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살기 시작한 지 언 1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제주로 넘어와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있다.
극복하는 과정에서 제주와 사랑에 빠졌고
3개월의 시간을 넘어 1년 아니 2년 혹은 평생을
제주와 함께 하고자 한다.
나는 현재 제주에서 미래를 그리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제주에 산다는 것은 꽤나, 아니 놀라울 정도로 행복하다. 작은 섬처럼 보이는 제주는 1년을 아니 2년을 여행해도 새롭고, 다르다. 곳곳의 숨은 여행지가 제주라는 섬 안에서 빛나고 있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늘 여행한다. 300개가 넘는 오름을 오르고, 20개가 넘는 올레길을 걷고, 계절마다 새롭게 빛나는 여행지를 찾는다. 오늘 소개할 여행지는 제주라는 섬 안의 섬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제주라는 섬 안의 숨어 있는 4개의 유인도. 우도, 가파도, 마라도를 다녀온 내게 남은 마지막 유인도. 추자도라는 섬을 말이다.
올레 18-1코스를 걷기 위해 다녀온 추자도. 나는 이 섬을 하루, 당일로 다녀오고 싶지 않아 이틀이라는 시간 동안 머물기로 했다. 올레길이라는 길에 포함되지 않은 곳들을 걷는 것이 목적이 아닌, 여행이라는 것에 목적을 두고 머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상추자도의 나바론 하늘길과 하추자도의 모진이몽돌해변을 다녀오게 되었다.
추자도
제주특별차지도 제주시 추자면
한반도 남서부와 제주특별자치도 중간 지점에 위치하며, 상추자도, 하추자도를 묶어 추자도라고 부른다. 1271년(고려 원종 13)까지 후풍도라고 불렀다가 추자도로 불리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정확하지 않다. 추자도는 1910년까진 전라남도에 속했다가 행정구역 개편으로 제주시로 편입되었다. 추자도 부근엔 황간도, 추포도 등 4개의 유인도가 있으며 그 주변엔 38개의 작은 무인도가 있다. 상추자도는 15㎢의 섬으로 하추자도보다 비교적 작고, 하추자도는 3.5㎢로 상추자도에 2배 이상 크다.
추자도는 주로 수산업을 하며 예로부터 멸치잡이로 유명했다. 이곳은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섬인데, 그중 낚시를 위해 찾는 관광객의 비중이 가장 높다. 바다낚시로 인기가 많은 추자도는 벵어돔, 돌돔, 참돔 등 고급 어종이 많이 잡히기로 정평이 나있다. 또한, 지금 추자도는 '굴비'라는 특산품이 있어 많은 사람에게 수산물로 이름을 날린다.
그런 추자도를 올레길로 걸은 나는 18km가 넘는 거리를 완주하며, 궁금한 곳이 두 곳 생겼다. 모진이몽돌해변과 나바론 하늘길이 그곳인데, 이름에 끌려 나는 두 곳을 추자도 여행의 목적지로 정했고, 그렇게 아침 일찍 여행을 떠났다.
상추자도와 나바론 하늘길
예로부터 제주도 사람들은 한 해 동안 무사 안녕과 풍어와 풍농을 기원하는 행사로 '입춘굿'이라는 것을 해왔다. 상추자도를 걷다 보면 입춘굿을 했던 곳을 만날 수 있고, 지금도 여전히 그 명맥을 이어간다. 제주도는 한반도와 멀리 떨어진 섬이기에 다른 지역보다 일찍 봄이 찾아왔고, 육지의 문화와는 단절된 부분이 많아 토속적 믿음으로 행해지는 행사들이 예로부터 많았고, 지금까지 이어져온다.
상추자도는 추자면에 딸린 작은 섬으로 총 1300여 명의 인구가 사는 작은 섬이자 마을이다. 완도의 보길도와 노화도가 코앞에 보이는 이곳은 전라남도와 제주도 그 중간에 서 있는 소중한 섬이다.
이런 상추자도에 가장 도드라지는 관광지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올레길을 걸으며 구석구석 추자도를 누빈 나는 이곳을 말할 것 같다. 바로 '나바론 하늘길'. 마치 이름부터 '반지의 제왕'에 나올 법한 웅장한 이름을 가진 이곳은 이름만큼이나 특별했다.
깎아내리는 듯한 절벽과 수직 상승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계단 뒤로 경이롭다는 말이 어울리는 자연 경관이 눈을 사로잡는다. 벼랑 밑으로 아찔하게 보이는 에메랄드빛 바다, 저 멀리 보이는 낚싯배와 태양의 춤사위는 이곳 나바론 절벽이 왜 상추자도에서 가장 빛나는 곳인지, 많이들 찾는 여행지인지 단박에 깨닫게 했다. 윤슬이 빛나는 바다와 마치 호주의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떠올리게 하는 아찔한 절벽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다. 또, 하늘이 맑은 날이면 마치 천국을 걸어 올라가는 느낌을 주어 하늘길이라는 이름에 힘을 실었다.
에메랄드 바다가 추자도를 꾸민다.
하추도와 모진이몽돌해변
하추자도는 추자면에 딸린 섬으로 돈대산을 품고 있는 섬이다. 신양항이 있는 하추자도는 완도와 추자도를 오갈 수 있다. 상추자도에 비해 발달은 더디지만, 여러 관광지가 있어 눈길을 끄는 곳이 하추자도이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모진이몽돌해변은 하추자도에서 빛나는 아름다운 해변이었다.
모진이몽돌해변은 모래 없이 몽돌로만 이루어진 특이한 해변이다. 몽돌은 제주어로 동글동글한 돌을 뜻하는데, 모래 한줌 없이 돌멩이로 이루어진 해수욕장이라는 게 특이하게 다가온다. 해변의 길이는 100여 미터로 짧지만, 추자도에서 어엿이 해변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에, 추자도를 찾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필수적인 여행지였다.
사자 바위가 위엄 넘치는 모습으로 앉아있다.
또, 저 멀리 보이는 사자 바위는 이곳 모진이몽돌해변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마치 하추자도를 지키는 듯한 모습으로 앉아있는 사자의 위엄, 그리고 그 뒤로는 맑은 날이면 선물처럼 나타나는 한라산이 보인다. 멀리서 한라산이 보이는 해변. 그곳이 바로 이곳, 모진이몽돌해변이었다.
몽글몽글하고 귀여운 돌멩이가 바닷가를 채우는 모진이몽돌해변은 하추자도 위에 빛나는 여행지였다. 그리고 퍽 사랑스러운 곳임에 분명했다. 이 외에도 추자도엔 아름다운 여행지가 많다. 다음에 이어질 글 위엔 돈대산과 함께 이곳에서 만난 사랑스러운 식당, 그리고 내가 묵었던 유심이 감성 민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열면 열수록 사랑스러웠던 추자도. 한 편으로 끝내기 아쉬운 여행지임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