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시인협회 문우 여러분!!
긴긴 연휴 잘 보내셨나요?
연휴 내내 비가내리고 바람이 불었지만,
저는 서울 사는 애들 집에 다녀오느라 간만에 서울 구경 잘 하고 왔습니다.
지난 토요일 아침, 아내와 함께 대전역에서 출발하는 무궁화 열차를 타고 영등포역에 내려
미리 나와 있던 애들과 함께 샤브식사 후 승합차로 중앙박물관, 서울식물원, 비오는 남산길을 돌아
덕수궁 비원까지 돌아다녔습니다.
우중에 고궁 산책이라 나름 맛과 멋이 있더군요.
문화재청 ㅇㅇ에 근무하는 큰 딸 덕에 고궁과 박물관을 돌아 보았고,
마곡동 연구단지에 근무하는 아들 놈 덕에 서울공원과 식물원도 깨알 같이 구경했습니다.
그렇게 1박,
다음날은 그냥 이쁜 막둥이 녀석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인천항 부둣가로 가 해무가 잔뜩 끼인 바다 건너 영종도를 바라보며 '미추홀'에 대한 어원을 새겨보기도 했습니다.
언제 준비했는지 막둥이 녀석(실은, 올해 서른 한살인 여식이랍니다.)의 해박한 역사 지식 때문(?)에
'미추홀'의 어원을 다시 한번 되새겨 봤습니다.
이 어원은 다음 기회가 있으면 따로 말씀을 올릴까 합니다.(오늘은 지면상.)
다음으로 간 곳은 제가 요청해서 오래 전 군복무를 하던 서부전선 임진강변으로 향했습니다.
접경지역이라 '눈이 살아 숨 쉬는 고장'이라 할 만큼 군인들, 특히 주변에 사는 민간인들의 눈동자가 살아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 시절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밤마다 대남 방송을 들어야 했고,
강바람 소리에, 서걱대는 갈대숲 소리에 사흘이 멀다하고 총성이 나고, 툭하면 월북자, 월남자 뉴스에 치를 떨어야 했던 곳!
우리 나이 대 군에 다녀오신 문우들께서는 다 아시는 얘기지만 이유없이 밤마다 맞아야 쪽잠이래도 자고,
한 길 눈 빠지면 종일 제설작업에 실신할 정도로 힘든 군생활이었지만,(나중에 많이 많이 들려줄게요.)
그래도 그날이 - 날 때리던 선배가 그리워 이름도 불러 보고, 임진강 물위에 식판도 떠내려 보고, 쪽배를 타고 낚시도 하고.....
45년만에 찾은 곳(경기도 파주군 적성면 식현리 국사봉 아래)!
낡은 군영 막사는 그대로인데 모두가 낯설어 허전한 마음으로 마을로 내려와 막걸리 한잔을 시키며
여기 어디쯤 구멍가게가 있었는데 우리 선임하사였노라, 옛날 얘기를 꺼냈더니,
늙은 노파 얘기가 "그 사람 오래 전에 죽은 내 남편이오!"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허허한 마음을 안고 국사봉 넘어 두지리 임진강 나루터로 나가보니,
그 옛날 뭣이 잘못되었던지 전우의 시체를 화장해 강물에 띄우던 일이 생각나 한참을 그자리에 서서~~
돌아와 그렇게 또 1박,
그리고 오늘, 월요일은 대전 집으로 내려오는 날이었습니다.
당연히 무궁화 열차로 집에 오는 줄 알았는데 아이들이 최고급 열차인 KTX표를 끊어 놔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난 무궁화가 좋다.'는 아내의 발언에 한 표 던지며 그리하자고,
'그냥, 편하게 타고 가시라' 는 애들의 충언(?)에 황소 고집 피우며 억지 주장을 펴는 아내,
결국 아내와 저의 고집에 두어 시간 걸리는 무궁화 열차에 잠 한 숨 푹 자고 집에 잘 도착했습니다.
아내의 말을 끝으로 이만 줄이옵니다.
긴 얘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우리 둘이 32,000원 벌었다!" - end -
첫댓글 오호 ~!!
열 한분씩이나....!!!
대단히 고맙습니다.
그리구 감사해요~~
저의 엉성한 글을 읽어주셔서~~
5월 7일 화요일. 저녁 7시 40분.
종일 비가 내립니다.
벌써 사흘째예요.
저야 원래 비를 좋아하지만,
그래도 문우 여러분!!
건강에 유의하셔야지요!
아늑하고 포근한 저녁,
마주 보는 저녁이 되시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