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를 위한 변명
- 한 언론의 특정 막걸리와 전문점 비판에 대해 -
깜짝 놀랐습니다. 한 언론이 월향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비난 대상으로 삼은 것들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습니다. 이미 제가 블로그를 통해 오래 전부터 설명해왔던 것입니다. 막걸리 고급화와 대중화를 위해 다소의 반감이 제기되더라도 감수하겠다고 해왔던 것들입니다. 몇 해 전 막걸리가 우리 언론과 국민의 관심사가 된 후부터 늘 쟁점이 됐던 요인들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비난이 조금은 야비해서 놀랐습니다. 그것도 제가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언론이 비난의 주역이어서 더욱 더 경악했습니다. 요즘 들어 저와 월향은 우연이라고 믿기에는 힘들 정도로 집중 포화를 맞고 있습니다. 그래서 웬만한 비난에는 둔감해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비난을 하는 방식이나 비난의 주체가 실은 충격적이라고 할 법 합니다.
일단 그 비난에서 사실관계가 잘못된 두서너 가지는 구체적으로 따지고 들지 않겠습니다. 제목에서 거론한 가격이나 기사에서 언급한 저희 종업원의 대처는 완전히 왜곡됐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차라리 지엽적입니다. 그 정도는 기자 출신인 제가 취재 환경이나 기획 탓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거두절미 하고 표현하다 보니까 그럴 수도 있습니다.
특정 언론의 비난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비난의 방식입니다. 저는 막걸리에 해박한 기자가 개인적인 소신을 갖고 비평했더라면 기꺼이 받아들일 용의가 있습니다. 그런데 해당 언론 기자는 막걸리에 대해서는 조금의 지식이나 관심도 없는 듯했습니다. 그는 전적으로 한 명의 취재원에 의존했습니다. 그 분의 이야기만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그대로 지면에 옮겼습니다. 그런 방식은 결코 좋은 취재법이나 기사 작성법이 아닙니다. 이해관계가 분명하게 걸린 문제에 대해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완전히 도외시 한 것은 좋은 언론의 태도가 아닙니다.
설령 바빠서 혹은 외부 전문가와의 대담이라는 기획 형식 때문에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고 해보죠. 그렇더라도 당사자의 득실이 이토록 중차대한 문제라면 반론의 기회를 제공하려고 최선을 다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따로 의견을 구하는 연락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연락은커녕 아예 취재 자체를 극비리에 하셨습니다. 사진도 업장이나 당사자 동의를 전혀 구하지 않은 채 몰래 찍어서 지면에 내보내셨더군요.
비난에 대해서 나름대로 해명을 한다고 연락을 했을 때도 당사자는 한사코 연락을 피했습니다. 그 해명이라는 것도 별 것이 아닙니다. 제가 이미 블로그에 다 올려뒀고, 월향 고객이라면 다 알 만한 내용이었습니다. 월향을 취재하겠다고 마음 먹는 순간 기자가 검색 한 번만 해봤으면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사안들이었습니다. 취재하고 기사를 쓴다면서, 사실은 그 대상에 대해 단 한 번도 검색조차 해보지 않은 것입니다. 아예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그저 월향을 욕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충실히 전하고자 했을 따름입니다.
좋습니다. 그 모든 것도 실수라거나 우연의 일치라고 치죠. 하지만 절대적으로 의존한 그 취재원이라는 사람이 어떤 분인지에 대해서는 조사를 하셨어야 합니다. 그것이 두 번째 문제입니다. 그 막걸리 애호가라는 교수님은 어느 모로도 막걸리 업계의 공정한 평론가가 되실 수 없는 분입니다. 그 분은 모 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님이라는 그럴 듯한 허울을 쓰고 계십니다. 하지만 막걸리에 관해서는 단순한 애호가를 넘어 강력한 이해관계자입니다. 워낙 막걸리에 대한 취향이 독특하다, 막걸리에 대한 자신만의 고집의 강하다는 것쯤은 논외로 칠 수 있습니다. 막걸리 업계에서도 그 분 취향이나 고집대로 하다가는 막걸리 대중화가 어렵다는 말이 나도는 것도 눈 감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분은 특정한 막걸리를 만들어 파시는 분입니다. 그 분이 만든 것은 일종의 프리미엄 막걸리입니다. 물론 그 일이 썩 성공적이지는 않았던 것으로 압니다. 그 일과 무관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후 다른 막걸리나 프리미엄 막걸리에 대해서는 뒤틀려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하는 막걸리 업계 관계자들이 많습니다. 어떤 막걸리나 막걸리 전문점에 대한 평가를 특정 막걸리 제조업자에게 맡기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그것은 프랑스 보르도 와인에 대해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와이너리 사장에게 객관적으로 평해달라는 주문과 비슷한 것이 아닌가요? 언론이 중립적인 교수와의 대담으로 삼성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LG 관계자를 불러다 그럴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적어도 그러려면 삼성측의 반론도 동시에 게재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더욱이 비난 기사를 쓴 기자나 평자 모두 월향에 들른 적도, 마신 적도 없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기사는 막걸리에 문외한인 한 기자가 월향에 대해 적대적인 막걸리 제조업자를 월향에 한 번 모신 후 들은 인상평을 그대로 옮긴 것에 불과합니다.
