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구족우바이(具足優婆夷)
- 제3 무위역행(無違逆行) 선지식 -
(1) 구족우바이를 뵙고 법을 묻다
<1> 선지식의 가르침
이 때에 선재동자는 선지식의 가르침은 마치 큰 바다와 같아서
큰 비를 받아들여도 싫어함이 없음을 관찰하고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선지식의 가르침은 마치 봄 날씨와 같아서 모든 착한 법의 뿌리와 싹을 자라게 하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마치 보름달과 같아서 비치는 곳마다 모두 서늘케 하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마치 여름의 설산(雪山)과 같아서 일체 모든 짐승들의 뜨거운 갈증을 없애주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연못에 비치는 해와 같아서 모든 착한 마음의 연꽃을 피게 하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큰 보배의 섬과 같아서 가지가지 법의 보배로 그 마음을 충만하게 하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염부 나무와 같아서 모든 복과 지혜의 꽃과 열매를 쌓아 모으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큰 용왕과 같아서 허공에서 자유자재하게 유희하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수미산과 같아서 한량없이 선(善)한 법의 삼십삼천이 그 가운데 머무르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마치 제석(帝釋)과 같아서 모든 대중이 둘러 호위하여 가려버릴 이가 없고
능히 외도와 아수라 군중을 항복받는다.’라고 하여 이와 같이 생각하면서 점점 나아갔습니다.
<2> 구족우바이(具足優婆夷)
이르러 곳곳으로 다니며 이 우바이를 찾았습니다.
그 때에 여러 사람들이 말하기를,
“선남자여, 그 우바이는 지금 이 성중(城中)의그의 집에 있느니라.”라고 하였습니다.
강설 ; 청량스님의 소에, “셋째, 구족우바이는십행 중 무위역행(無違逆行)에 의탁하였다.
성(城)의 이름이 해주(海住)인 것은 바다 근처에 머물기때문이다.
인욕에 안주하는 것이 마치 바다가 모든 것을포함하는 것과 같은 까닭이다.
선지식의 이름이 구족(具足)인 것은하나의 그릇에 갖추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인욕의 그릇은 일체의 덕을 두루 수용하기 때문이다.
욕됨을 참고 부드럽고 융화하기 때문에 여인에게 의탁하였다.”라고 하였다.
선재동자가 그 말을 듣고 그 문에 나아가 합장하고 섰습니다.
그 집은 매우 넓은데 가지가지로 장엄하였고, 온갖 보배로 쌓은 담이 둘리었고
사면에는 모두 보배로 장엄한 문이 있었습니다.
선재동자가 들어가니 그 우바이가 보배자리에 앉았는데
젊은 나이에 살결이 아름답고 단정하며,
소복단장에 머리카락을 드리웠고,
몸에는 영락은 없으나 그 몸의 색과 모습에는 위덕(威德)과 광명이 있어
부처님이나 보살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따를 이가 없었습니다.
그 집 안에는 십억의 자리를 깔았는데 천상과 인간에서 뛰어났으니
모두 보살의 업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집안에는 의복이나 음식이나 일체 살림살이 도구는 없고,
다만 그의 앞에는 조그만 그릇 하나를 놓아두었습니다.
또 일만의 동녀(童女)가 둘러 모셨으니 위의와 몸매가 천상의 채녀들과 같고,
묘한 보배장엄거리로 몸을 단장하였으며, 음성이 아름다워 듣는 이가 기뻐하였습니다.
항상 좌우에 모시고 있으면서 친근하고 앙모하여 생각하고 관찰하며,
허리를 굽히며 머리를 숙이고 그의 가르침에 응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든 동녀들의 몸에서는 묘한 향기가 나서 모든 곳에 풍기니
만약 어떤 중생들이 이 향기를 맡기만 하면 모두 물러가지 아니하여
성내는 마음도 없고, 원수가 맺히지도 않으며,
아까고 질투하는 마음도 없으며, 아첨하는 마음도 없으며,
구부러진 마음도 없으며,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도 없으며,
성내는 마음도 없으며,
하열한 마음도 없으며,
교만한 마음도 없었습니다
.평등한 마음을 내고,
자비한 마음을 일으키고,
이익 되게 하는 마음을 내며,
계율을 지니는 마음에 머물러 탐하는 마음을 떠났으며,
그의 소리를 들은 이는 기뻐하고,
그의 모습을 보는 이는 모두 탐욕이 없어지는 것이었습니다.
<3> 구족우바이에게 법을 묻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구족우바이를 보고 그의 발에 절하고
공경하여 두루 돌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습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습니다.
그러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저가 들으니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치신다하니 바라건대 저를 위하여 말씀하여 주십시오.”
강설 ; 선재동자는 찾아간 선지식이 어떤 사람이며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상대의 모습에는
상관없이 자신이 처음 먹은 마음과 서원을 잊지 않고
다만 보살행과 보살도를 물을 뿐이다.보살행과 보살도가 오로지 불법의 진수임을 보여주는 본보기이다.
(2) 구족우바이가 법을 설하다
<1> 다하지 않는 복덕장 해탈문을 얻다
구족우바이가 말하였습니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다하지 않는 복덕장(福德藏) 해탈문을 얻었으므로
능히 이와 같은 작은 그릇에서도 모든 중생들의 갖가지 욕망에 따라서
갖가지 맛좋은 음식을 내어 모두 배부르게 합니다.”
