러 잔치를 했다는 곳.
南川橋(남천교): 전주천에 걸쳐 있는 다리.
제2경. 한벽청연(寒碧晴烟)
-한벽당의 맑은 물안개
하 맑은 옥류동(玉流洞)은 물안개 펴오르고
한벽당 난간에다 등을 기댄 푸른 시객(詩客)
지그시 건너편 보니 엷은 기운 자욱해
* 한벽당; 조선 건국에 큰 공을 세운 최담(崔霮)이 태종 4년(1404)에 별장으로 지은 건물이다. 1971년 12월 2일 전라북도의 유형문화재 제15호로 지정되었다. 승암산 기슭 절벽을 깎아 세운 이 누각 아래로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는데, 바위에 부딪쳐 흰 옥처럼 흩어지는 물이 시리도록 차다하여. 이 이름을 붙였다.(위키백과 발췌 수정)
2. 寒碧晴烟(한벽청연)-한벽당의 맑은 물안개
遠視迷離近卽空(원시미리근즉공) 멀리 보면 분명하지 않고 가까이 가니 쓸쓸하여
一川寒碧漾冥濛(일천한벽양명몽) 한벽당에는 내 하나가 흐리고 어둡게 넘쳐흐르네
隔村多少斜陽樹(격촌다수사양수) 많고 적은 건너 마을에 태양이 나무에 비스듬한데
只坐輕籠淺抹中(지좌경롱천말중) 다만 가벼이 머무르며 엷게 스치는 가운데 자욱하구나
迷離(미리): 분명하지 못한 모양.
寒碧(한벽): 寒碧堂[한벽당], 전북 전주시 완산구 교동에 있는 누정.
제3경. 남고모종(南固暮鐘)
-남고사의 저녁 종소리
봉우리 이은 산성 용(龍)인양 꿈틀대고
흰 구름 붉은 가람 산까치가 범종 치면
저녁 놀 가른 종소리 명치끝을 울리네
3. 南固暮鐘(남고모종)-남고사의 저녁 종소리
城郭鍾聲何處聞(성곽종성하처문) 성 둘레의 종소리 어느 곳에서 들릴까
上方斜日下方曛(상방사일하방훈) 위 방향의 해가 기우니 아래 방향은 어두워지네
回頭更欲尋初地(회두갱욕심초지) 머리 돌려 다시 비로소 땅을 찾고자 하나
惟見空山多白雲(유견공산다백운) 홀로 보는 공허한 산에는 흰 구름만 많구나
南固(남고): 남고산성, 전주 남쪽의 고덕산과 천경대, 만경대, 억경대로 이어진 봉우리를 연결하여 쌓은 산성. 이 산성의 안쪽에 남고사가 있다.
제4경. 동포귀범(東浦歸帆)
-동포에 돌아오는 돛단배
강마을 물고기가 미곡을 당하랴만
어귀에 갈마드는 돛단배 돌아오니
마그네 선창부두에 젓거리배 흥타령
* 마그네; ‘나그네’가 분명히 아니다. 마그네다리 부근의 옛날 “거울 같은 봉상, 봉실봉을 내다보며 고산천을 돌아 마그네 선창부두-(중략)-곡식배 등의 행렬이 만드는 산수화 같은 풍경”을 말한다. 지금은 배가 닿지 않는 전주팔경 중, 가장 많이 변화한 곳이라고 한다.
4. 東浦歸帆(동포귀범)-동포에 돌아오는 돛단배
江鄕魚米不論錢(강향어미불론전) 강마을의 물고기와 쌀은 돈으로 언급 할 수 없으니
巨口長腰日貿遷(거구장요일무천) 큰 어귀와 긴 기슭에 매일 갈마들어 떠나가네
試向南峯高處望(시향남봉고처망) 잠시 길 잡아 남쪽 봉우리를 높은 곳에서 바라보니
遠帆無數入靑天(원범무수입청천) 수도 없이 많은 돛단배가 푸른 하늘에 드는구나
東浦(동포): 東之浦(동지포), 東止浦(동지포), 만경강 東之山(동지산), 東止山(동지리)의 포구.