당장 그 분들의 논지들에 대해서 간략하게 그간 해왔던 반박을 재탕하기 전에, 제가 납득이 가지 않는 것 하나만 꼽아보겠습니다. 그 분 자신은 병당 소매가 2만5천원(매장 판매가는 5만원이 넘어갑니다)짜리 막걸리를 만들어 파셨습니다. 그런데 매장 판매가로 병당 7천5백원짜리 월향 막걸리에 대해서는 한사코 문제 투성이라고 강변하고 계십니다. 저로서는 그것이 이해되질 않습니다. 해당 기자가 그 사실을 몰랐는지, 혹은 외면했는지도 궁금하고요. 어쨌든 해당 교수님께서 문제 삼은 부분에 대해 간략하게 재론하겠습니다.
1. 1병에 1만원이라는 주장에 대해: 월향 판매가는 정확히 1리터에 1만원입니다. 750ml 한 병에 7천5백원인 셈입니다. 물론 실제 원가는 그렇게 비싸지 않습니다. 일반 막걸리의 5배 가량 됩니다. 그런데 얼마간을 더 붙인 이유는 월향 2호점의 서비스와 임대료, 각종 비용을 감안한 결과입니다. 오신 분들은 아시지만, 막걸리 시음 전 옥수수나 입가심거리도 공짜로 드리고요. 매니저나 직원들이 기분이 풀리면 공짜 시음 막걸리나 안주도 꽤 돌리는 편이죠. 낮에는 막걸리가 50% 할인입니다. 그 모든 것이 포함된 가격이 1병에 7천5백원입니다. 또 굳이 병이 아니라 1리터들이 투명 디캔터에 담아 내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여전히 막걸리는 익숙한 술이 아니어서 고객들이 직접 따려들다가 쏟아지거나 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막걸리에 익숙한 저희 직원들이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거기에는 어떤 속임수도 없습니다. 기사에서 지적하신 것처럼 손님들을 불편하게 해드릴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고요.
2. 너무 달다는 주장에 대해: 월향이 지나치게 달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건전한 비판이라면 수용할 수 있습니다. 가끔씩 월향의 맛을 교정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그런데 이 교수님은 올리고당 8%를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월향은 다른 막걸리에 비해서 아스파탐을 절반 가량으로 줄였습니다. 더욱이 밤 막걸리 등 인기 막걸리의 올리고당 함유량이 20%인 데, 이것도 절반 이하로 줄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맛이 강한 것은 아스파탐이나 올리고당이 아니라 현미의 구수한 맛 때문입니다. 이 맛은 발효 과정을 통해 단 맛과 합쳐져 훨씬 더 달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이 두 가지를 아예 빼는 것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교수님은 두 가지를 뺀 대기업 막걸리를 칭찬하셨던데, 그런 것이라면 월향에도 있습니다. 월향 15도와 10도는 막걸리의 원형과 희석액으로 어떤 화학적 첨가물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일반 막걸리에 아스파탐이나 올리고당을 소량 넣은 것은 막걸리 소비자, 그 가운데서도 초보자의 입맛을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저희들도 나름의 고뇌 끝에 막걸리 대중화를 위해 그런 것입니다. 그런 점은 고려하지 않고 막걸리라면 무조건 써야 한다, 무첨가 막걸리만이 막걸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아니 그런 주장이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모두 엉터리라고 한다면 막걸리의 고급화나 대중화는 불가능합니다. 만일 단 맛이나 첨가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월향의 원형이나 지역에서 올라온 무첨가 막걸리를 선택하면 그만입니다. 결국 소비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것이 제조업자의 의무라는 생각에서 내린 결단입니다. 특정 취향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3. 유기농 100%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이 점도 이미 여러 차례 알려드렸던 내용입니다. 유기농 현미를 56% 가량만 쓰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10여년 동안 막걸리를 개발하면서 깨닫게 된 기술적 이유 때문입니다. 현미의 쌀 껍질은 아다시피 고단백입니다. 그런데 단백질은 발효 과정에서 서로 뭉치려는 성향이 있어서, 현미 막걸리를 개발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랬기에 관련 특허가 대여섯개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실험을 거듭하다가 유기농 현미의 최적 배합 비율을 50%대로 판단했습니다. 나머지는 우리 쌀로 해서 발효 과정에서 뭉침 현상을 어느 정도 제한한 것이죠. 물론 유기농 현미 100%의 막걸리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뭉친 부분을 버려야 하는 탓에 원가도 대폭 올라가고, 공정도 더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들이 이상적으로 판단한 비율을 고집하는 것은 그래서입니다.