“가령 백 중생과 천 중생과 백 천 중생과 억 중생과 백억 중생과 천억 중생과
백 천억 나유타 중생과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중생과 가령 염부제
미진수 중생과 한 사천하 미진수 중생과 소천세계와 중천세계와 대천세계와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미진수 중생과 가령 시방세계의
모든 중생들이라도 그들의 욕망을 따라 모두 만족하게 하여도
그 음식은 끝나지 않고 또한 부족하지도 아니합니다.”
“음식이 그러한 것처럼
갖가지 좋은 맛과
갖가지 자리와
갖가지 의복와
갖가지 이부자리와
갖가지 수레와
갖가지 꽃과
갖가지 화만과
갖가지 향과
갖가지 바르는 향과
갖가지 사르는 향과
갖가지 가루 향과
갖가지 보배와 갖가지 영락과
갖가지 당기와 갖가지 번기와
갖가지 일산과 갖가지 매우 좋은 살림살이
기구들도 좋아하는 대로 모두 만족케 합니다.”
“선남자여, 동방의 한 세계와 내지 말 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의 미진수 세계에 있는 일생보처(一生補處)보살이
나의 음식을 먹으면 모두 보리수 아래서 도량에 앉아 마군을 항복받고
아뇩다라사먁삼보리를 이루게 됩니다.
동방과 같이 남방과 서방과 북방과 네 간방과 상방과 하방도 또한 다시 이와 같습니다.”
<2> 십천(十千) 동녀들도 모두 나와 같다
“선남자여, 그대는 나의 이 십천 동녀들을 봅니까?”
“예, 봅니다.”
구족우바이가 말하였습니다.
“선남자여, 이 십천 동녀가 상수가 되어
이와 같은 백만 아승지 권속들이모두 나와 더불어
행(行)이 같고,
원(願)이 같고,
착한 뿌리가 같고,
벗어나는 길이 같고,
청정한 이해가 같고,
청정한 생각이 같고,
청정한 길이 같고,
한량없는 깨달음이 같고,
모든 감관 얻음이 같고,
광대한 마음이 같고,
행하는 경계가 같고,
이치가 같고,
뜻이 같고,
분명히 아는 법이 같고,
청정한 색상이 같고,
한량없는 힘이 같고,
끝까지 정진함이 같고,
바른 법의 음성이 같고,
종류를 따르는 음성이 같고,
청정하고 제일가는 음성이 같고,
한량없이 청정한 공덕을 찬탄함이 같고,
청정한 업(業)이 같고, 청정한 과보가 같고,
크게 인자함이 두루 하여 모든 이들을 구호함이 같고,
크게 가엾이 여김이 두루 하여 중생들을 성숙케 함이 같고,
청정한 몸의 업이 연(緣)을 따라 모은 것이 보는 이를 기쁘게 함이 같고
일체 모든 부처님의 대중이 모인 도량에 나아감이 같고,
모든 부처님 세계에 가서 부처님들께 공양함이 같고,
모든 법문을 나타내어 보임이 같고, 보살의 청정한 행에 머무름이 같습니다.”
<3> 십천 동녀들이 수많은 이들에게 공양하다
“선남자여, 이 십천 동녀들은 이 그릇에 좋은 음식을 담아가지고
한 찰나 동안에 시방에 두루 가서 모든 나중 몸을 받은
보살과 성문과 독각들에게 공양하며, 내지 여러 아귀들까지
배를 채우게 합니다.
선남자여,이 십천 동녀들은 나의 이 그릇을 가지고 천상에 가면
천신들을 만족하게 먹이고, 내지 인간에 가면 사람들을 만족하게 먹입니다.”
<4> 선재동자가 직접 보다
“선남자여, 또한 잠깐만 기다리면 그대가 마땅히 스스로 보게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할 적에 선재동자가 한량없는 중생이 네 문으로 들어옴을 보니
모두 이 우바이의 본래 소원으로 청한 것이었습니다.
모여 오는 대로 자리를 펴고 앉게 하고,
그들이 달라는 대로 음식을 주어 배부르게 하였습니다.
(3) 자기는 겸손하고 다른 이의 수승함을 추천하다
선재동자에게 말하였습니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다함이 없는 복덕장 해탈문을 알거니와
저 모든 보살마하살들의 모든 공덕은 마치 큰 바다와 같아서
깊이가 한이 없고,허공과 같아서 광대하기가 가없으며,
여의주와 같아서 중생의 소원을 만족하게 하고,
큰 마을과 같아서 구하는 대로 얻게 되며,
수미산과 같아서 온갖 보배가 두루 모이었고,
깊은 창고와 같아서 법의 재물을 항상 쌓아 두며,
마치 밝은 등불과 같아서 모든 어두움을 깨뜨리고,
마치 높은 일산과 같아서 여러 중생을 가리어 줍니다.
그러나 내가 저 공덕의 행을 어떻게 능히 알며 어떻게 능히 말하겠습니까.”
“선남자여, 남쪽에 성(城)이 있으니 이름이 대흥(大興)이요,
거기에 거사가 있으니 이름이 명지(明智)입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십시오.”
그 때에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앙모하여 싫어할 줄 모르며 하직하고 떠났습니다.