제5경. 다가사후(多佳射侯)
-다가산 천양정(穿楊亭)에서 활쏘기
한량이 활 당길 제 백설로 난 입하(立夏) 꽃
버들 꿴 꿩깃 화살 선율(旋律) 맞춰 떨어지니
기녀야 춤사위 말라 시주취흥(詩酒醉興) 어쩔레
* 5. 竹林夜雨(죽림야우)-대나무 숲에 비 내리는 밤
雨入竹中鳴達宵(우입죽중명달소) 비가 드는 대나무 속에 밤이 되니 새가 울고
竹聲相近雨聲遙(죽성상근우성요) 대나무 소리 서로 이끄니 빗소리는 멀어지네
伶人百隊人千口(영인백대인천구) 악공 광대 백여 무리와 천 사람들 입으로
口口爭吹綠玉簫(구구쟁취록옥소) 입마다 푸른 옥퉁소를 다투어 부네
竹林(죽림): 완주군 상관면 만덕산 아래의 대나무 숲.
伶人(영인): 樂工(악공)과 광대.
제6경. 덕진채련(德眞採蓮)
-덕진호에서 연밥 따기
연꽃 가(歌) 불러대며 상앗대 저어갈까
뜸부기 아련하고 젓대소리 은은한데
초저녁 달빛을 낀 채 붉은 보살 따누나
6. 德津採蓮(덕진채련)-덕진호에서 연밥 따기
蓮唱初高刺掉頻(연창초고자도빈) 연꽃 노래 비로소 뽐내며 삿대 자주 저어가니
水禽驚起綠粼粼(수금경기록린린) 물새들 놀라 일어나고 푸른 빛 물이 맑구나
畵舫漸入花深處(화방점입화심처) 그림배로 점점 들어가니 깊은 곳에는 꽃이 피고
一色紅粧不見人(일색홍장불견인) 모든 빛을 붉게 단장하니 사람도 보이지 않는구나
德津(덕진):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德津湖(덕진호)
제7경. 비비락안(飛飛落雁)
-비비정으로 내려앉는 기러기
반짝인 쪽빛 한내〔大川〕고깃배 오르는데
십리 벌 갈대숲엔 기러기 떼 내려앉아
비정(飛亭)에 정좌한 묵객 수묵화만 그리네
7. 飛亭落雁(비정낙안)-비비정으로 내려앉는 기러기
飛飛亭下雁飛秋(비비정하안비추) 비비정 아래로 가을 기러기 나는데
水碧沙明十里洲(수벽사명십리주) 푸른 강물 밝은 모래 물가는 십리로구나
北望京華何處是(북망경화하처시) 북쪽 바라보니 번화한 서울이 무릇 어느 곳인가
家書容易到南州(가서용이도남주) 집의 편지는 아주 쉬이 남쪽 고을에 이르네
飛亭(비정): 飛飛亭(비비정), 삼례를 지나는 만경강가에 있다. 비비정은 1573년(선조 6년)에 무인 최영길이 건립했다. 송시열의 飛飛亭記(비비정기)에 의하면 촉의 익덕 張飛(장비)의 信(신)과 勇[용], 송의 岳飛(악비)의 忠(충)과 孝(효)를 본 따 飛飛(비비)라고 했다.
제8경. 위봉폭포(威鳳瀑布)
-위봉산에 드리운 폭포
흰 비단 드리운 채 위봉(威峰)에 매달리다
노을빛 물이 들어 주단(綢緞)으로 변했으니
직녀가 단숨에 끊어 내 어깨에 걸쳐줘
8. 威鳳垂瀑(위봉수폭)-위봉산에 드리운 폭포
白練垂垂掛翠微(백련수수괘취미) 흰 명주같이 드리워 산 중턱에 매달려서
雨絲霞線染餘暉(우사연선염여휘) 가는 실처럼 떨어져 남은 노을빛에 물드네
何人直把幷刀去(하인직파병도거) 어느 사람이 바로 칼을 잡고 아우르려고 가서
斷下淸秋織女機(단하청추직녀기) 맑은 가을 직녀의 베틀에서 끊어 내렸을까
위봉산 동문 쪽에 있는 위봉폭포를 말한다.
