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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소리없이 고양이 발톱걸음으로
또 하루가 다가 왔다.
요즈음의 아침은 예전과 같지 않다.
어둡고 침침 하다.
해는 쨍쨍하건만 훼속에 갇힌 것처럼
사위가 어둡다.
약간은 불안 하다.
아주 조금은 공포스럽다.
누군가에 의해 깊은 바다속으로 떠밀린 기분이다.
어쩜 영영 물밖으로 헤어나오지도 못하고
그대로 가라앉을지도 모른다는 기분이다.
처음으로 느꺄보는 묘한 공포감.
오랜만에 다시 어머니 품속같은 고향으로 가 본다.
그곳에서 잠시 행복했던 어린 시절로도 돌아가 본다.
그 때의 핏줄은 참 따뜻하고 감미로웠는데.
얼마나 걸었을까
두 시간?
세 시간?
모르겠다.
얼마나 걸었는 지.
하여간 다리가 짓눌리며 아파왔다.
그 때 눈에 띄는 익숙한 카페 하나.
카페의 좋은 자리에는 모두가 한 자리씩 차지 하고 있다.
그러나 남은 자리들도 물멍하기에는 여전히 좋다.
별로 마시고 싶지도 않고 먹고 싶지도 않지만
그저 물멍하는 자리 값으로 음료와 디저트를 주문하고는
허름한 배낭속에서 마시다만 물병을 꺼내 입을 적신다.
여러 번 조금씩 촉촉하게 입술을 적신다.
왠지 입술만 타는 듯 하다.
잠시 아이와 나를 생각 해 본다.
미래는 있는걸까.
그의 미래는.
또 나의 노후는.
희망의 싹이 움트기나 할 수 있을까.
은행나무가 길게 늘어선 가로수 길에
뜬금없는 갈참나무 잎이 싹을 틔우고 있다.
그런가 보다.
희망은 어디에선가
어떻게든 피우나 보다.
기다려 보자.
기다리다 보면
솔개가 하늘 높이 나르듯
해결책이 생기겠지.
굳이 내가 해결 해 주려고 애 쓰지 않아도.
어치피 내 하나의 능력으로는 풀 수도 없는
문제가 아닌가.
다시 또 타는 가을 낙엽처럼 목이 말라 온다.
그저 아무 생각없이 먼 데 어디로 훌쩍 가고 싶다.
나라 밖이든
아니면 나라 안 어디 든.
그러나 그건 마음 뿐.
갈 곳이 없다.
아무래도 좀 더 생각 해 봐야 겠다.
해결책이 뚜렷하지 않아도
생각을 하는 척이라도 해 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