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밤, DMZ에 울려 퍼진 평화의 선율과 기도
경기도민과 함께한 ‘2026 Pre-WYD Festival’… 순교·생태·평화의 가치 되새겨
광복 81주년을 맞은 2026년 8월 15일, 분단의 상징인 DMZ 인접 지역 연천 전곡리 유적에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천주교 의정부교구와 연천군이 주체하고 DMZ국제음악회가 주관하며 경기도가 후원한 ‘경기도민과 함께하는 DMZ 청년 평화 축제–2026 Pre-WYD Festival’이 이날 오후 7시 연천 전곡리 유적에서 개최됐다.
이번 축제는 음악과 미사, 세계청년대회(WYD) 정신을 한데 모아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기고,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기도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특히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국내외 청년들이 함께 나누어야 할 신앙과 평화의 가치를 DMZ라는 상징적인 공간에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1부 평화음악회, 음악으로 전한 평화의 메시지
축제의 첫 무대는 ‘미르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시작됐다.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제1번 D장조, K.136」 제1악장 ‘알레그로’를 비롯해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중 ‘아다지오’,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C장조, Op.48」 중 ‘왈츠’ 등이 연주되며 전곡리 유적의 여름밤을 아름다운 선율로 채웠다.
이어 빌 더글라스의 「찬가」,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제2번 B단조, BWV 1067」 중 ‘바디네리’,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G단조, Op.8 No.2, RV 315」, ‘사계’ 중 ‘여름’ 제3악장 ‘프레스토’가 연주됐다.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의 「가브리엘의 오보에」도 무대에 올랐다. 고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지닌 선율은 평화를 염원하는 이날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전했다.
뮤지컬 배우 하수빈은 이권희의 「사명」을 노래하며 신앙과 소명의 의미를 되새겼고, 마르코 프리시나의 「예수 그리스도 나의 생명」이 이어지면서 음악회는 신앙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무대로 마무리됐다.
2부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순교·생태·평화’를 묵상하다
음악회에 이어 봉헌된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는 이번 축제의 영적 중심을 이루었다.
의정부교구는 이날 특별히 교구가 지향하는 세 가지 가치로 ‘순교·생태·평화’를 제시했다. 이는 과거의 신앙 유산을 기억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오늘의 삶 속에서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며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초대였다.
먼저 ‘순교’는 한국 천주교회가 간직한 신앙의 유산을 의미한다. 교구는 순교의 본뜻인 ‘증인’의 정신을 오늘의 삶 안에서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앙의 선조들이 보여준 용기와 희생을 기억하고, 사랑과 정의를 실천함으로써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참된 제자로 거듭나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신앙인의 과제라는 것이다.
두 번째 가치는 ‘생태’다. 경기 북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품고 있는 의정부교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전하는 창조세계에 대한 책임을 되새겼다. 인간과 자연이 서로 연결된 공동체라는 인식 아래 자연을 돌보는 일을 신앙의 중요한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청년들이 자연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발견하며 보전과 감사, 나눔의 삶을 선택하도록 초대했다.
세 번째 가치는 ‘평화’다. 군사분계선과 맞닿은 접경지역을 품은 의정부교구는 분단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화해와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교구로서의 사명을 강조했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마태 5,9)이라는 복음 말씀처럼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를 넘어, 서로를 형제자매로 받아들이고 화해와 사랑을 실천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날의 미사는 바로 그 평화의 길을 함께 걸어가겠다는 공동체의 다짐이기도 했다.
3부 WYD 십자가 경배,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향한 기도
미사에 앞서 진행된 WYD 십자가 경배는 이번 축제의 또 다른 절정이었다.
의정부교구장 손희송 베네딕토 주교는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를 바탕으로 한 WYD의 메시지를 통해 청년들에게 두려움보다 희망을 선택하고, 복음 안에서 새로운 길을 걸어갈 것을 격려했다.
‘Confidite, Ego Vici Mundum’이라는 라틴어 표어는 이날 DMZ라는 공간에서 더욱 깊은 의미로 다가왔다. 분단과 갈등의 현실 앞에서도 신앙인은 절망에 머무르지 않고,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용기와 희망으로 평화의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이어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주제곡이 울려 퍼졌다. 동쪽에서 떠오르는 빛을 따라 새로운 길을 걸어가는 청년들의 여정을 노래한 곡은 서로의 길을 비추는 빛이 되고, 두려움과 흔들림 속에서도 희망을 품으며 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라 살아가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라는 복음적 메시지와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라는 WYD의 주제가 반복되면서, 참석자들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향한 공동체의 기대와 기도를 함께 나눴다.
원당성당 공동체도 함께한 뜻깊은 여정
이날 행사에는 의정부교구 원당성당 주임 박성욱 엘리야 신부, 부주임 박재형 도미니코 신부를 비롯해 수녀와 신자들이 함께했다. 원당성당에서는 약 70명의 교우가 참석해 광복절의 뜻과 평화의 의미를 신앙 안에서 되새겼다.
원당성당 공동체가 함께한 이번 행사는 단순한 문화행사나 종교행사를 넘어, 광복의 기쁨과 분단의 아픔,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하나의 신앙적 여정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특히 젊은 세대가 중심이 되어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DMZ는 단순한 접경지역이 아니라 분단을 넘어 화해와 평화로 나아가야 할 한반도의 미래를 상징하는 장소가 됐다.
광복절, ‘평화의 사람’으로 살아가겠다는 다짐
광복절의 밤, 연천 전곡리 유적에 울려 퍼진 음악과 기도는 과거를 기억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순교의 신앙을 기억하고, 창조세계를 사랑하며, 평화를 함께 이루어가자는 메시지는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주어진 새로운 소명이 됐다.
특히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이번 축제는 ‘평화는 누군가가 대신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선택하고 실천해야 할 삶의 방식’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자리였다.
음악으로 마음을 열고, 미사로 신앙을 나누며, 십자가 앞에서 평화를 기도한 이날의 시간은 광복절의 역사적 의미와 그리스도교 신앙의 희망을 하나로 연결했다.
분단의 땅 DMZ에서 울려 퍼진 평화의 노래와 기도는 새로운 세대를 향한 하나의 약속으로 남았다.
기억하는 신앙, 돌보는 생태, 함께 이루는 평화.
2026 Pre-WYD Festival은 바로 그 세 가지 가치를 품고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향해 나아가는 희망의 이정표가 됐다. 광복절의 밤, 연천에서 시작된 작은 기도의 불빛이 한반도를 넘어 세계의 평화를 밝히는 빛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참석자들의 가슴에 깊이 새겨졌다.
박호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