翠微(취미): 산의 중턱, 먼 산에 아른아른 보이는 검은 푸른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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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산팔경’은 판소리 춘향가 사설에도 나오는 것을 보면 제법 역사가 오래됐다. 1.기린토월(麒麟吐月)은 전주 동쪽에 비껴서 솟아있는 기린봉 정상에 비가 갠 후에 달이 여의주처럼 떠오르는 모습이고, 2.한벽청연(寒碧晴烟)은 전주천이 물안개를 일으키며 흐르는 모습을 옥류동 한벽당에 앉아서 조망하는 청아한 풍경을 말한다. 3.남고모종(南固暮鐘)은 해질녘에 남고진의 저녁놀을 가르며 울리는 남고사의 범종 소리이고, 4.곤지망월(坤止望月)은 ‘곤지산(坤止山)에서 달을 바라본다’는 의미이다. 5.다가사후(多佳射帿)는 다가 천변 물이랑을 끼고 있는 천양정에서 무관과 한량들이 과녁을 향해 화살을 당기는 모습으로 백설 같은 입하화(立夏花)가 나비처럼 날리고 삼현육각(三絃六角) 선율에 기녀들의 노래와 춤사위가 함께 하는 일대장관의 풍정을 집약한 모습이다. 6.덕진채련(德津採蓮)은 저녁노을과 달빛을 끼고 풍월정에 앉아서 뜸부기 소리와 피리 소리에 젖어 맞은편의 승금정(勝金亭)을 내다보는 덕진연못의 연꽃 풍경을 일컫는다. 7.비비낙안(飛飛落雁)은 달빛이 부서지며 반짝이는 한내(大川)에 고깃배가 오르내리고 백사장의 갈대숲에는 기러기 떼가 사뿐히 내려앉는 수묵화를 닮은 정경을 비비정(飛飛亭)에 올라 바라보는 경치이고, 8.위봉폭포(威鳳瀑布)는 심산유곡을 돌고 돌다가 홀로 부서지는 위봉폭포의 비경을 폐허에 홀로 앉아 바라보는 풍경이다. 기존의 ‘완산팔경’과는 달리, ‘동포귀범’이 빠졌다. 4.동포귀범(東浦歸帆)은 고산천을 마그네 선창부두에 돌아 닫는 소금배, 젓거리배 등의 행렬이 만드는 산수화 같은 풍경을 말한다.
* 출처; 새전북신문 춘향가에 ‘완산팔경’ 나온다. 기사작성 이종근-2020년 03월 16일 07시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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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완산팔경(完山八景)/우람-정격 단시조
기린토월(麒麟吐月)
풍남문 누각위에 갈바람 소슬하고
보석사 풍경소리 청명한 팔월 보름
기린봉 보름달 토해 체한 설움 내리네
한벽청연(寒碧淸煙)
한풍루 산들바람 청아한 노래하고
옥류동 푸른 물에 물안개 유영하니
정든님 치맛자락에 고이 새겨 보내리
남고모종(南固暮鍾)
천경대 바람일고 만경대 구름 걸려
억경대 장대터에 가던 길 멈춰서니
남고사 저녁종소리 가슴깊이 감도네
동포귀범 (東浦歸帆)
돛단배 바람 따라 만경들 스쳐가니
임 보낸 처녀 농군 그리움 강이 되어
용진골 마고할멈이 다리 놓아 달래네
다가사후(多佳射侯)
완산주 칠봉선녀 줄줄이 손을 뻗어
다가봉 천양정에 시위를 당기나니
가슴의 젖은 시름이 가람님을 울리네
덕진채연(德眞採蓮)
쪽배에 손 담그다 정각에 올라서니
하늘의 뜬구름이 호면에 스며들어
실록의 연꽃잎위로 봉긋하게 미소져
비비락안(飛飛落雁)
한내 변 비비정아 물안개 현혹 말고
강마을 갈바람아 갈대꽃 유혹 말라
지나는 기러기 인생 날 세는 줄 모를라
위봉폭포(威鳳瀑布)
자욱한 구름위로 위봉산 염화미소
울창한 푸른 숲은 바람결 승무되고
절벽의 진주 주렴이 백팔번뇌 식히네
* 다음카페 민초들의 쉽터. 우람에서 인용(2017. 11. 14)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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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재일 현재 지면 미발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