4. 일본 진출도 나중에는 어려워질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 부분은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교수님의 말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정확하기'때문에 월향의 일본 사업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저희는 한류에 편승하기 싫어서 일본인들이 ‘일본의 주방’이라고 하는 오사카에 진출해서, 그야말로 악전고투하고 있습니다. 24평짜리 2층 가게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정말 목숨 걸고 일하고 있습니다. 결과야 교수님 말씀처럼 나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두려워서 도전을 포기해서야 되겠습니까?
좋습니다. 누구든 도전과 성공을 질시하는 한 경쟁업자의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교수님이야 뭐라든 자유입니다. 문제는 해당 기자와 언론이 그 분의 제 멋대로 발언에 대단한 권위를 실어주었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뭐가 어려운 일이라고 저희한테는 취재 사실도 밝히지 않았고, 저희 입장을 들을 전화 한 통 안 했는지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더욱 침통한 사실은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분에게는 엄청난 권위를 부여하면서, 저희는 마치 무슨 꼼수나 부리는 집단으로 묘사했다는 것입니다. 지난 10여년간 아무런 대가 없이 막걸리에 투자해왔고, 지난 3년간은 아무런 대가 없이 지방 영세 자영업자들의 막걸리를 팔기 위해 애써온 이들에게. 해당 교수님이나 언론이 막걸리 대기업이라도 한 번 비판한 적이 있었다면 화나 분노가 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적이 없는 교수님은 오히려 막걸리 대기업과의 협업에 더 많은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그래서야 그 교수님이든, 해당 기자나 언론사든, 영세 제조업자나 경쟁자를 공격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 밖에도 몇 가지 기사의 이면에 대한 제보를 듣기는 했습니다만, 차마 믿고 싶지는 않은 심정입니다. 비교적 공정한 취재 관행을 가지고 있다는 언론으로부터 그런 터무니없는 비난을 들었으니 스스로 견디기가 더욱 힘들 수밖에요.
결론적으로 이 기사는 사실상 막걸리 시장, 그 가운데서도 상위 시장을 죽이겠다는 악의적 기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막걸리는 무조건 싸구려로 만들어, 싸게 팔아야 한다는 논리로 둔갑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취향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교수님이 최고가의 막걸리를 만든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는다면, 그런 편견이 대중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이런 비난들이 지금 일본과 한국에서 막걸리 인기가 가라앉는 결정적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만이라도 잘 나가는 이가 있으면 경쟁자들은 이를 근거 없이 비난하고, 언론은 그 사실을 즐기고. 지금이라도 이 언론이 정당한 비판을 하고자 한다면, 취재 신청을 해주십시오. 기자가 직접 원료도 보고, 제조 과정도 보고, 판매점 입장도 들어야 합니다. 적어도 막걸리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이해관계자들의 농간에서 자유로워졌을 때 써야 합니다. 마치 도둑 취재 하듯 한 번 들여다보고, 그것도 경쟁자와 함께 들여다보고 이렇게 비난하는 것은,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오해받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
출처: Lifestyle Report 원문보기 글쓴이: 이여영
첫댓글 막걸리 인기가 하락하는 진짜 이유를 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