題 : 平壤 / 金澤榮
垂 楊 枝 外 角 橫 吹 (수양지외각횡취) 수양버들 가지 밖에서는 뿔피리를 불고
王 儉 城 開 綠 水 湄 (왕검성개녹수미) 왕검성의 문이 열리니 푸르른 물가로다
樓 閣 參 差 朝 霧 重 (누각참차조무중) 들쑥날쑥한 누각들에는 아침 안개 짙고
江 山 平 遠 夕 陽 遲 (강산평원석양지) 강과 산은 평탄하고 멀어서 석양은 기네
至 今 父 老 懷 箕 子 (지금부로회기자) 오늘에 이르도록 노인들 기자를 회고해
何 日 英 雄 擅 乙 支 (하일영웅천을지) 어느 날에나 을지문덕 장군이 영웅될까
游 女 不 知 興 廢 事 (유여부지흥폐사) 물놀이 여인들은 고금의 흥망 모르고서
隔 花 惟 唱 鄭 郞 詩 (격화유창정랑시) 꽃사이로 오로지 정랑의 시를 읊는구나
<어 휘>
* 垂 楊 : 수양버들
* 角 : 뿔피리
* 湄 : 물가
* 參 差 : 들쑥날쑥
* 乙 支 : 고구려의 명장 을지문덕
* 鄭 郞 : 고려시대의 유명한 시인 정지상(鄭知常)
<지은 이>
김택영 (金澤榮, 1850~1927), 字는 우림(于霖), 號는 창강(滄江), 본관은 화개(花開)이다.
경기도 개성 출생으로, 17세에 성균관 초시에 합격하고, 20대 전후로 문명(文名)을 얻기
시작하였다.
1891년에 늦은 나이에 진사가 되고, 편사국 주사와 중추원서기관을 지내고는 1895년에
낙향하였다.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이에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다가 중국으로 망명하였다.
선생의 시는 호방하고, 화려한 기풍을 지녔다. 선생은 우리 한문학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대가(大家)로서, 창작활동과 함께 우리나라 고문의 전통과 맥락을 독자적으로 체계화시킨
분으로 평가된다.
이건창, 황 현 선생 등과 깊은 교유를 맺었으며, 망국의 한을 품고서 지식인으로서의 깊은
고뇌를 품고 한 시대를 살다가신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